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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겨울, 소피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의 벤치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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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도 이제 겨울을 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교도소가 있는 섬에 가서 석 달 정도를 보내고 싶은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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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으면 추운 날씨나 경관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잠자리와 먹을 것이 보장되는 데다가 마음 맞는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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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갈 마음을 먹은 소피는 당장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교도소에 가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 비싼 요리를 시켜 먹은 다음 계산서를 가져다주면 담담하게 돈이 없노라 말하는 것이었다.

소란을 피울 것도 없이 그대로 얌전히 있기만 하면 곧 경관이 올 것이고, 그 뒤는 판사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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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구운 오리와 치즈, 포도주 정도 주문하면 될 거라고 어림잡아 보았다. 그리고 시가도 한 대 주문해 피울 것이다.

준법 정신이 투철한 뉴욕 시민은 조그만 일로도 경찰을 부른다. 그러면 부른 배와, 살짝 술에 취해 좋은 기분으로 교도소가 있는 섬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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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전부터 점찍어 둔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러나 레스토랑 지배인의 눈이 소피의 꾸깃꾸깃하고 찢어진 바지와 그 아래 다 떨어진 구두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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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레스토랑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법이다. 지배인은 아무 말 없이 억센 손으로 소피의 팔을 움 켜쥐더니 몸을 홱 돌려세우고는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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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피의 첫 번째 계획은 실패했으나 그는 괜찮았다, 아직 다른 계획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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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소피는 큰 돌멩이를 집어 근처의 쇼윈도 유리를 향해 냅다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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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유리가 깨지는 커다란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신고를 받았는지 경관도 달려왔다.

소피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깨진 유리 앞에 빙그레 웃으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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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보았소?"

경관이 소피에게 물었다.

"내가 바로 유리를 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소피는 이제 경관이 왔으니 잡혀갈 일만 남았다는 생 각에 기쁨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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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관은 소피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지 그를 무시한 채 사방을 둘러보았다.

유리창을 깬 사람이 그대로 버티고 서서 경관이 오기를 기다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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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즉시 도망치게 마련이다.

경관은 반 블록쯤 앞에서 뛰어가는 한 남자를 보았다.

단순히 어딘가로 급히 갈 일이 있는 듯하던 사내가 운나쁘게도 그 순간 경관의 눈에 띈 것이다.

경관은 경찰봉을 꺼내들고는 그 남자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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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뜻을 이루지 못한 소피는 마음이 울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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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길 건너편에 별로 비싸 보이지 않는 수수한 분위기의 식당이 눈에 띄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동네 식당으로, 집기와 그릇들 모두 싸구려 티가 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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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에 앉아서 비프스테이크와 핫케이크, 파이, 도넛을 시켜 먹고는 계산서를 가져온 웨이터에게 돈이 한 푼도 없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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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서 경관을 불러와요. 신사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너 같은 놈에게 경관은 무슨 경관! 이놈. 잘 걸렸다!"

웨이터는 맨해튼 칵테일 속의 체리처럼 번들거리는 눈으로 소피를 바라보며 버터 케이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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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웨이터 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소피를 들어올려 그대로 그를 딱딱한 길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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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참을 걸어가던 소피는 이번에는 정말로 일이 쉽게 될 듯싶었다.

얌전하고 수수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진열장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2미터쯤 떨어진 소화전 옆에서 몸집이 큰 경관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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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이번엔 비열하고 천한 '난봉꾼' 역할을 해볼 참이었다.

참한 여자에게 집적대는 것을 경관이 그냥보고 있을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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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여성에게 다가가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헤이, 베델리아, 우리 집에 가서 나랑 놀지 않겠어?"

경관은 소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외마디 비명이라도 지른다면 경찰은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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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바로 눈앞에 있다.'

소피는 벌써 경찰서의 훈훈한 온기가 몸에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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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젊은 여자는 몸을 돌려 그를 보더니 한쪽 손으로 소피의 옷소매를 붙잡는 것이었다.

"좋아요! 시원한 맥주를 한잔 사 준다면 어디든지 따라갈게요."

여자는 반가운 듯이 다가와 소피의 팔짱을 단단히 끼고는  경관 앞을 지나갔다.

아무래도 소피는 자신이 체포되지 않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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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피의 4번째 계획도 실패했다.

다음 모퉁이에서 소피는 여자의 팔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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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블록을 뛰었을까. 소피는 주변을 순찰 돌던 경관을 보았다

그러자 소피는 좋은 생각이 났다.

아예 경관 앞에서 대놓고 난동을 부리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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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고, 울부짖고, 쓰레기통을 쾅쾅 차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주위가 떠나가라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경관이 다가와 경찰봉을 휘두르며 소피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시민 중 한명이 경관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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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예일 대학 학생인데, 예일 대학이 미식축구 경기에서 하트퍼드 대학을 이겼다고 좋아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거랍니다.

시끄럽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아요. 상부에서도 이들을 내버려 두라고 명령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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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소피는 소리 지르고 날뛰는 짓을 그만두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소피의 5번째 계획조차 실패했다.

'경관은 절대로 나를 체포하지 않는 것인가? 그 섬은 도저히 이를 수 없는 유토피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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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가던중 소피는 한 가게 안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가게 앞에 고급스러운 실크 우산을 세워 두었다.

소피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 우산을 덥석 집어들고는 유유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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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담뱃불을 붙이던 남자가 허둥지둥 쫓아왔다.

"그건 내 우산이오!"

남자가 화가난듯 말했다.

"아, 그러시오?"

소피가 비꼬듯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절도죄에 모욕죄까지 저지를 요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왜 경관을 부르지 않지? 그래, 내가 훔쳤소이다. 그렇게 바보같이 서 있지 말고 빨리 경관을 불러! 저 모퉁이에 경관이 서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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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갑자기 우산 주인의 기가 팍 꺾인 듯했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 것이니 제발 나를 용서해 주시오. 사실은 오늘 아침 어떤 식당에서 주운 우산 인데, 당신 게 분명하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틀림없이 내 거야!"

소피가 심술궂게 대답했다

남자는 미안한듯이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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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시도마저 실패하자 소피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공사 중이라 한쪽에 쌓아둔 흙더미를 발로 마구 차면서 걸어갔다.

우산은 인부들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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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소피는 번화가를 빠져나와 불빛도 소음도 끊어진 어느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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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소피는 어느 조용한 길모퉁이에서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섰다.

모퉁이에는 낡고 작은 교회가 서 있었고, 안에서는 오르간 연주와 찬송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과 함께 아름답고 거룩한 노랫소리와 맞닥뜨린 소피는 무엇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얼이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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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하늘에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자동차도 사람의 자취도 끊긴 길에 참새 몇 마리가 교회 처마 밑 에서 짹짹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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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의 울음소리는 찬송가 소리와 섞여 주위 풍경을 어느 시골 교회 안마당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교회는 어릴 적 소피가 주일마다 어머니와 함께 찾던 고향의 교회였다. 그 시절 그의 삶에는 경건한 어머니와 장미꽃, 이상과 친구들이 있었다.

교회 안에서 흘러나오던 그 찬송가는 미워하는 마음도 더러움도, 뻔뻔스러움도 없던 순백의 어린 시절에 그가 곧잘 따라부르던 노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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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소피의 마음속에 갑자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자기가 빠져 있는 깊은 구덩이와 자신이 보낸 타락한 나날, 자신이 가진 천한 욕망과 비뚤어진 희망, 못쓰게 된 재능, 비열한 동기가 부끄럽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또 다음 순간에는 이 신기한 감정과 함께 이상한 용기가 솟구쳤다. 이 절망적인 운명과 맞서 싸우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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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구덩이에서 나를 끌어내자.

다시 한번 참된 인간으로 힘을 다해 살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나는 젊다.

예전에 가졌던 꿈과 야망을 되찾아 다시 한번 건실한 인간이 되어 보자."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가 소피의 마음 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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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로 가서 일자리 를 찾아봐야겠다.

예전에 모피 수입상이 모피 운반하는 일을 맡아 운전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적도 있으니, 찾아보면 일이 없지는 않을 거야.

나도 이제 떳떳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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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누군가의 억센 손이 소피의 팔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떤 경관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아무것도 안하는데요."

"당신, 부랑자야? 한밤에 목적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은 선량한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이다. 자, 따라와

경관은 소피를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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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경범 재판소에서 판사가 소피에게 판결을 내렸다.

"섬에서의 금고 3개월에 처함."





경관과 찬송가 - 오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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