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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8월, 친구들도 만날 겸 여름휴가를 보내러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전 제주도를 방문하면, 특이한 어종들을 찾기 위해서 수산시장과 횟집들을 항상 둘러보는데요.

오늘은 나중에 친구들과 먹을 횟감을 골라둘 겸 수산시장 근처의 횟집거리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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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횟집 수족관에 가득 들어있는 자리돔들을 구경하던 도중, 반갑지 않은 손님이 눈에 띄었는데요.

칙칙한 회색 빛깔의 뿔소라들 사이에서, 훨씬 거대한 껍데기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녀석의 정체는 바로 나팔고둥(Charonia lampas sauliae)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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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제가 소개드린 적 있는 나팔고둥은 최대 30cm 전후로 성장하는 대형종으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고둥 종류에서 가장 거대한 종류입니다.

우리나라 남해의 청정해역과 제주도 해역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수심 10~50m 사이의 큰 바위나 암초 지대에서 살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종인데요.

나팔고둥은 닥치는 대로 잡아 먹어 해양생태계를 망치는 불가사리와 성게를 잡아먹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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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고둥의 껍데기는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장식품으로 쓰이거나 악기로 사용하는데요.

국악 <대취타>에 쓰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관악기, 나각(螺角)도 나팔고둥의 껍데기로 만듭니다.

또한 살코기가 크고 식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여러 이유로 많은 수가 남획되었는데요.

남획으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서식지까지 파괴되기 시작하면서, 나팔고둥의 개체수는 크게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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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해지자,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2012년부터 나팔고둥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 로 지정하여 이들을 엄중히 보호하고 있는데요.


만약 이들을 의도적으로 포획, 채취, 식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나팔고둥의 주 서식지는 뿔소라가 많이 잡히는 제주도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식당 주인이나 관광객들이 나팔고둥을 뿔소라로 착각하고 먹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하죠.

두 달 전에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도 한 횟집에서 나팔고둥을 만났지만, 연구소에서 자문을 구하고 돌아왔더니 나팔고둥이 사라져 있어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큰 아쉬움이 남았었는데요.

이번에는 해양생물 전문 구조기관에 바로 연락을 취한 후, 직접 방류하는 게 좋아보인다는 답변을 받고 횟집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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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횟집 사장님은 "보호종이면 풀어줘야죠. 알려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씀하시며 흔쾌히 나팔고둥을 건네주셨습니다.


보통 나팔고둥은 해녀나 소라를 주로 채취하는 어민들에게 잡힌 후, 뿔소라와 같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녀석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그걸 증명하듯, 녀석의 껍데기 입구 쪽에는 그물 조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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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하기 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나팔고둥을 촬영했는데요.

나팔고둥은 다른 고둥들에 비해 덩치가 크며, 길쭉한 원추형 모양의 껍데기를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나팔고둥의 껍데기 윗부분은 사진처럼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석회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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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안쪽을 보시면 됩니다. 녀석의 껍데기 안 쪽 입구에는 특유의 흰색 바탕과 대비되는 적갈색 패턴이 있는데, 이것이 나팔고둥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입니다.

또한 수족관에 들어 있을 땐 특유의 주황색 촉수를 밖으로 꺼내놓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구분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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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촬영을 마친 후, 녀석을 방생하기 위해서 제주도 서부두의 끝자락으로 이동해 녀석을 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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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나팔고둥 같은 해양보호생물을 만난다면, 119 또는 인근 해양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좋은데요.

나팔고둥의 경우, 해양생물 구조센터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나팔고둥 판매자에게 "멸종위기종이니 팔지 말고 방류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대부분의 돌고래와 고래 종류, 물개와 물범 종류, 해마 종류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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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놀러가서 밥 사먹을 때 그런 것까지 신경써야 하냐?"

맞는 말입니다. 애초에 식당으로 오지 않도록 어민들이 잡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한 생물의 운명을 바꿀 지도 모릅니다.

별 것 아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매우 더우니 열사병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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