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써보는 지금까지 키웠던 파충류들 간략한 사육 후기


2015년 즈음에 우연한 기회로 비어디 2마리를 키우다가 제대로 케어를 못해줘 소동물원에 분양 보내고 이후로 그냥 파충류랑 연관 없이 살다가

2019년부터 갑자기 또 파충류에 필이 꽃혀서 내 기준에선 엄청나게 과다하게 데려와서 키웠음. 


막 수백마리 키우는 사람들에게 비하면 별 거 아니겠지만 내 나름 다양한 종을 키우면서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이래저래 추억이 있음

그냥 심심해서 키웠던 애들 간략하게 써 봄



동헤르만 육지거북


-2015년 비어디 사육 이후로 다시 입문하게 된 파충류. 처음엔 딱 이녀석만 키우려고 했으나.. 많은 파창들이 알듯이 파충류는 한 마리로 만족하는건 힘들다..

결국 포켓몬 모으듯이 모으다가 현타를 씨게 얻어맞게 된다. 나처럼.. 안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사육인데, 파충류 사육 입문자들에게 무난하게 추천할만하다. 튼튼하고 밥 잘 먹고, 활동량도 적당해 보는 재미도 있다. 개체의 분양가도

그렇게 높지 않다. 다만 초기 사육 세팅시 비용이 조금 들긴하는데 직장인에게 큰 부담을 아닐 것이다.

오랜 수명이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헤츨링 때 데려왔는데 지금은 제법 묵직하게 잘 살고있다. 아마 얘는 수명이 다할때까지 데리고 있을 것 같다.



레오파드 게코


-동헤르만 육지거북에서 멈췄으면 좋았을텐데, 기어코 레게를 또 데려와버렸다. 내가 잼민이때부터 레게를 항상 키워보고 싶었기 때문에 결심이 서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 환경 문제였는지 거식을 오래 해서 속을 썩였으나 지금은 잘 먹어서 포동포동하다. 


솔직히 사육 재미는 크지 않다. 활동성도 많지 않고 기본적으로 야행성이라.. 근데 모든걸 다 씹어먹는게 레게의 미모다. 

아마 파충류 통틀어 제일 보편적으로 예쁜 파충류를 꼽으라면 대부분 레게를 꼽지 않을까? 사육이 노잼이라 분양 보내고 싶다가도 까만 눈동자와 방긋 웃는듯한

입매를 보면 사르르 녹아버린다. 




크레스티드 게코

-육지거북에서 한 마리를 더 데려오자 이때부터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남들 다 키우는 크레. 나도 안 키워볼 수가 없었다.

처음 데려와서 1년 정도는 정말 사육이 재미가 없었다. 어찌나 예민한지 내가 근처에 있으면 단 1mm도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걸 보고 싶어 방에 불을

꺼놓고 사각지대에서 1시간 가량이나 훔쳐본 적도 있다. 그래도 기척이 느껴지면 절대 안 움직이던 녀석이 1년이 지나자 희한하게도 내가 있든 말든 해가 지면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대유잼. 나도 모 파충류 카페에 들어가보면 크레 관련 글만 빼곡한 걸 보고 염증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인기가 많은 건 확실한 이유가 있다. 키우기 쉽고, 보는 재미도 있고. 누가 입문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할만하다.




리키에너스

-크레 다음 단번에 게코 최대종인 리키에너스로 점프해버린다. 처음 분양 받는 고가종이었기 때문에 손이 떨렸다. 

리키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고 분양 받았으나 전혀 예상 못했던건... 진짜 ㅈㄴ 사납다. 유튜브에서 리키 보면 대부분 손 위에서 꾸꾸꾸 거리면서 똥이나 싸고

멍청해보이는데, 사나운 놈은 진짜 맹견 저리가라다. 소리도 엄청 크게 질러서 무섭다. 나는 분양 후 초반 몇달은 하루 몇시간씩 꾸준히 만져주며 테임을 시도했으나

피차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서 지금은 건드리지 않는다. 아직도 내가 사육장 앞에 지나가면 대가리를 유리에 처박으면서 지랄을 한다.

밥은 잘 먹고 알려진대로 똥냄새가 지독하고 묽긴 하나 사육장 내에 분해생물을 키우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팬서게코

-2마리를 키웠는데, 진짜 엄청나게 귀여웠다. 작기도 작고, 행동도 다채로워 보는 재미가 있다. 소형종인데도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 손으로 피딩도 가능했다.

내가 사육장 앞에 지나가면 두 마리가 엑소테라 유리 앞쪽에 붙어서 날 빤히 보고 했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갑자기 두 마리 다 시간차를 두고 폐사했다.



팩맨

-사육 재미는 피딩 하는 것 외에는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그냥 밥 먹는 화분이랑 진배없다. 장점이라면 뭐든 잘 먹는다는 것. 먹성이 좋다는 것. 그리고 자세히 보면 엄청 귀엽게 생겼다. 



뉴트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비바리움,팔루다리움에 꽃혀서 거기 키울 수 있는 생물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뉴트에 눈길이 갔다. 

그 해엔 완전히 뉴트에 꽃혀서 당시 국내에 있던 뉴트는 모조리 다 한 마리 이상씩은 구했던 것 같다. 엔시엔시,중파벨,일파벨,금박이,스패니쉬,마블,크로카투스,스무스,크레스티드,앤더슨 뉴트 등등등...


뉴트 사육은 재미있다. 단 수생에 한해서다. 기본적으로 수생일때 뉴트들은 움직임과 먹성이 왕성하고 겁이 없어진다. 육생은 피딩할 때 외엔 얼굴 보기가 힘들다.

다만 히말라야랑 엠페러 뉴트는 제외다. 얘네는 뉴트들 중에서도 강아지라고 불릴만큼 친화력이 좋다.


지금은 거의 다 정리했는데 뉴트 사육 열심히 할 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화이트 트리 프록

-지인이 2마리 선물해줘서 키우게 됐는데 일단 너무 예쁘게 생겼다. 똥오줌을 엄청나게 많이 싸서 사육장이 금방 지저분해진다. 먹성이 좋고 밥 먹을 때 호들갑이 심해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철저히 야행성이라 밤에 일부러 사육장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는 이상 움직이는 걸 볼 일이 거의 없다.



차이니즈 워터 드래곤

-이구아나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이구아나의 미니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워터 드래곤이란 이름값 답게 물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나는 식물 파손을 감내하고 3자 팔루다리움에서 키웠는데 사육장과 아주 잘 어울렸다. 사람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먹성도 좋았음. 주행성이고 엄청나게 활발하고 행동도 다채로워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몇 년 키우다가 어느 날 정말 갑작스럽게 폐사했는데, 정이 많이 갔는지 눈물이 살짝 나더라.



이어리스 모니터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녀석을 접하고 완전히 뻑가버렸다. 판타지에 나오는 드래곤, 혹은 공룡을 떠올리게 하는 원시적인 외모. 또 당시엔 한참 팔루다리움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수생 사육이 가능한 이 녀석은 완전히 내 드림 파충류가 되어버렸다. 당시 매물이 없었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다가.. 한 파충류샵에서 수입 소식이 들려오고 나는 재빨리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사육 재미는 전무하다. 내 개체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짜 엄청나게 예민해서 밥 한번 먹이는 것도 힘들고 밥은 고사하고 얼굴 보는것도 힘들다.

얘네를 관찰해보니 생태 자체가 곰치랑 비슷하다. 좁은 곳에 긴 몸을 우겨놓고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다가 먹이가 지나가면 물고 다시 굴로 들어가버린다.

1년이고 2년이고 그 자리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얘가 죽은지 알았는데 어제 보니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더라..



카멜레온 게코(비엘라디)

-리키에너스의 미니미 버전 같이 생겼다. 입문용으론 크레가 무난하지만 좀 작은 녀석들을 원한다면 카멜레온 게코가 딱이다. 소형종은 보통 섬광이라 불릴만큼 엄청나게 빠른데, 이 녀석들은 작은데도 움직임이 느릿느릿하다. 종 자체가 태평한지 사람도 크게 무서워하지 않아 손도 잘 탄다. 먹성도 좋고,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잘 돌아다닌다. 보는 재미가 있다. 



모어닝 게코

-진짜 엄청 빠르다. 탈출하면 잡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처녀생식이 가능한 희한한 녀석들이라 알을 엄청나게 낳는다. 정말 끝도 없이 낳는다..

작고 빠른만큼 예민해 사람 기척이 들리면 재빨리 숨어버려 얼굴 보기가 힘들다. 짹짹 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혼자서 알도 낳는 희한한 녀석들.



하우스 게코

-아파트 앞에서 잡았다. 희한하게 야생 개체인데도 바로 슈푸 붙임이 되더라. 핀셋으로 주는 귀뚜라미도 잘 먹고. WC답게 예민하기는 엄청 예민함.


이스턴 스파니테일 게코

-위기를 느끼면 꼬리에서 끈적한 액을 발사하는 희한한 놈들이다. 사육 시에는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하던데, 나는 딱 한번 봤다. 지독한 냄새가 나더라.

사육 재미는 쏘쏘. 비엘라디랑 비슷한 크기.



암니콜라 리프테일 게코

-리프테일류를 키워보고 싶어서 데려왔는데 한쌍 중에 한 마리는 오래 지나지 않아 돌연사했다. 남은 한 마리만 키우는 중인데 역시나 많이 예민하고 움직임이 없어 사육하는 재미는 없다. 그래도 밥은 잘 먹는다.



바바투스

-나는 여러 마리를 키우면서도 딱히 해칭에는 관심이 가지 않아 쌍을 구해오더라도 딱히 알을 받으려는 노력은 안 해봤는데 처음으로 해칭의 기쁨을 알려준 녀석들이다. 어느 날 보니까 사육장에 그냥 애기들이 있었다. 다산의 상징이라 부를만큼 엄청나게 알을 낳았다. 둘이 금술도 좋아 싸우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나눴다. 너무 과한 사랑이 독이었는지 어느 날 수컷 생식기에 상처가 났고, 그 이후로는 애기들을 볼 수가 없었다..


바바투스 사육은 강추다. 못생겼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계속 보다 보면 정말 엄청나게 귀엽다. 이 녀석들 특징이 제 자리에 앉아서 눈만 데굴데굴 굴려서 눈치를 많이 본다. 눈도 얼굴에 비해 엄청 작아서 귀엽다. 파충류 좋아한다면 바바투스는 꼭 한번 키워보길 권한다.




키웠던 애들은 다 써보고 싶었는데 힘이 드네. 담에 또 쓰고 싶어지면 다시 써보겠음. 

지금은 열정이 많이 죽어서 초반에 데려왔던 애들이랑 특별히 정가는 애들 몇만 남겨놓고 정리 중임.


5년 정도 열심히 키웠는데, 좋은 추억이 많은 것 같다. 폐사든 분양이든 떠나보낸 애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다들 행복한 사육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