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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중앙집권의 전제군주 국가였다

개국부터 망국, 최소한 고종 때까지 국왕의 권력(Power)은 세도정치기를 포함해서 막강함을 넘어 절대적이었으나

국왕의 권위(Authority)에 대해서는 매우 굴곡이 많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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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세기까지 조선의 국왕은 혈통 자체로 만인지상의 절대군주였고 다른 권위를 내세울 필요도 없었다

태조, 태종, 세종의 후손인 신성한 혈통이 그 권위를 보장해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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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 중기가 넘어가면서부터 조선 국왕과 왕실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누구 때문이겠는가?

매우 단적인 예로 이괄의 난이 발발한 1624년 1분기 기준으로 조선에는 왕이 무려 세 명이 있었다

강화도에 유배된 광해군, 이괄이 한양에서 옹립한 흥안군, 그리고 공주 공산성(과거 백제 웅진)으로 도망간 인조, 게다가 이 3왕 중 권력은 다 빼앗긴 광해군이 명분으로는 가장 우월한 병신같은 상황

국왕을 폐위하고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이괄의 난과 두 번의 호란을 겪고 그때마다 도망쳤으며

그 중 한 번은 도망치지도 못 해 남한산성에 갇혀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청 황제에게 삼배구고두를 하는 전대미문의 굴욕을 겪었으며

말년에는 세자가 죽은 뒤 전례를 어기고 원손이 아닌 차남에게 승계시키는 괴상한 전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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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

호란 이후 서울, 지방 불문하고 선비들도 벼슬길을 끊고 출사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명분은 청나라 연호 쓰는 과거시험을 못 보겠다는 거지만, 실상은 인조-효종 정권에서는 일 못 하겠다는 것

세간에서는 "오늘날 세도는 산림(山林)에게 있다"고 할 정도로 국왕과 중앙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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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숙종이었다

숙종이 즉위했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14살

14살의 소년 군주는 나이 많은 원로 대신과 산림들에게 그 자체로 높고 권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잘 보살펴야 될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피셜 천성이 급한 숙종은 즉위한 그 해 환국을 단행하여 산림의 거두였던 송시열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다 날려버렸고 조정은 외척과 국왕의 친위 세력으로 채워졌다

이후로도 3번에 걸친 환국으로 붕당은 이제 집권과 실각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과 집안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되었고 왕의 마음이 언제 바뀌는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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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숙종의 전략이 환국이었다면

인간적으로 신하들을 다루는 숙종의 방법은 이러했다

평소에는 가까운 사람처럼 손 잡고 당신만 믿는다고 해주고, 잘 하라고 어깨 쳐주고, 왕이 직접 불러 선물(화살촉이나 도자기 같은 거) 하나씩 내려주다가

어느날 눈에 나면 그동안 기억해놓았던 사소하게 잘못하고 거슬렸던 거 하나하나 꺼내서 죽일 듯이 호통 치고, 조정에서 일했던 그 사람 가문 조상 이름 다 꺼내면서 펄펄 뛰고 나면

가스라이팅당한 신하들은 자기가 죽일 놈인 줄 알고 바짝 엎드려서 벌벌 떨게 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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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채)

연차까지 쌓인 숙종은 이제 권력을 가진 '군(君)'이자 범할 수 없는 권위의 '사(師)'의 지위를 모두 얻었고 학문과 학통의 옳고 그름까지 본인이 판단하는 초월적인 경지에 올랐다

환국이 지나간 자리를 보고 난 박세채는 '씨발 이러다 다 죽는다고'를 외치며 황극탕평론을 제시했고, 이제 국왕은 정치와 학문에서 높고 낮음, 크고 작음, 옳고 그름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숙종이 죽고 나서 후대의 국왕들은 그 권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으나 한편으로 인간적이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비정한 18세기의 절대군주상은 경종, 영조, 정조에게 계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