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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친구(가칭: 튜브)가 공유해준 시음회 소식이었다.


라인업을 보고 가격을 보고

다시 가격을 보고 라인업을 보고 황급히 되는 날짜로 신청을 넣었다.


아무리 하프(15ml)씩이라지만 바틀 가격이 못해도 150만부터 시작하는 고든앤맥페일(통칭 고앤맥 또는 GM) 코노세어 초이스 '어퍼' 등급 3종과 4~500만을 호가하는 벤로막 40년을 경험할 수 있는데 고작 20만원이라니..?


해당 시음회는 총 3회에 걸쳐 성수동의 도슨트 성수, 용산의 바 노츠, 그리고 바 텐트 충무로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며 어제인 12일이 그 시음회의 첫 개시일이었다.


그렇게 성수동에 있는 도슨트에 일찍부터 방문했고 거의 30분 가량 일찍 간 덕분인지 아직 사람들이 거의 없어 부담없이 자유롭게 이런저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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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쏘 셰리 TWA 픽이라던지 최근 풀린 TWA 독병들, 이런저런 윌슨앤모건 독병 고앤맥 독병 등등 꽤나 재밌어보이는 라인업이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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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민첩했으니 제일 좋은 자리에 착석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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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된 좌석당 간단한 페어링푸드(좌측부터 건과일 퍼지, 생강양갱, 딸기, 밤 만쥬?)와 생수가 구비되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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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시음회 라인업은 좌측부터


1.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글렌버기 1990 (31yo / 52.9% / First fill Sherry Butt)

2.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하이랜드파크 1989 (32yo / 51.9% / Refill Sherry Butt)

3.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쿨일라 1991 (31yo / 55.5% / Refill Sherry Butt)

4. 벤로막 40년 2022 RELEASE BATCH #1 (40yo / 57.6% / First fill Sherry Casks)


가 되시겠다.


이 날이 총 3회에 걸친 시음회 중 가장 첫날이었기에 모든 병을 뚜따해서 넥푸어 상태로 맛보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근데 그게 꼭 좋은건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고숙성 고도수는 많이 풀어서 먹어야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리.



시음 라인업을 처음 보면서 외관상 눈여겨본 특이점은 


1. 글렌버기의 바틀 뒷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씨간장에 가까운 진한 색상에 대체 얼마나 진한 셰리 캐릭터를 갖고 있을지 기대가 됐고


2. 리필 셰리캐스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퍼스트필 셰리캐스크에 버금가는 짙은 색상의 쿨일라는 예상이 안가는 색상에 과연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이윽고 사람들이 어느정도 다 모이고 나니 GM의 정식 수입사인 아영FBC에서 오신 분들이 준비해주신 GM에 대한 간단한 역사와 시음 예정인 바틀에 대한 이야기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들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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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앤맥페일 x 벤로막 The PINNACLE of TIME,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시간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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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위스키를 만드는데 있어 필수적인 세가지 요소로 위스키 스피릿, 스피릿을 숙성시킬 캐스크, 그리고 캐스크를 숙성시키는 시간을 꼽고 그 중에서도 '나무', 즉 캐스크를 가장 중요시 한다는듯 했다. 


또 GM은 보통 증류소에서 숙성중이던 캐스크를 통째로 사오는 여타 독립병입 회사들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규모가 되기에 증류소로부터 스피릿 상태의 원액만을 공급받아 자기들이 직접 공수한 캐스크로 처음부터 끝까지 숙성을 진행하여 출시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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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라인업은 크게 4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디스커버리, 디스틸러리, 코노세어 초이스, 프라이빗 셀렉션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 외에도 'Generations'라는 최소 숙성년수 70년 이상의 초고숙성 라인업도 점차 출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진짜 대부호들 한테나 의미있는 얘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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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앤맥페일 X 벤로막 답게 벤로막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벤로막은 1993년에 GM에 인수되어 약 5년 정도의 리뉴얼 기간을 걸쳐 1998년부로 재가동되었으며 현재 연간 스피릿 생산량 약 40만리터(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7/11/UUH3XQY3MNCRPDYWD2LT6PJXOA/) 정도의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참고로 글렌피딕의 연간 생산량이 최소 1000만리터 이상).


벤로막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모든 캐스크를 퍼스트필 캐스크로만 사용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버번캐스크는 세컨필 아니냐는 소리는ㄴㄴㄴㄴ).

역시 뒷배가 튼튼하니 요플레 뚜껑도 안핥고 버리는구나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앞의 잔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니 드디어 대망의 시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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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글렌버기 31년 / 하이랜드파크 32년 / 쿨일라 31년 / 벤로막 40년



각 잔을 개별적으로 찍진 않아서 바틀 사진으로 대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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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글렌버기 1990 (31yo / 52.9% / First fill Sherry Butt)

한줄평: 당신이 바래왔던..걸까? 클래식한 진간장 셰리 위스키.


N

- 우아한 황

- 묵직-한 건과일; 일반적인 셰리 위스키에서 느껴질법한 건포도 뉘앙스를 넘어선 어둡고 무게감 있는 몇년은 묵은듯한 건포도와 블랙 커런트

- 다크로스팅된 커피원두

- 묵직한 흑설탕

- 72% 카카오 초콜릿


전반적으로 진간장 셰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묵직한 향이다. 


P

- 매우 묵직하고 진한 건과일

- 유러피안 오크 느낌의 스파이스

- 커피원두를 씹었을 때 느껴질법한 쌉싸름함

- 은은한 황

- 묵직한 다크 초콜릿

- 흑설탕


아주 소량을 입 안에서 머금고 살살 풀자마자 같이 마신 친구와 눈이 마주치며 서로 실실 웃었다. 진간장 수준의 어두운 셰리 위스키에서 언제나 소망하고 바래왔던 아주 묵직하고 무게감 있으면서도 뭐 하나 과한 느낌은 없는 맛이 풀어도 풀어도 끝이 안난다. 다만 건과일의 느낌보다도 묵직한 흑설탕과 다크초콜릿의 노트가 더 주가 되는 느낌이다.


F

- 커피원두의 쌉싸름함

- 묵직한 건과일의 여운

- 묵직한 흑설탕의 여운

- 전반적으로 매우 긴 피니쉬


총평

- 막 복합적이진 않으나 모든 노트의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묵직하다. 

- N-P-F의 모든 과정이 비슷한 향조로 지속되는게 매우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첫 시음에는 강력한 1위였던 인상에서 오히려 시음회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퍼포먼스가 내려가는 느낌을 받은 위스키. 어쩌면 강력한 노트에 점점 입과 코가 피로해져서 그럴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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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하이랜드파크 1989 (32yo / 51.9% / Refill Sherry Butt)

한줄평: 더 넥타 오브 헤더 플라워


N

- 풍성한 헤더꽃

- 깔끔하고 선명한 맑은 꿀

- 깔끔하고 선명한 맑은 바닐라

- 브리딩 1시간정도가 지난 후부터 올라오는 글렌카담이 연상되는 멜론 등의 박과류

- 브리딩 1시간 반 정도가 지나니 올라오는 은은한 술지게미 이때 부터는 힘이 좀 빠진다는 느낌이어서 얼른 마셨음.


P

- 플라워 부케

- 매우 선명한 맑은 헤더꿀

- 오일리한 질감

- 약간의 쌉싸름한 탄닌감

- 전반적인 맛에 대한 인상은 정말 꽃에 담긴 꿀을 마시는 듯한 꿀물 그 자체이다.


F

- 갑자기 올라오는 피트의 고소함

- 깊은 숨을 내쉬니 느껴지는 은은하면서도 선명한 헤더꿀과 바닐라의 노트가 매우 길게 지속된다.


산뜻한 헤더꿀물과 플라워 부케의 느낌이 평생을 데일리로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전혀 부담이 없다. 역시 고숙성 하이랜드파크의 캐릭터와 가장 어울리는건 리필 셰리벗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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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든앤맥패일 코노세어초이스 어퍼 쿨일라 1991 (31yo / 55.5% / Refill Sherry Butt)

한줄평: 헬스장 다니는 울끈불끈한 중년 피트 아저씨


N

- 고소~한 흙내음의 피트; 일반적인 고숙성 피트 위스키에 대한 예상과 전혀 다르게 피트의 존재감이 매우 선명하다.

- 은은하게 절제된 스모키

- 은은한 레몬 시트러스

- 1시간 이상 브리딩 시키니 고소함과 스모키는 내려오고 얼핏 플로럴한 느낌의 순수 피트 느낌이 지속된다.


P

- 여전히 매우 선명한 흙내음 계열의 피트; 거의 12~15년 급의 피트 위스키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함.

- 담뱃재, 하얀 숯 느낌의 스모키

- 피트에 이어지는 매우 고소한 몰티함


F

- 입에 살짝 남는 오일리함

- 은은하게 지속되는 포트샬롯 10년 느낌의 약간 플로럴한 피트

- 고소한 몰티함

- 전반적으로 고소한 피트가 견인하는 긴 피니쉬.


짙은 색상에 비해 의외로 정직한 리필 셰리답게 셰리 캐릭터라 생각될법한 건과일 노트들은 거의 못느꼈다. 

리필셰리벗이 이런 색상이 나온다는게 잘 이해가 안됐는데 아무래도 캐스크에 헤비챠링 기법을 써서 그런 것 같다. 


30년 이상의 숙성년수가 무색하게 오히려 12~15년 정도로 한창 때의 피트 위스키처럼 아주 강력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외치고 있다. 

아빠 안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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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벤로막 40년 2022 RELEASE BATCH #1 (40yo / 57.6% / First fill Sherry Casks)

한줄평: 치타는 웃고있다.


N

- 생각보다 낮은 발향

- 적당한 건과일

- 약피트

- 브리딩 1시간 후 점점 올라오는 달달한 바닐라

- 브리딩 1시간 30분 후 점점 진해지는 바닐라와 비교적 후레쉬한 건자두 느낌의 건과일

- 브리딩 2시간 후 폭발하는 건자두와 오렌지 껍질 당절임


P

- 비교적 가벼운 계열의 건과일, 바닐라

- 미약한 황; 거의 느끼기 힘든 정도.

- 1시간 브리딩 후 점점 올라오는 건과일과 특히 바닐라

- 2시간 브리딩 후 폭발하는 건자두와 바닐라에 절인 시트러스 과일 바구니


F

- 은은한 건과일이 진득하게 오래감

- 은은한 바닐라가 매우 오래도록 지속됨


가장 슬로우 스타터. 처음부터 '우와' 소리가 나오던 앞의 녀석들에 비해 노징때는 생각보다 그리 풍성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벤로막 15년 정도는 될까 싶은 적당히 좋은 건과일의 뉘앙스와 약피트에 솔직히 기대감에 못미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변화가 미미하더니 1시간이 지나니 반건조 과일과 특히 바닐라 노트가 진해졌고 2시간이 지나니 당도가 폭발하는 반건조 과일 바구니가 되어있었다. 


이런 느낌은 예전에 타이중의 몰트바에서 마셔본 고든앤맥페일 스페이몰트 맥켈란 24년에서 비슷하게 느껴본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물 두어방울을 떨어뜨리고 약 40분에 걸쳐 압축돼있던 노트가 풀리면서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폭발하더니 그 끝에 스피릿의 밋밋한 느낌만 남게 되는 압축-연소-배기 수순의 다이나믹한 노트 변화를 겪은 적이 있었다. 위스키의 캐릭터가 한 잔 안에서 어디까지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는지 확실하게 체감한 한 잔이었기에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벤로막 40년에서는.. 2시간이 지나도록 정점을 향해 계속해서 더 강력한 연소를 하다 기어코 시음회가 끝이 날 때까지 풀 쓰로틀을 당겨버리는 아주 무시무시한 체급을 가진 치타의 이미지를 받았다. 40년 숙성의 힘은 절대 거저 들어있는게 아니었다.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가장 강렬한 한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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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를 끝으로, 전반적인 고든앤맥페일 코노세어 어퍼 위스키들에서 받은 공통적인 느낌은 이렇다.


1. 고숙성에서 흔히 걱정할 법한 우디함이 전혀 모나지 않는다. 세 위스키 모두 '우디한가?' 라고 되물어봐도 잘 파악하지 못하겠을 정도로 고숙성다운 무게감은 어느정도 주면서도 전혀 튀지 않았다.


2. N-P-F의 구조감이 정말 튼튼하다. 노즈에서 예상되는 맛이 팔레트에서 이어지고, 팔레트에서 느껴졌던 뒷맛이 그대로 피니쉬까지 끊기지 않고 쭉 길게 이어진다. 마치 피라미드를 쌓은 것 같다.


3.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스크로 쌓은 정말 탄탄한 피라미드 꼭대기에 각 증류소의 시그니쳐 캐릭터가 여전히 선명하게 올려진 아름다운 스피릿과 캐스크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GM은 확실히 자기들이 어떤 위스키를 만들고 있는건지 완벽하게 꿰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내 코노세어 스카파 17년은 왜이럴까?


이런 놀라운 경험을 이런 가격에 무려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데 새삼 국뽕이 차오른다..

이런데 또 가려면 열심히 돈벌고 더욱 민첩하게 신청해야겠다.





여담으로 처음 한바퀴 돌고 개인적인 순위는 글렌버기 31년 > 하이랜드파크 32년> 벤로막 40년 = 쿨일라 31년 이었으나

시음회가 끝난 후 개인적인 순위는 벤로막 40년 >> 하이랜드파크 32년 > 글렌버기 31년 = 쿨일라 31 이었음.

같이 시음했던 튜브 친구도 글렌버기를 첫입에 압도적인 1순위로 뽑았다가 점점 슬슬 밀려나더라ㅋㅋ


+ 시음자들은 시음 이후 바 내부에 있는 아영FBC에서 수입한 라인업에 대해 잔술 25% 할인 혜택도 있었음! 좀 애매하게 기억나서 고앤맥 한정일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