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독갤에 결산글은 꾸준히 올렸던 것 같은데 다른 게시글들은 귀찮아서 잘 안 올렸었다. 그래도 이번에 마음먹고 거의 2년만에 해외에 있는 서점을 탐방하고 소개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2년 가까운 공백기 동안 내게 적잖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내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10년간 살았던 필리핀을 뒤로 하고 다룬 동남아 국가인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는데 확실히 필리핀보단 책 읽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명동 정도 되는 곳인 부킷 빈탕에 위치한 대만계 서점 eslite spectrum(성품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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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부킷 빈탕으로 가면 으레 쇼핑하러 가는 파빌리온 몰 바로 건너편에 있는 스타힐 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입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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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다다르면 따끈따끈한 신간책들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하루키 옹의 신작 도시와 보이지 않는 벽들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몇달 만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는데 영역본은 풀린지가 얼마 안 된 모양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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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있는 가설 무대이다. 가끔 열리는 북콘서트나 판촉행사를 여기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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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무대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있는 문구점 코너다. 아기자기한 문구류나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라이팅 부티크라는 곳도 있는데 가격이 한화로 몇십만원대부터 만년필부터 지금도 이런 걸 쓸까 싶은 편지 개봉용 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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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무대로 돌아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본격적으로 서가가 보인다. 으레 서점마다 있는 베스트셀러 코너를 봤는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죽떡먹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 생각은 비슷한지 한국 책 번역서들 중에서도 잘 팔리는 건 힐링 에세이랑 불편한 편의점류의 소설인 것 같았다. 그 외에 여기서 꽤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빈티지 클래식즈 시리즈도 눈에 밟혔다. 특정 셀렉션 책을 구매하면 머그컵을 사은품으로 줘서 본인도 오래 전에 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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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매대를 지나 더 들어가면 미술, 건축, 패션, 영화 서적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 교양서부터 화집 화보 등 여러 종류의 책들이 책장에 꽃혀 있는데 몇달 전 게시글로 올렸던 미시마 화보집이 바로 여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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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켠에는 잡지만 모아놓은 매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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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 복도로 여러 분야의 책들이 매대에 쌓여 있는데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옌롄커 작가의 영역본이었다. 표지 일러를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풍의 그림으로 찍어놓은 게 퍽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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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외에도 한국이랑 일본 문학만 모아놓은 매대도 있었는데 한국쪽에서 가장 메인은 뭐니뭐니해도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가의 작품들이었다. 일본쪽은 화제성으로는 역시나 월클인 하루키옹 작품들이 우수수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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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복도 측면으로 꺾으면 각 분야에 따라 책들을 꽂아놓은 방이 있다. 인테리어가 아늑하면서도 깔끔해서 그냥 방안에서만 시간만 보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인문과학 분야 서적을 모아놓은 방에는 책상이 있는데 앉는데 단 한푼도 받지 않다보니 여기엔 책읽는 사람보단 공부하는 사람들로 매번 만석이다. 예전엔 책상이랑 의자가 더 있었는데 지금은 책상을 하나 치우고 책장을 하나 더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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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 있는 책은 역사, 철학, 정치, 법학, 종교 심리학 등의 인문분야릉 총망라하는데 고전부터 요즘 시사에 편승하는 가벼운 교양서까지 다양하게 꽃혀있다. 장서량은 좀 아쉬워도 제법 다양한 책들이 꽃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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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으로 연결된 다음 방은 문학만 모아놓은 방이다. 본인이 이 서점에 들르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구경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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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가장 내 이목을 끈 건 보들레르의 시집인 악의 꽃인데 불어 원본이랑 영역본이 같이 인쇄된 대역본이다. 표지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예뻤다. 그 이외에도 여러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여럿 보였다. 그중에 챈들러의 빅슬립을 한 번 펼쳐서 봤는데 첫문장부터 꽤 맛있어보여서 얼떨결에 사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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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 눈을 돌아가게 만든 책장으로 펭귄 클래식 시리즈만 모아놓은 책장도 있는데 보기좋게 잘 정리 되어 있어 사는 책이 없어도 한 번씩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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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클래식즈만 모아놓은 책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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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붕이들의 관심사를 크게 차지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자기계발이랑 경제관련 서적도 적잖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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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량이 많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인 만큼 말레이어 책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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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술하였듯이 이곳이 대만계 서점인 것도 있고 말레이시아 인구의 적잖은 인구를 차지(전국적으로는 23%, 쿠알라룸푸르 인구로는 거의 절반)하는게 중국계라 중국어 서적도 꽤 많다. 문학 쪽 코너에는 중문힉의 아버지인 루쉰 작품 선집부터 해외작가들의 중역본까지 같은 서점 안에 있은 영어책들 라인업에 별로 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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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기에서는 말레이시아 국적이 아닌 사람이 여권을 보여주면 할인 바우처북을 나눠준다. 도서뿐만 아니라 서점 안에 있는 부티크랑 카페에서도 사용가능한 바우처도 있다. 내 기억으로는 도서 할인폭은 5% 밖에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권만 있으면 받을 수 있고 없는 것 보단 나으니 말레이시아 여행가는 독붕이라면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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