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라이카 이야기가 많아서 글을 한번 써봄.


예전에 내가 라이카 왜 쓰는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지우개 잘못쓰는 바람에 디사갤 글이 통째로 날라가서 새로운 마음으로 좀 정리해서 써볼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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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잡히는대로 쓰는 편이고, SOOC은 아예 없고 모든 사진을 보정하는 편임.

사진에 왜 소니, 후지냐 물어보면 소니 후지 RAW 컬러사이언스 자체가 보정할 때 제일 열받아서 브랜드 인증 겸 꼽사리 끼워줌.


내가 찍은 작업물을 좀 남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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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을 찍는 사람인지가 중요할 것 같아서 위 사진들로 님들 멋대로 재단해주길 바람.

라이카로 찍은 것들과 아닌 것들의 구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평소에는 EXIF 안보이는걸 선호하나 오늘은 좀 남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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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어떻게 라이카를 사게 되었는가?


이제 거의 10년 전이 되어버렸는데 아까 말했듯 나는 아무 카메라 잡히는대로 쓴다.

그 시절에도 디사갤이나 틀르륵이나 갈드컵에 꼭 끼이는건 라이카였음.


수호단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싸움이 일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슷하다 생각함.


본인은 대부분의 브랜드를 다 사용해봤는데, 그 이유는 "써보고 욕하자"라는 개똥 철학이 있었기 때문임.

일단 대부분 브랜드를 비난하는걸 일삼는 모두까기이기에 라이카 갈드컵엔 감히 참가하지 못하고 있었음.


워낙 사기에 부담스러운 금액대이기도 하고 당시 대학원생이었기에 어차피 세상구경도 거의 못나가서 살 생각 없었음.

그러다 어떤 프로젝트며 대회며 뭐가 잘 되어서 갑자기 큰 돈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 때다 싶어 산게 라이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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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래서 처음 써볼 때 어땠음??



첫 느낌은 찍어나가는 모든 경험이 필름이랑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음.

예를 들면 모든 순간에 조리개를 조작해야하고, 모든 순간에 노출을 고민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음.


그런데 차츰 사진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함.


당시에 나는 흔히 다들 겪는 매너리즘에 한창 빠진 시기였음.

이게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건지 내가 찍는건지 모르겠고 대부분의 사진은 카메라가 알아서 해주는 느낌을 받을 시기였음.


이게 스마트폰과 화질말고는 차이가 있나? 기록의 용도 외에 카메라 취미 자체가 의미가 있나? 싶을 시기.

이미 그 나이에 사진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갈 즈음이라 더더욱 그런 것도 있었던 듯 함.

(본인은 고교시절 미술쌤의 빡센 협박 비스무리한 츄라이츄라이 잡숴봐로 사진을 시작했음)


좀 쓰다보니 사진이 모여서 이래저래 보게 되는데 이제서야 내가 진짜 사진을 찍는구나 싶은 순간이었음.

라이카에서 조작을 말하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종종 볼 때 마다 "그거 다른 카메라도 다 수동으로 할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말이 이제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음.


최근 라이카들은 조금 덜하지만 당시 라이카는 특정 감도에서 에베베 거리거나 화질구지가 되거나 하는 문제가 많았음.

그리고 특정 렌즈들은 포커스 쉬프트가 심해서 초점을 맞출때도 조리개를 조음에 따라 일부러 후핀/전핀 등 컨트롤이 필요했음.

포커스 쉬프트는 뭐 쓰는 렌즈들이 올드렌즈도 즐비하니 지금도 마찬가지임.


누구에게는 탈출의 이유가 되고 누구에게는 유지의 이유가 되는 지점이 딱 여기인데

이게 내가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강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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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필름도 되잖슴???



그래서 한동안 필카도 많이 사고 많이 찍고 했음.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사진 피드백이 굉장히 느리다는 점.


이게 필름에서는 어떻게 찍었는지 절반은 잊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롤 소비하는 텀이 길면 항상 그랬음.

그런데 디지털은 그날 찍고 그날 쪄오고 하니 사진 경험에 대한 스스로의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고 잦았음.


결국 그게 "아 이렇게 찍을걸"이 엄청 많아졌다.

카메라의 조작부터 시선의 선택이라던지 아무래도 그 때의 기억이 더 잘 나니 좀 더 정교해졌다 해야하나.


암튼 그럼.




ㄹ. 그래서 라이카로 뭘 얻었는가?


내가 그냥 뭘 찍었는지 보여줄 겸 찍은걸 봐도 알겠지만 사진이 뭐 썩 대단하지도 않고 별거없는 일상임.

그래서 얻은 점도 누군가에겐 되게 사소할 수 있고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함.

실질적으로 사진 실력이 막 느는것도 아니고.. 제일 큰 차이라면 내 사진을 스스로 보는 시선은 확실히 바뀜.


겸사겸사 몇가지 정리하면



1. 레인지 파인더


이건 X100이나 X-Pro 시리즈를 쓰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내용일텐데 얻는 점과 잃는 점이 극명하다.


장점: 블랙아웃프리, 리얼타임 이런게 다 구조적으로 오는거라 셔터 랙이 덜 느껴진다는 점, 화각 바깥의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

단점: 망원 쓸 때 초점 맞추기 힘들어서 결국 50mm 까지만 쓰게 됨. 디지털 주제에 높이 앵글 이런게 고정 됨.


단점은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것 같다고 느끼고, 장점은 이게 생각보다 되게 크다는걸 다른 카메라를 잡으면 역체감함.


특히 스트릿을 찍게 되면 사람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오지 않을 타이밍, 차가 지나갈 타이밍 같은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음.

프레임 바깥이 보이니까 예측 범위가 상당히 늘어나는 셈. 넒은 화각으로 찍어놓고 원하는 부위 매번 크롭하는 걸 실시간으로 하는 느낌임.

그리고 프레임 바깥이 보이는 만큼 어떻게 찍으면 더 잘 보일지 어떤 걸 걷어낼지 어디까지만 찍고 싶은지 결정하는데에 굉장히 도움된다.


그 치명적이라는 단점은 LCD가 없을 때 나타나는 사진에 대한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는 것임.

SLR때 부터 사진을 하던 사람들은 다들 느끼겠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면 본인의 키에 따라서도 사진 취향이 굉장히 갈린다.


장신일 수록 앵글이 낮아지기 어렵고, 단신일 수록 피사체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한정적여짐.

근데 라이카는 파인더를 보면서 찍으니 더더욱 이 눈깔 높이에 딱 고정되는 느낌이라 시선이 굉장히 한정된다.


"아닠ㅋㅋㅋ 그럼 라이브뷰 하면 되짘ㅋㅋㅋ" → 그럴거면 타사 쓰셈 왜 라이카 씀 이라고 일축할 정도라고 봄.



2. 카메라가 예쁘다.


예뻐서 좋다는게 다른 사람들도 예뻐한다는 것임.

아마 모든 풀프레임 카메라 중에서 상대방이 찍히는걸 가장 덜 부담스러워 하는게 라이카 아닐까 싶음.


확실히 인물 사진에서 그 어떤 카메라를 쓸 때보다 상대방이 편해지는데 시간이 덜 걸린다는 것을 느낌.

사람 데려다가 연출 사진 할 때 모델이나 연기자도 몸 풀리는데 최소 30분은 걸린다.


포토의 역량에 따라 그 긴장을 푸는데 시간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라이카로 초장에 먹고 들어가면 약간 날먹하는게 있음.

당연히 일반인이면 더 차이나겠지?


단점: 이런 이유로 내 라이카 사진은 대부분 인물이라 여기 올리기가 좀 그럼.


결정적으로 캐논 L 마냥 똑같이 비싼거 샀는데 와이프한테 덜 혼남. 평소 비슷한 가격대의 물건 샀을 때에 비해서 덜 혼남 확실히.



3. 기회비용 (감가상각, 크리틱 등)


평소 다른 사람의 사진은 크리틱을 할 일이 많았는데 정작 전시준비하면서 내 사진 크리틱하는 경험은 좀 적었다고 생각했음.

이미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지나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그런 점이 단박에 해결되기도 함.

앞에서 왜 고찰하게 되는지는 말했으니 굳이 여기선 말 아끼겠음.


그리고 뭐 파인아트 하는 애들은 다들 그렇지만 낭만이고 돈이없다.


라이카? 무리해서 살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험 가격으로 싸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가 있었음.


나는 라이카를 굳이굳이 렌즈는 에디션을 사서 썼는데, 이게 중국에서 콜렉터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점점 오르는 것임.

덕분에 카메라를 쓰는 내내 적어도 감가는 거의 없고 어떤 면에서 사용감에 따라 시기에 따라 유지비 관점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음.


실제로 그거 때문에 돈을 벌기도 했는데 라이카를 계속 써야하는 입장에서는 내 집값 올랐을 때 남들 집값 같이 오른거랑 같아서 의미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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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그 중 제일 크게 남은 것


사진에 대해 확실히 너그러워졌음.

칼핀 아니면 카메라탓, 흔들려도 손떨방 궁시렁 어쩌구 저쩌구 DR이 낮니 어쩌니


이거 라이카는 다 하자있어서 적어도 하나는 찐빠나는 것들임.

그런 것들 신경안쓰게 되고 조금 너그러워진 채로 화질도 덜 따지고 사진 찍게 되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김.

여유가 생기는 만큼 사진 시선도 또 더더욱 달라진다.


예전에는 흔들리면 사진 버리고 감도 너무 높으면 버리고 핀 안맞아도 버리고 이랬는데

결국 남기는게 중요하다는걸 많이 알게 해줌. 살릴 방법이 많다는 것도 알게 해줌.



ㅂ. 마무리


보니까 라이카 욕하는 애들도 많고, 그저 명품이다 자랑하려고 산다고 느끼는 애들도 있는데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함.

똑같이 라이카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음.


비슷한 예로 예전 동호회 니끼끼 사건보면 재밌는거 많음.

SLR 시절에 뭐 소니보고 그런걸로 사진 찍히냐 묻는 니끼끼들 캐논할배들 많았던거 생각해봐라.


그 사람들이 라이카 사서 룩스가 좋니 크론이 좋니 그들만의 갈드컵 하는거임.

양아치가가 K5로 양카처럼 타다가 다른 차 넘어간거랑 똑같은거임.


유독 라이카 자랑에만 긁힌다 싶은 애들이 있다면 그건 그냥 니들이 갖고 싶은거임.

틀내아조시들 렌즈 자랑 원투데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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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요약

1. 라이카 사진 매너리즘 깨는데 딱임. 사진 보는 시선 확실히 바뀜.

2. 나도 예쁜데 남들도 예뻐함. 인물 사진 찍을 때 상대방 덜 부담스러워함.

3. 감가 없거나 오히려 오르거나 해서 돈 안들이고 사진 찍을 수 있음. 와이프한테 덜 혼남.




마무리로 사진 몇 개만 던지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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