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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 제국의 황제 바실리우스 2세(958~1025)






대개 '황제의 삶' 하면 화려한 궁전에서 고급스러운 생활을 하며 만인의 추앙을 받는 그런걸 꿈꿀텐데 

이 양반은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문화 활동은 관심 밖

딱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옷도 대충 차려입고 외모도 안 가꾸고  

웅장한 건축물? 성대한 의식? 돈만 나가고 귀찮은 짓이라고 싫어했다.

게다가 여자에도 관심이 없어서 황제인데도 평생 결혼을 안하고 독신으로 살았다.

결혼만 안한게 아니라 아예 여자와의 로맨스 자체가 단 하나도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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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황제의 유일한 관심사는 ‘제국 경영’ 뿐 

그는 근면한 행정의 달인이었으며 승률높은 훌륭한 장군이었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전쟁터마다 직접 출정해서 몸소 지휘를 하며 

사방에서 덤벼드는 제국의 강적들을 모조리 처발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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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고 냉정한 성격답게 그는 일시적인 용맹이나 번뜩이는 기책을 불신했으며 

군대 전체를 하나의 기계처럼 정밀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여 

정공법으로 적군을 확실하게 차근차근 격파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면 전쟁이 길어질때도 있었지만 

이 지독한 황제는 눈이 오나 폭풍이 몰아치나 묵묵하게 병사들과 함께 야전에서 굴렀다. 

심지어 그는 전투지휘장비검열을 직접 하기까지 했는데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이 일선부대를 방문해서 병사 개개인의 장비상태를 점검하는 셈이니 

얼마나 지독하게 일밖에 모르는 성격이었는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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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쟁이 없으면 집무실에 틀어박혀 쌓여있는 서류를 처리하고 

다른건 신경안쓰고 오로지 공무에만 몰두하는 완벽한 일벌레였다.

그의 치세에 동로마 제국은 중흥기를 맞았으며 

외적은 모조리 무릎을 꿇었고 국가재정은 몇년치 예산이 남아돌 정도로 풍족해졌다.





이런 경외로운 일처리 능력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했지만

그 존경이 애정과 사랑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로봇처럼 일만 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 황제를

사람들은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황제는 주위의 그런 평판을 딱히 서운해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관심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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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특이한 점은 그의 관심사였던 ‘제국 경영’이 

오로지 그의 생애에만 한정됐다는 것이다.

생각있는 지도자는 무릇 자신이 죽은뒤를 걱정하는게 당연하고 

유능한 후계자를 양성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하기 마련인데 

그는 이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결혼을 안했기에 후계자도 없었으며

형제나 친척들을 딱히 신경쓰지도 않았다. 

마치 뒷일은 알바 아니고 내 생애에만 신경쓰면 된다는듯이

그렇게 미친듯이 일만 하던 황제는 마지막까지 군사 원정 계획을 세우다가 67세에 사망했고

그의 뒤를 이은 황제들은 하나같이 그보다 못했기 때문에 동로마 제국은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혹자는 그가 마치 토탈워나 문명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현실에서 플레이하는 사람같다고 평하기도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후계자 문제가 이해될지도 모른다.

일단 엔딩을 보고나면 그뒤에 게임이 어떻게 되건 신경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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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누구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누구의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사랑은커녕 그를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절친한 친구도 없었던 듯하다. 비잔티움의 역대 황제들 중 그처럼 고독한 사람은 없었다.” - 존 줄리어스 노리치 [비잔티움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