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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태어나면서 부터 일본 국민이었다. 
그것도 병역의무도 참정권도 없는 2등 국민이었다.
우리들이전 쟁터에 나가 죽는 대가로 남은 
동족들의 지위가 향상되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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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있었던 일본군 제224부대 병영 안에서 
징집된 육군 일등병으로 폭약상자를 등에 메고 
적군의 전차 밑으로 뛰어들어 자폭하는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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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전쟁이 몇달만 더 끌었더라면 
저는 아마 어느 전선엔가 보내져서 
훈련받은 그대로 인간 지뢰가 되어 
적군의 전차 밑으로 뛰어들어 죽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저와 탁경현씨는 지금 똑같이 
반민족행위자라는 말을 듣고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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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현씨가 죽은 후 석 달 만에 
우리나라는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 해방은 우리가 싸워서 얻은 성과가 아니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돌변에 의하여 
저절로 주어진 요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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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살아남았던 저는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6·25전쟁 때 경찰전투요원으로 참전하였습니다. 
지금은 국가유공자로 대우받으면서 안락하게 살고 있습니다. 
반면 그때 죽었던 탁경현씨는 일본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 
반민족행위자라 하여, 외로운 넋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조차 같은 동족들에 의하여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불공평합니다. 
살아서 국가유공자 행세를 하고 있는 
제가 죄스럽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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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현씨와 저는 나이도 그 당시 20대 
전반으로 같은 세대였습니다. 
저희들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일본 국민이었습니다. 
그것도 무기력하게 나라를 잃은 선대들의 원죄를 물려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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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무렵부터 저희들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바로 대놓고 '조선진(朝鮮人)' 하고 
민족을 비하(卑下)하여 부르던 그들이 그 말을 쓰는 것을 
스스로 금기시하게 되고, 대신 지역을 말하는 
'한토진(半島人)'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너희들에게도 곧 참정권이 주어져서 
우리들과 같은 권리행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일본인 친구가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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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는 대가로 뒤에 남은 
동족들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리라는 것을 믿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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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죽을 바엔 일본인 병사들보다 더 용감하게 
죽어서 조선 젊은이의 기개를 보여주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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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나라 잃은 
선대들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이제는 구차스러운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지금 반민족행위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세대의 대부분이 어떻게 되어서이든 간에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냈고 오늘의 대한민국 위상을 이루는 데 기초를 닦은 세대이기도 하다는 것만은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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