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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다 보고 도로 카후카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을 술 없이 보낼 수는 없는 법

근데 카후카는 죄다 스낵 아니면 가라오케바라 적절한 이자카야를 찾는데 애로사항이 다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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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터미널 근처에 있는 이자카야

이름은 모른다 저 한자 어떻게 읽는지 모르거든

사케를 한 잔 시켰는데 저게 무슨 사케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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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리의 물을 사용해서 만든 사케다

리시리에서 직접 생산하는 사케는 아니다 생산은 시즈오카였나 나가노였나 거기서 한다

그래도 리시리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마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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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여행기에서 언급했던 바다사자 고기를 먹은 곳이 바로 이 이자카야다

메뉴에 토도가 보이길래 시켜봤는데 진짜 토도 고기가 나왔다...

이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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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는 큰바다사자의 일본명이다

레분 근처에 많이 살다보니 식재료로도 쓰는 모양

안주로 나온 건 바다사자의 지느러미 부분을 초무침해서 내놓은 요리였다

의외로 비리다거나 냄새가 심하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먹을만했음

이자카야 사장님 말로는 지느러미 말고 고기 부분은 냄새가 심해서 레분 사람들에게도 호불호가 세게 갈린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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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 한 잔 하고 숙소 욕탕에 몸 한 번 담궈주고

나른한 기분으로 유카타를 입고 밤 산책을 나왔다

전날 리시리에서 봤던 별과 은하수가 너무 기억에 강하게 남아서 혹시 별이 보이지는 않을까 싶어 나온 것이었는데

낮의 날씨대로 구름 때문에 별이 안 보여서 다소 낙담하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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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오옷

구름이 조금 걷히면서 별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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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길로 언덕 올라가서 레분 에델바이스 군생지 가는 루트 입구 즈음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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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항구쪽은 가로등이라던가 빛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가로등이 없는 곳까지 온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잘 보였으면 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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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시리에서 본 만큼은 아니지만 구름 사이로 꽤나 많은 별들이 나의 마지막 밤을 비추었다

진짜 곰이 없는 곳이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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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짤은 나중에 대조해보니 대충 저런 구도였던걸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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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날이 밝고 레분을 떠날 때가 왔다

리시리도 그렇고 이 짧은 시간 안에 레분도 꽤나 정이 들고 말았다

근데 배 타러 나오니까 갑자기 카후카의 주민들이 나와서 갑자기 춤을 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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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춤을 추고 잇테랏샤이를 크게 외치자

갑자기 이번에는 배에서 잇테키마스하고 크게 외침이 돌아왔다

대충 들어보니 뭔가 대회라던가 중요한 일 때문에 중요한 일 때문에 주민 일부가 본토로 가는 길인가봄

청춘물에서 많이 보던 그런 상황

엑스트라 입장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섬에 두고 온 소꿉친구(예쁨, 갈색피부)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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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레분을 떠났다

주민들의 잇테랏샤이가 마치 나에게도 하는 말 같아서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그래... 언젠간 다시 올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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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숙소에서 전날 예약해놓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알고보니 숙소에서 미리 1000엔을 내고 말해두면 배 위에서 먹을 수 있게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어서

냉큼 신청해뒀다

첫 배를 탈 때 달리 아침을 먹을 곳이 없는 것을 얘네도 잘 아는 모양이다

맛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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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카나이로 돌아가는데 새삼 하늘의 날씨가 바다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었다

구름 낀 왼쪽 바다는 칙칙한데 화창한 오른쪽 바다는 푸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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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돌아온 왓카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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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자마자 사슴이 나를 반겨준다

리시리와 레분에는 사슴이 없으니까 되려 신선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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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 일본 최북단 파칭코;;

어쨌든 바로 버스를 타고 노샷푸미사키로 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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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샷푸미사키

노삿푸미사키랑 헷갈리면 곤란하다

근데 둘 다 어원이 아이누어 '놋샴'에서 따온거라 사실상 같은 이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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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샷푸미사키의 상징인 돌고래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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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으면 리시리랑 레분이 보인다는데 애석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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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북단 수족관

노샷푸 한류 수족관



여기는 따로 정리해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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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왓카나이역으로 돌아와 왓카나이 라멘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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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미사키로 달렸다

제목을 최북단 기행이라고 지었으면서 진짜 최북단 스팟은 가장 마지막에 가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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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야미사키가 빡쳤는지

매우 재수없게도 내가 딱 소야미사키에 내리자마자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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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겠나

할건해야제

그냥 신발이랑 양말을 희생하고 돌아다녔다

돌아가는 버스 탈 때까지 1시간 밖에 여유가 없어서 마냥 그치는 것을 기다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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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일본 해군 망루

앞에 앉아있는 사슴 저놈 저거 모형인줄 알고 가까이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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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존나 놀랐다 씹

다른 사슴 다 딴데 가서 풀 뜯고 있는데 왜 혼자 여기를 지키고 있는거냐

내가 떠날 때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망루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아직 해군 잔당이 남아있었나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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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 추모비

실수로 항로를 이탈해서 소련 영공에 여객기가 들어갔다가 격추 당해서 탑승자 전원 사망한 사건

그때의 희생자 중 한국인 다음으로 일본인이 많았어서 추모비가 세워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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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겠는데 간지나는 풍차가 서있어서 찍음

갑자기 분위기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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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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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관의 박제 동물들

박제가 되어버린 사슴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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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아직 박제가 안 된 사슴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다

홋카이도 사슴으로서는 드물게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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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단 증명서도 스근하게 받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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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지 않은 날씨를 원망하며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근데 씹 날씨가 점점 맑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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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 아 졌 다!

이 시점이 버스 오기 15분 전 쯤 일이라 나처럼 비 다 맞고 사진 망한 관광객들 싹다 몰려와서 사진 다시 찍더라ㅋㅋ

나도 그분들도 서로 돌아가면서 사진 찍어주느라 난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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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비 올 때 최북단 신사에서 기도했던 것이 잘 먹힌 모양이다

그래서 개고 나서 한 번 더 기도했다

역시 일본 신들이 날씨 피드백이 빠르다

그냥 바로 구름 치워버리는거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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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이번 여행 마지막 볼거리로서 썩 만족스러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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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야미사키를 떠나 다시 왓카나이역으로 돌아왔다

사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왓카나이 공원이라던가 이것저것 더 보고 23시 야간버스로 돌아가는 거였는데

그간 무리해서 누적된 피로랑 소야미사키에서 흠뻑쇼 즐기느라 신발이랑 양말 다 젖은 게 진짜 의욕 깎아먹더라

올 때 야간버스에서 잠 좆도 못 잤는데 갈 때도 그럴거라는 공포도 있었고

그래서 그냥 냅다 시간대 바꿔서 4:45 출발 버스로 교환했다

야간버스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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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왓카나이

레분과 리시리는 확실히 다시 오고 싶은데

왓카나이는 최북단도 찍었겠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네

다음에는 아마 국내선 타고 리시리공항이나 레분공항으로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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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이랑 과자 까먹으면서 6시간 동안 느긋하게 삿포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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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녁버스도 꽤나 눈이 즐거웠던게

루모이에서 꺾기 전까지 계속 해안도로를 달리는 루트라 바다가 아주 잘 보인다

거기다 해도 지니까 창밖이 그냥 한 폭의 그림이다

언젠가 이 길을 렌트카로 달려보고 싶다

진짜 기분 끝내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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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삿포로로 돌아오면서 최북단 기행은 막을 내린다

비록 꽤나 강행군으로 밀어붙여서 몸은 장난 아니게 피곤했지만

얻은 수확이 더 큰 여행이었다

왓카나이의 본체는 그냥 레분 리시리다

일본에서 웅장한 자연풍경을 보고 싶으면 무조건 여기다

겨울에는 눈이 왕창 오다보니 투어고 뭐고 못 하겠지만ㅋㅋ

그래서 여름 한정 관광지라는 악조건이 붙어있긴하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들을 뚫고 올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관광객 감소로 지역 주민들 시름이 크던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섬을 찾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