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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는지 처음으로 늦잠 잤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다리가 안움직이고
왼쪽 무릎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러다가 더 이상 걷지 못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더라.
염증이 난 것 같았지만 무슨 조치를 할 순 없었기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나왔다.

늦게 출발했는데도 여전히 별이 가득하더라.
이 동네는 어찌 불빛 가득한 마을도시 한 가운데서도
별들이 가득해... 넘모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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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나보다 앞선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조셉(60, 브라질).
그가 이곳에 무료 와인이 있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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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랜턴이 배터리라 아끼냐고
별빛에 의지해 가고 있었는데
내게 랜턴이 없냐고 묻더니
그 뒤로 자기 속도를 늦추곤
자기 불빛에 같이 가도록 도와줬다.

이런 친절에 까미노에 매료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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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마찬가지지만 일출과 일몰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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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스는 다행히도 업다운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 통증 때문인지 너무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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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간 미서부 그랜드캐니언이 생각났다.
그 때 정말 너무너무 좋은 추억이 있어서 그리움을 느꼈다.
항상 느끼는데 여행은 풍광보단 만남이야.

까미노도 그래. 만남으로 인해 힐링이 크다.
자연이 내게 친절과 선을 베풀어주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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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참 이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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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낙엽이 흰색이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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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로 가득한 길.
코를 찌르는 똥 내음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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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던 조셉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더니 포도 밭으로 들어갔고
전부 추수해서 없을 줄 알았는데 포도를 따다줬다.

정말 달았다. 고마운 조셉에게 내 아침으로 먹으려 했던
귤을 나눠줬다. 그는 나보다 좀 더 먼 거리를 가기에
우리는 오늘 이후로 보지 못할 인연임에도
그는 내게 정성을 다했다.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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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에서 한국인 부부 분을 다시 만났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와 인사해주셨다.
참 인자하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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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까미노 하면 노란 화살표만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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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과 한국인 부부 분들.
같이 걸으니까 힘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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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가 까미노를 오기 전에
까미노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길의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완벽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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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스틱을 사고 처음 써봤는데
쓸 줄을 몰랐던건지 내가 약한건지
발에도 안잡힌 물집이 손에 크게 잡혔다.

에휴.. 나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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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0k만 걸었다.

주제 파악 못하고 하루에 4~50k 정도 뛰어서
20일 안에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나를 반성했다.
4시간 정도만 지나도 왼쪽 무릎에서 통증이 어마무시했다.
20k 걷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내일은 로그로뇨까지 30k를 가야해서 걱정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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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에 12시에 도착했는데 1시 오픈이라
한국인 부부 두 분과 식당에서 점심 먹고
(식당도 딱 한 군데만 열었음. 비수기 주의해라 :0)
마켓 가서 맥주 다 섯캔이랑 아까 받아온 와인이랑
2시 쯔음부터 누워서 그거만 계속 마시고 있다.

팜플로나까지만 해도 이게 이러는게 여행이 맞나
싶어서 막 무리해서 움직이고 그랬는데
이게 맞는거 같더라. 이래야 내일 더 움직일 수 있기도 하고.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죄다 그럼... ㅋㅋㅋㅋ
다들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라 순례가 목적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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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알베르게에 있는 멕시코 친구가
멕시코에 좋은거 많다고 소개시켜주면서 놀러 오라더라.

이런 말 한마디에 감동 받는거 좀 오반가
근데 좋은걸 어카냐. 나란 놈이 감성 장벽이 좀 낮은 듯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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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같은 알베르게로 온 전날 친구들과
한국인 부부 분을 만나 함께 밥을 먹었다.
식사 자체는 냉동식품 데워준 느낌이었지만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좋았다.
역시 사람은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 것 같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지만
사람이 힘들면 못견디고
일이 아무리 좋아도 즐거움이 크지 않지만
사람이 좋으면 다 견디고 즐거운 것처럼
사람은 사람에게서 모든 것이 오는 것 아닌가 싶다.

까미노에 온 사람들 중 인상이 선하지 않은 사람을 못봤다.
이런 선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기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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