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피릿 숙성]



안녕하세요.

집에서 자가숙성을 시도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처음 해보는 자가숙성이기 때문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후에 자가숙성에 도전하실 분들이나 과정이 궁금하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47






0ce88373c0f469f623e88396359c7018e1352c55b48fe50fa98410515a9e3ce49042c087334c3f416348b19acc0970d900c12c009d

시즈닝한 캐스크와 스피릿을 준비해줍시다.

시즈닝, 헹굼, 배액 후 바로 스피릿을 투입하는 상황입니다.






0ceb8477bd876cf1239983e3379c70195672d7b2e9a448c65ea80005b2ab589a3065bc24f3425622d72c62eeb47587b8df367b8b6f

콸콸콸 스피릿을 넣어줍시다.






75eb877ec1871c8723eb8391329c706f4b95aaff174e5e765db7dc46b3a44a4e072d5bd36f4128ff9292cf6ed9eb79fa182aa15773

스피릿을 꽉 채웠습니다.

까먹지 않게 날짜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줍시다.

저는 약 10일, 길어도 2주 안으로 컷할 계획입니다.

첫 3일 정도가 가장 변화가 큰 구간이니 캐스크를 최대한 가만히 두고 지켜봅시다.

6






7dea8107c3f66bfe23ed8097309c701bea8a3acd4929c1c251dcd5d59da4298fad4ca02f5e6f01720eac95c21a1031c9be7709c50d

오늘은 1월 3일, 숙성 2일차입니다.

숙성 초기에 변화가 빠르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른 것 같습니다.

일단은 계속 지켜봅시다.

4






0bed8970b5876bff239cf7e3409c7069924e8cdbbf8952149cf1eca912a729b32a49cb478a1f2aab74e5b86de25ba0aafa169ddbbb

오늘은 1월 6일, 숙성 5일차입니다.

색이 훨씬 진해지고 양도 더 줄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시음을 하면서 숙성 상태를 체크해주겠습니다.






0fe58975c4866ef223eef3e6379c701b2e22f7f73842bc9165941dd8f3e5543a8cf199e877b95969eed0873bac89f390331c7dfebf

조금 잔에 따라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스피릿이 많이 살아있습니다.

노즈에서는 스피릿 특유의 홉과 민티함을 베이스로 달달한 우디함과 매실청의 향이 조금 느껴집니다.
여전히 알콜이 조금 튀지만 부드러워졌습니다.

팔레트에서도 알콜이 조금 튑니다.
약간의 우디한 느낌과 단맛이 더 들어갔고 조금은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스피릿의 맛이 강합니다.
매운맛이 있는데 원래 있던 스피릿의 맛인지 캐스크에서 나온 맛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피니시에서도 캐스크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스피릿 자체의 특징이 강한 편이기도 했지만 아직 캐스크의 영향이 덜 느껴지고 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10일차에 다시 시음해보겠습니다.

6






7d9cf403b7866f85239c8596419c706b996f14467d33f7dcb00acb6696530e95f5579126b323abd03779ce94c9f73db9e8feb48149

오늘은 1월 11일, 숙성 10일차입니다.

5일차에 시음하면서 2잔을 따랐더니 좀 많이 줄었습니다.

색은 밑에 가라앉아 있던게 섞여서 조금 더 진해졌습니다.

17






7eed8600bcf61ef523eff3e5359c701e108d6f189df17bf8c9dd94eef551b0d0bbda0fdb46aee18bb191bb6f65e8cca7ee49c1d697

또 시음해봅시다.

노즈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스피릿의 특징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여전히 특유의 홉, 민트, 아세톤 뉘앙스가 많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5일차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스며든 느낌입니다.

팔레트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어둡고 진득한 느낌의 매실주 맛과 약간의 산미가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스피릿 특유의 화사한 맛과 차의 쌉싸름한 느낌도 느껴집니다.
여전히 알콜이 조금 튀지만 매운맛도 많이 줄었습니다.

피니시에서도 향긋한 매실 향과 건과일의 어두운 단 맛이 잘 느껴지고 혀에 매실주의 맛이 잘 남아있습니다.

가수를 했을 때 더욱 매실 향과 그 산미가 살아나고 매운 느낌도 줄어서 훨씬 좋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쉽습니다.

며칠 더 숙성해보겠습니다.

6






0fea887fb5851af6239a81e0379c70643888d0b862c21ddd9931c3f79abe0e9519e52dad3be2485be57a69822791f021be5338559c

오늘은 1월 15일, 숙성 14일차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이 마지노선인데 과연 얼마나 변했을지 기대됩니다.

45






78eb8205b580608523ea85e7429c701c9797a2a90e05918f0aa9a9cffd7250a03339c663788a5fbd719b9699b69bb89ff36729fd63

바로 마셔봅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일차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노즈에서 스피릿의 쨍한 뉘앙스가 조금 줄은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팔레트와 피니시에 여전히 스피릿이 많이 살아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캐스크의 영향도 확실히 느껴지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느낌입니다.

가수를 했을 때 쨍하고 화한 스피릿의 뉘앙스가 많이 죽고 매실주 쪽의 노트가 향긋하고 기분 좋게 살아나 훨씬 맘에 듭니다.

더 숙성하면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우디함이나 쓴 맛이 확 튀면서 과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고 병입 후 안정화를 거치면 또 맛이 조금 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 아쉬운 결과물이지만 안전하게 어느 정도의 맛이 확보된 지금 병입하겠습니다.

16






79e9f602b4846cf5239a8ee74f9c706a26b5281e281183ae15d2e0fd6dd1a5cf271d82ba69a20acf037238d1692f9097114719af8a

콸콸콸






75988007b7866187239ef5e54e9c7064b0e3b7cc726ebb38d31d1b5627ff1e642ac806db3ecdd0078324ed105da629b03295bf082e

이렇게 준비부터 숙성까지 약 4주간의 자가숙성이 끝났습니다.

왼쪽 병이 숙성한 스피릿, 오른쪽 병이 시즈닝에 사용된 매실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매 글마다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아래에는 그냥 제 후기를 주저리주저리 써놓을건데 자가숙성이랑 관련 없는 내용이니 넘기셔도 괜찮습니다.

88

-완-








<후기>

그냥 편하게 쓰겠음

이왕 자가숙성 하는 김에 좀 특이한 시즈닝이 하고 싶었는데 마침 할머니께서 매실청을 5리터쯤 보내주셨길래 이걸로 해야겠다 싶었음

그래서 관련 정보 찾아보는데 당연히 매실청 캐스크같은게 있을 리가 없었고 사람들마다 숙성 환경도 다르고 말하는 내용도 다 다르다보니 이런 불확실한? 확신이 안 서는게 너무 불안했음

좀 따라해볼만한 비슷한거 뭐 없나 하다가 떠오른게 셰리캐였음

당도가 높고 주정강화 시킨 셰리 와인
당도, 산도가 높고 보드카로 주정?강화 시킨 매실주

이거다 싶어서 실제 셰리 시즈닝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고 지피티랑 토론하고 비교해가면서 계획을 만들었음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는데 겨우 4주 걸린 첫 자가숙성 치고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음

여전히 한줌단이긴 하지만 최근에 초록병 외에 와인, 데킬라, 위스키 이런 쪽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거 같고 
그러면 자가숙성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나도 나중에 돌아볼겸 이렇게 기록을 남겼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을 많이 써야했는데 재밌었음

16





???: 자가숙성 걍 대충 술 채워놓고 존버 타면 되는거 아님? ㄹㅇㅋㅋ

라고 하면 통째로 담금주로 만들어버림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