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cef9e2cf5d518986abce8954e89716931



내가 복무한 부대의 어느 중위얘기임

왜 대장이냐면 보직이름이 전포대장이라서.



산골짜기에 주둔하다보니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벌로 고생을 많이했음.

특히 예초병들이 땅벌이나 말벌에 자주 습격당했다.

으어 살려줘 으어으 너무 아파



7fee8168f5dc3f8650bbd58b36837364cd9470


7fee8268efc23f8650bbd58b3687716e12a6

산속에 살며 사람한테 선빵치는 부류는 귀요미 꿀벌친구들하고는 격이 다르다




자신이 나서겠다며 전포대장이 방독면과 보호두건을 쓰고

공병우의로 위아래 깔맞춤을 하고

취사반라이터, 40하고 에프킬라를 대량으로 긁어모아

요주의 창고와 각종 기동로를 탐색하기 시작했음.


전포댐 저겁니다 저거 저새끼들 저기서 기어나옵니다

안 쓰는 폐창고 철문틈사이로 큰 대가리와 위협적인 주황색을 띄는

큼직한 말벌들이 붕붕붕 새어나오고 있었다.



내 조져버릴라니까 니들이 창고문만 열어줘

하나

애들은 문열고서 쏜살같이 역돌격을 했고

전포대장은 토치와 40을 들고서

불길을 뿜어내며 창고안으로 진입했다.



저 멀리서 우리들은 불과 벌의 싸움을 지켜보는데

확실히 뭔가 불타고있는건지

검은 연기가 문 밖으로 스물스물 나오고,

그리고 이따금씩 열린 문 틈 사이로

팔뚝이 불쑥 튀어나와 밖에 놔둔 여분의 에프킬라를 계속

가져가는 모습을 통해 만만치않은 사투구나 짐작함



휘익휘익 뭔가 뿜어나오는 소리

팡팡 벽 후려치는 소리 등등

그렇게 15분?20분? 이윽고

전포대장이 철문을 팡 차며 성큼성큼 걸어나왔고

그 몸에선 유증기가 증발하는건지 우의가 불탄건지

무언가 모락모락 아우라가 피어나는데 흡사 게임속 몬스터같았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뭉게뭉게 회색연기와

역겨운 탄내가 바람을 타고 풀풀 부대에 날렸음






뒷정리를 위해 비닐봉투와 빗자루를 들고 창고로 들어간 우리는

처참히 불타버린 벌 무더기와 장렬히 임무를 마친 여러 개의 빈 캔,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박살난 시팔 존나 큼직한 벌집을 목격했다.


그 뒤로도 누가, 벌집이다 벌집! 이러면 전포대장은

하던 거 집어치고 벌 잡으러 다녔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업무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걸 벌 죽이는걸로 풀고 싶었던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