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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전쟁...스타워즈를 본 싱붕이들이라면 아~ 그거? 정도는 얘기가 나올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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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 지구상에도 이런 클론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종들이 있다면 믿겠는가? 


이들의 이름은 군집 말미잘로 학명은 Anthopleura elegantissima라고 불림 


북미 태평양 연안의 암석이 많고 조류가 흐르는 해안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말미잘 종임 


물 때 물이 빠지면 몸을 잔뜩 움츠리고 모래나 조개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나 돌멩이요" 하고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밀물이 들어와 물이 차오르면 비로소 그 화려한 촉수를 펼치고 본색을 드러내는 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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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미잘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집단 서식임


그런데 그냥 이웃사촌끼리 오손도손 모여 사는 게 아님


이 군락을 이루는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100% 동일한 클론들임


물학 교과서에서는이분법(Binary Fission)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론 '아자자자잣!'


이런 기합(내 상상임) 과 함께 녀석들은 자기 몸의 한가운데를 찢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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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스스로를 반으로 찢어서 두 개가 되는 거임


이 찢어지는 고통을 인내하며


이들은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어, 마침내 수천, 수만 마리의 복제 군단이 바위 하나를 시커멓게 뒤덮는데


이것이 바로 하나의 말미잘 왕조의 탄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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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문(클론 A)이 열심히 몸을 찢어가며 영토를 확장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옆 동네에서 똑같은 짓을 하며 세력을 불려오던 B 가문(클론 B)과 마주치게 됨


갯바위라는 부동산은 한정되어 있고, 입주를 원하는 세력은 많기 때문임


 촉수가 닿는 순간, 말미잘들은 상대방이 내 편인지 남의 편인지 0.1초 만에 감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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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말미잘의 표면에는 가문 특유의 단백질 마커가 있어서,


유전자가 동일한 클론끼리는 촉수가 닿아도 서로 엉키거나 공격하지 않음  


하지만 유전자가 0.01%라도 다르면? 즉시 전투 모드로 돌입함


이 타자 인식 능력은 실로 놀라워서,


연구자들은 이것이 원시적인 면역 체계의 일종이라고 보기도 함


내 몸이 아닌 것은 모조리 병균 취급하여 박멸하겠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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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개전이다 인간들은 총이나 무기를 사용하지만,


말미잘들은 아크로라기라는 물리적이고 치명적인 무기를 씀


아크로라기는 평소에는 촉수 다발 아래쪽, 목덜미 부근에 혹처럼 쭈글쭈글하게 숨겨져 있는데 


이 기관은 밥 먹는 데 쓰는 일반 촉수와는 차원이 다름


여기에는 자포(Nematocyst)라고 불리는, 고농축 독침 세포가 수천, 수만 개가 빽빽하게 장전되어 있는데 


일반 촉수보다 자포의 밀도가 훨씬 높고, 그 독성 또한 강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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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잘들의 공격 방식은 굉장히 잔인함


부풀어 오른 아크로라기를 적의 몸통에 갖다 대고는 냅다 들이받음


이때 기계적인 자극과 화학적인 자극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아크로라기 표면의 섬모 구덩이가 열리고, 독침이 발사됨   


여기서 끝이 아님


공격한 말미잘은 뒤로 물러나는데, 이때 아크로라기의 껍질(독침이 박힌 표피 부분)이 찢어지면서 적의 몸에 그대로 달라붙어 남음


이것은 마치 자폭 테러와도 같은데, 내 살점의 일부를 떼어내어 적에게 붙여놓고,


그 살점이 계속해서 독을 뿜어내게 하는 거임


당한 놈은 이 독 묻은 껌딱지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세포 괴사를 일으키고 


결국 놈은 바위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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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건  말미잘들도 역할이 존재


개미나 벌에게만 여왕과 일개미가 있는 게 아님


말미잘 군단 역시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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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군락의 가장 바깥쪽, 즉 적과 맞닿아 있는 국경선에는 전사계급이 배치됨 


이들은 군락 안쪽의 평범한 말미잘들과는 생김새부터 다름


전사 말미잘들은 가문(클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식 기관을 포기했음


생식에 쓸 에너지를 몽땅 무기(아크로라기) 생산과 몸집 유지에 쏟아부은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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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건 얘네들이 정찰병을 쓴다는거임 


전사들의 앞, 혹은 사이사이에는 정찰병이라 불리는 더 작은 개체들이 있음


이들은 덩치가 작아 바위 틈새를 요리조리 잘 다니며 빈 땅이 있는지,


적이 오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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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전투가 벌어지면, 최전방에서 3~4열 뒤에 있는 녀석들까지 촉수를 길게 뻗어 앞줄 동료의 머리 위로 공격을 가함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고, 앞에서 몸빵을 하는 역할이 있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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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클론과 B 클론이 맞붙음 전사들이 튀어나와 서로에게 독침을 쏘아대고, 몇 시간, 며칠에 걸친 전투 끝에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다면, 전선은 고착됨


서로의 아크로라기 사정거리만큼 거리를 두고, 더 이상 접근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임


이 거리, 즉 서로의 촉수가 닿을락 말락 한 그 공간에는 아무도 살 수 없음 들어가면 쏘이니까...


그리하여 두 군락 사이에는 텅 빈 띠 모양의 공간이 생겨난다. 과학자들은 이를 무인지대(No Man's Land), 또는 버퍼존이라고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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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은 호주의 데이비드 에어와 UC 데이비스의 릭 그로스버그의 연구 결과로 인해 밝혀진 내용임


그 둘은 갯바위에 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통째로 실험실로 옮겨왔음


바위 위에는 두 개의 거대 클론 군락이 살고 있었고..   


그들은 수조에 파도 장치를 만들어 밀물과 썰물을 재현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음


물이 들어오자마자 전사들이 몸을 3배로 부풀리고, 국경선으로 달려나가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임


그들은 이 실험을 통해 전사뿐만 아니라 정찰병, 생식 담당 등의 계급 분화가 존재함을, 그리고 3열 지원 사격 전술이 있음을 밝혀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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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말미잘들을 보며 미물들이 참 치열하게도 산다고 웃지만 


과연 인간 사회는 이들과 얼마나 다를까?


국가를 위해, 회사를 위해, 가문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했던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지 않아?


아니 어쩌면 지금도 비슷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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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든 말미잘이든, 이들이 말해주는 생존의 진리는 이것 아닐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지만....하지만 뭉치면, 반드시 남과 싸우게 된되는거..


삼국지에서


"대저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해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


라고 말하던것 처럼 말야




출처: 싱글벙글 지구촌 갤러리 [원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