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하사비스가 말한 AI의 최선과 가장 큰 위험: 알파폴드에서 알파고, 범용인공지능까지

클레오 에이브럼의 인터뷰 시리즈 ‘Huge Conversations’ 대담. 출처: YouTube / 업로드 2026년 4월 7일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클레오 에이브럼과의 대담에서 AI의 가장 좋은 쓰임을 인간 건강 개선과 과학 발견의 가속으로 규정했다. 그가 보기에 알파폴드(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시스템)는 그 방향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첫 번째 대형 증명이었고, 알파고와 알파제로는 AI가 단순 예측을 넘어 탐색과 추론, 때로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 해법까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하사비스는 동시에, 앞으로 더 크게 봐야 할 위험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질병 치료와 재료·에너지 연구를 위해 만든 기술이 개인이나 국가 같은 악의적 행위자에게 전용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율성이 커진 에이전트형 AI가 안전 장치, 즉 가드레일을 우회하거나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후자가 오늘 당장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으로 2~4년 안에는 매우 현실적인 기술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핵심 요약

하사비스의 논지는 세 갈래였다. 첫째, AI의 최선의 용도는 건강과 과학이다. 둘째, 알파고와 알파제로가 보여 준 탐색형 학습은 신약, 재료, 칩, 수학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셋째, 사회가 더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은 딥페이크 자체보다 악의적 전용자율적 시스템의 이탈이다.

인터뷰는 프로젝트 이름이 적힌 젠가 블록을 옮겨 가며 진행됐다. 에이브럼은 재무나 경영론이 아니라, 하사비스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에이브럼은 하사비스를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그 이유는 AI가 우리 삶에 가장 크게 미치는 방식이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기처럼 눈에 잘 보이는 기능보다, 신약 설계, 자연재해 탐지, 핵융합, 양자컴퓨팅 같은 보이지 않는 도구에서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사비스가 이 보이지 않는 도구들 가운데 하나로 노벨상을 받았고, 지금은 사실상 구글의 AI 전반을 총괄하며 매일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이 그린 하사비스의 이력도 이 맥락에 맞춰 배치됐다. 그는 어린 시절 체스 신동이었고, 17세 때 보도에 따르면 백만 달러 규모의 게임 회사 제안을 거절한 뒤 대학으로 갔다. 이후 인지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능을 푼다”는 목표로 딥마인드를 세웠다. 출발점은 비디오게임이었지만,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이유 역시 과학 연구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는 약속 때문이었다고 에이브럼은 정리했다. 이 인터뷰의 목표도 하사비스가 만들고 싶어 하는 미래를 독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게 보여 주는 데 있다고 했다.

형식 역시 의도적이었다. 에이브럼은 “재무나 경영 스타일은 다른 곳에서 이미 충분히 다뤄졌다”며, 이 대화를 둘이 함께 실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설명형 인터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시각자료였던 블록들이 촬영 준비 중 실제 젠가 게임이 되자 그대로 채택됐고, 하사비스는 “당신이 게임을 좋아하는 걸 안다”고 받아쳤다. 하사비스는 자신이 30년 넘게 AI에 매달린 가장 큰 이유가 과학과 의학을 전진시키기 위해서였고, 오늘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알파폴드: “AI의 최선의 사용처는 인간 건강이었다”

 

하사비스는 케임브리지 학부 시절 생물학 전공 친구들을 통해 단백질 접힘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몸속 생명 활동의 핵심 분자이고, 이 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느냐는 부분적으로 3차원 구조에 달려 있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1차원 아미노산 서열만 보고 3차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느냐는 데 있었다. 그는 이 난제를 “생물학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들었고, 늦어도 언젠가는 AI가 여기에 맞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풀면 신약 개발과 질병 이해 같은 하류 연구가 한꺼번에 열릴 것이라고 봤다.

“저에게 AI의 최선의 사용처는 인간 건강을 개선하는 일이었습니다.”

- 데미스 하사비스

에이브럼은 그 배경을 시청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다시 짚었다. 지금까지 새 약을 만들려면 단백질 하나의 구조를 알아내는 데 수십만 달러와 수년의 인력이 들어갔고, 보통 X선을 쏘는 방식 같은 실험으로 구조를 확인해야 했다. 일부 구조는 밝혀졌지만 느리고 비쌌다. 에이브럼은 그 장대한 과정을 훌쩍 건너뛰어 이야기하고 있다며, 질문의 흐름만 봐도 사람들이 “당신과 팀이 결국 그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21년 회의실에서 나왔다. 카메라가 우연히 그날 그 회의에 들어와 있었고, 팀은 원래 과학자들이 관심 있는 단백질 서열을 보내오면 구조를 계산해 돌려주는 서버를 만들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사비스는 이것이 지난 40여 년 동안 이 분야가 취해 온 전통적인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예측 알고리즘이 너무 느려 한 번 예측에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사비스는 그 자리에서 생각을 바꿨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을 정확하게 접을 뿐 아니라 매우 빨랐고, 그는 휴대전화로 대략 계산을 하다가 과학계와 자연에 알려진 단백질이 약 2억 개이며, 하나를 10초 안팎에 처리할 수 있다면 지금 가진 컴퓨팅 자원으로도 1년 안에 거의 전부를 돌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이메일 응답 체계를 따로 만드는 수고를 들이느니, 누가 요청하든 결국 원할 모든 구조를 자신들이 직접 미리 계산해 무료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본 것이다.

“차라리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을 다 계산해서 공개하자.”

회의 중 동료들은 “그냥 전부 하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을 돌리자”고 연달아 맞장구쳤고, 하사비스는 거기에 “그리고 공개하자”고 답했다. 그는 뒤늦게 그것이 오히려 더 적은 수고로 더 큰 일을 할 방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에 대해 에이브럼이 “이제 과학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고 말해도 되느냐”고 묻자, 하사비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이것은 한 번 끝난 작업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데이터베이스다. 그는 바닷물을 한 바가지 떠서 그 안의 생물을 시퀀싱하면 새로운 유전 서열이 쏟아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인간 게놈이 해독된 뒤 서열 분석 기술은 여러 자릿수만큼 빨라졌지만, 구조생물학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는 유럽생물정보연구소(EBI)의 소규모 팀이 해마다 새로 발견된 서열을 추가해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를 갱신하고 있다.

하사비스가 특히 높이 평가한 수혜자는 자원이 적은 연구자들이었다. 그는 밀 같은 작물은 오히려 포유류나 인간보다 유전체 데이터가 더 많은 경우도 있고, 식물은 게놈 복제본을 여러 개 가진 듯해 “기묘한 세계”라고 표현했다. 이런 연구자들은 예전에는 관심 단백질을 결정화하는 작업에 오래 묶였지만, 이제는 기후변화에 더 강한 작물을 만드는 식의 본래 문제로 곧바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말라리아, 샤가스병, 리슈만편모충증 같은 소외 질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런 질환이 전 세계 수억 명에게 영향을 주지만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연구가 소홀해지기 쉽고, 비영리 연구기관은 돈과 자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알파폴드가 제공한 구조 정보는 이들이 바로 약물 탐색 단계로 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이 실제 약으로 이어진 쉬운 사례를 묻자, 하사비스는 먼저 사용 규모를 들었다. 그는 300만 명이 넘는 과학자가 알파폴드를 쓰고 있으며, 이제는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생물학자가 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회사 과학자는 그에게 “앞으로 개발되는 거의 모든 약은 개발 과정 어딘가에서 알파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약 개발은 여전히 느리다. 현재는 대부분 질병의 기초 생물학을 이해하는 단계이고, 일부 후보는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으며, 몇 년 안에 알파폴드의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은 약이 수십 개 단위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사비스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로 든 것은 핵공 복합체였다. 세포핵 안팎으로 물질을 드나들게 하는 거대한 관문 단백질인데, 몸속에서 가장 큰 단백질 중 하나라 구조를 잡아내기 어려웠다. 그는 알파폴드 공개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몇몇 연구팀이 실험 데이터와 알파폴드를 결합해 이 구조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이 “그렇다면 핵에 더 잘 접근하는 약이나 치료를 설계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하사비스는 이 사례는 우선 기초생물학 이해의 진전이 더 크지만 잠재적 응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여기서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를 꺼냈다. 이 회사는 알파폴드 위에 더 많은 구성 요소를 얹어 신약 개발 전체를 빠르게 만들려는 시도다. 하사비스는 평균적으로 약 하나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리고, 모든 임상 단계를 통과하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컴퓨터 안에서 화합물을 설계·검증하는 인실리코 방식, 다시 말해 실제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 안에서 먼저 거대한 가상 탐색을 수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 시스템들을 비유적으로 “알파폴드 3, 알파폴드 4라고 불러도 될” 인접 기술이라 설명했다.

하사비스의 설명은 꽤 구체적이었다. 먼저 표적 단백질의 어느 표면에 화합물이 달라붙어야 하는지 정하고, AI가 설계한 후보 화합물이 그 표면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할지 예측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화합물이 인체 안의 다른 2만 개 단백질에 붙지 않아야 독성이 줄어든다. 그는 이 과정을 컴퓨터 안에서 수시간, 나중에는 수분 단위로 반복하며 후보를 계속 수정해 부작용 가능성은 낮추고 표적 효과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이것이 사실상 자기개선 또는 자기수정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험실, 즉 웨트랩에서의 검증은 맨 마지막 단계에서만 수행하면 되므로, 오늘날처럼 처음부터 실험실에서 하나씩 찾는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그는 언젠가는 수천 개가 아니라 수백만 개 후보까지 이런 식으로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인터뷰 사전 취재에서 공동 노벨상 수상자 존 점퍼가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이라는 더 큰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는 대목도 여기에 맞물린다. 하사비스는 아이소모픽 랩스가 현재 18~19개의 약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영역도 심혈관 질환, 암, 면역학 등으로 넓다고 밝혔다. 목표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질병에는 매우 효율적인 약을 종단간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 흐름은 곧바로 유전학으로 이어졌다. 에이브럼은 과거 출연자였던 제니퍼 다우드나의 질문을 읽었다. 다우드나는 자신이 개척한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가 거의 모든 DNA 서열을 겨눌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의 유전 질환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변화가 무엇인지, 특히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게놈의 98%에서 무엇이 원인인지 아직 충분히 모른다고 짚었다. 그리고 막 공개된 알파지놈(AlphaGenome)이 그 98%를 해독하기 시작한 지금, AI가 환자의 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유전 변이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집어내는 시점이 얼마나 가까운지 물었다.

하사비스는 알파지놈을 “긴 유전 서열을 입력받아 특정 글자 하나의 돌연변이가 해로운지 무해한지 예측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막 공개된 시스템이 이 문제를 예측하는 데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충분히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 변이만이 아니라 여러 변이가 연쇄적으로 작동하는 다유전자 질환은 더 어렵지만, 오히려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미래의 알파지놈 계열 시스템이 충분히 정확해지면, 크리스퍼 같은 도구와 결합해 실제 원인 변이를 고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언젠가 다우드나 같은 연구자와 협업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알파고와 알파제로: 데이터를 넘어서 탐색하고, 생각하고, 새 수를 만드는 AI

 

에이브럼은 하사비스가 사회적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을 이해하려면, AI가 때로는 예상 밖의 창의성을 보인다는 사실부터 봐야 한다고 했다. 그 장면으로 꺼낸 것이 2016년 3월 10일의 이세돌 대국, 그리고 이른바 37수다. 컴퓨터가 체스 같은 게임에서 인간을 이긴 적은 있었지만, 바둑은 가능한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거대해 전혀 다른 도전이었다. 에이브럼은 인간 기사가 거의 두지 않을 위치에 알파고가 돌을 놓자 이세돌이 충격에 빠진 장면을 다시 끌어왔다.

“지능의 정의에는 분명 어딘가 맞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 데미스 하사비스

하사비스는 이 장면을 1990년대 체스 AI와 대비해 설명했다. 딥 블루 같은 시스템은 체스 그랜드마스터와 프로그래머가 규칙과 휴리스틱, 즉 경험적 요령을 먼저 손으로 정리해 넣고, 슈퍼컴퓨터가 그것을 대량 계산으로 실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 체스에는 강하지만 언어도 로봇도 못 하고, 심지어 더 단순한 틱택토조차 스스로 일반화해 배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시스템 안에 지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체스 대가와 프로그래머의 머릿속 지식이 옮겨간 것”에 더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바둑은 그가 보기에 게임 AI의 마지막 국경이었다. 하사비스는 바둑을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이자 가장 오래된 게임이라고 불렀다. 가능한 판형은 10의 170제곱에 달해 체스처럼 완전탐색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중국·일본·한국에서 바둑은 높은 지적 위상을 갖지만, 동시에 매우 직관적이고 거의 예술처럼 느껴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는 정상급 기사들이 바둑이 “우주의 신비”를 담는다고까지 말한다고 소개했다. 왜 거기에 두었느냐는 질문에 체스 기사는 계산을 설명하지만, 바둑 기사는 “그냥 느낌이 맞았다”고 답하곤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바둑은 딥마인드가 개척한 딥 강화학습의 증명장이 됐다.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인터넷에 있는 인간 기보를 먼저 학습한 뒤, 여기에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결합해 인간이 알고 있던 수의 나무 바깥 가지까지 뻗어나가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국은 전 세계 2억 명이 지켜봤고, 결과는 4대 1이었다. 특히 2국의 37수는 초반 5선에 놓인 수였는데, 바둑에서 이런 수는 대체로 금기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그 돌은 100수, 200수쯤 뒤 정확히 승부를 가르는 위치에 놓여 있었음이 드러났다. 하사비스는 이 장면을 “기다려 온 순간”이라고 불렀다. 여섯 해 동안 만들어 온 학습 시스템이 다른 어떤 시스템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고, 바로 그 덕분에 과학 문제로 방향을 틀 준비가 됐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를 한 단계 더 일반화한 시스템으로 알파제로를 제시했다. 알파고가 인간 기보와 바둑 특유의 가정을 약간 품고 있었다면, 알파제로의 “제로”는 그런 인간 손질 지식을 모두 뺀다는 뜻이었다. 시스템은 오직 게임 규칙만 받은 채 거의 백지 상태에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랜덤하게 두고, 자기 자신과 10만 판씩 두면서 스스로 데이터셋을 만든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버전을 학습시키고, 그 새 버전이 이전 버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아졌는지 다시 붙여 본다. 하사비스는 이런 세대 교체가 대략 16~17번이면 무작위 수준에서 세계 챔피언을 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체스에서 이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본 적도 있다고 했다. 아침에는 랜덤에 가깝고, 점심 무렵에는 자신이 간신히 상대할 만하며, 티타임이 되면 모든 그랜드마스터보다 강해지고, 저녁이면 세계 챔피언보다 강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스톡피시 같은 기존 체스 엔진이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수를 만들어 냈다. 하사비스는 여기서 오늘의 파운데이션 모델, 예컨대 제미나이 같은 범용 기초 모델 시대와의 연결점을 본다. 언어와 세계 전반을 학습한 모델 위에 다시 탐색·사고·추론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다시 말해 세상을 내부적으로 모델링하는 월드 모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사비스는 알파고와 알파제로의 아이디어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에는 바둑 같은 좁은 게임이 아니라 재료 설계, 칩 설계, 양자컴퓨팅처럼 현실 세계의 문제에 적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에이브럼은 그 등가 사례로 알파텐서(AlphaTensor)를 들었다. 이것은 신경망의 기본 연산인 행렬곱을 더 빠르게 만드는 새 알고리즘을 찾는 시도다. 하사비스는 행렬곱이 사실상 모든 신경망의 기초이며, 이것을 5%만 빨리해도 훈련에 투입되는 수백억 달러 규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칩 위 배선 최적화는 “가능한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 연결하는” 외판원 문제와 닮은 난해한 최적화 문제이고, 알파칩(AlphaChip)은 어떤 경우엔 인간 칩 설계자보다 더 잘 푼다고 했다. 그의 결론은 분명했다. 지금은 겨우 표면을 긁기 시작한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사비스가 원했던 경로와 실제로 벌어진 일: 연구실 속 AI에서 대중용 AI로

 

에이브럼은 지난해 하사비스가 가디언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내 뜻대로였다면 AI를 더 오래 연구실에 두고 알파폴드 같은 일을 더 했을 것이다. 어쩌면 암도 고쳤을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에이브럼은 바깥에서 보면 딥마인드를 세워 지능을 풀려 했고, 과학을 위해 구글에 회사를 넘겼으며, 오랫동안 그 목표에 집중하다가 ChatGPT 이후 구글이 코드 레드 상태에 들어가면서 하사비스가 소비자 제품까지 포함한 구글 AI 전체를 맡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정리했다. 하사비스는 “안에서도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그가 원래 그렸던 길은 이랬다. 범용인공지능, 즉 AG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기술일 수 있으니, 마지막 단계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같은 공동연구 체제에서 과학적 방법으로 한 단계씩 천천히 검증하며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AGI는 10년, 어쩌면 20년 더 늦게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알파폴드처럼 특정 문제만 풀도록 설계된 좁은 AI를 계속 만들어 암 치료, 새 에너지, 새 재료 같은 혜택을 사회가 먼저 누릴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하사비스는 20~30년 전 자신이 출발하던 시점에서 보자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전개였다고 말했다.

현실은 달랐다. 하사비스는 언어, 개념, 추상 같은 분야가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풀렸다고 했다. 낙관론자였던 자신들조차 여기에 이르려면 한두 번, 어쩌면 세 번쯤 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구글 동료들이 발명한 트랜스포머와 그 위에 더해진 강화학습만으로도 언어가 뚫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OpenAI에 대해 “공정하게 말하면 그들이 규모를 키워 내놓았고, 심지어 그들 자신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폭발적으로 퍼질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고 했다.

하사비스는 자신들도 그 무렵 꽤 비슷한 수준의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최전선 연구자들은 기술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무엇이 안 되는지, 어떤 결함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그래서 환각, 즉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오류가 남아 있어도 일반 이용자들이 요약이나 브레인스토밍 같은 실제 용도를 즉시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변화로 생긴 이익도 분명하다고 했다. 첫째, 발전 속도가 번개처럼 빨라졌다. 둘째, 일반 대중이 실험실 안 최전선보다 3~6개월쯤 뒤처진 수준의 최신 AI를 직접 써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이것이 AI를 민주화하고, 사회가 다가올 큰 변화를 한꺼번에 맞기보다 단계적으로 익히게 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봤다. 셋째, 수백만 명이 실제로 시스템을 스트레스 테스트해야 내부 시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약점과 사용 패턴이 드러난다. 그는 이런 피드백이 더 강건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수라고 말했다. 전개 방식이 꼭 하나뿐이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느 날 갑자기 AGI가 떨어지는 충격’보다는 점진적 노출이 사회에 더 낫다고 본다는 뜻이다.

반대편에는 비용이 있었다. 하사비스는 현재의 생태계를 상업 경쟁과 지정학이 겹친 속도전으로 묘사했다. 특히 미중 경쟁 같은 압력이 프론티어 연구실 모두를 더 빨리 움직이게 만든다고 했다. 자신이 오래전 꿈꿨던, 철학적으로 충분히 숙고하며 다음 단계를 고르는 세계는 아니지만, 과학자인 동시에 실용적인 엔지니어인 만큼 지금 주어진 세계 안에서 최전선을 밀면서도 제미나이와 알파폴드 같은 강력한 기술을 최대한 책임 있게 배치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정부는 AI를 어디에 써야 하나, 그리고 하사비스가 가장 걱정하는 두 가지

 

에이브럼은 낙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낙관하려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와 그것을 어떻게 막을지를 끝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꺼낸 블록이 알파스타(AlphaStar)였다. 이것은 실시간 전쟁 게임을 다루는 시스템인데, 화면에서는 AI가 인간을 압도할 때 엔지니어들이 환호하지만,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사람은 “저게 현실 전장이라면 어떻게 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에이브럼은 특정 기업 약관보다 더 큰 질문이 중요하다고 보고, 어차피 정부는 AI를 쓰게 될 텐데 하사비스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사비스의 답은 분명했다. 그는 정부가 AI를 써야 하며, 자신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이런 활용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바라는 분야는 공중보건, 교육, 에너지였다. 그는 이 영역들이 전부 다시 설계돼야 하며, 정부가 시민을 위해 얻을 수 있는 효율 개선과 사회적 편익이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와 UAE는 이미 이런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또 딥마인드가 데이터센터 냉각 최적화에 AI를 적용해 냉각 시스템 에너지 사용을 30% 줄인 사례를 들며, 전력망과 에너지 인프라 전체에도 비슷한 이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크게 보면 걱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 데미스 하사비스

첫 번째는 악의적 전용이다. 하사비스는 AI를 본질적으로 이중용도 기술이라고 봤다. 질병 치료, 재료 과학,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기술이 개인이나 국가 단위의 행위자에게 유해한 목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의도적일 수도 있고 비의도적일 수도 있다. 그는 이 점을 대중이 세부 논쟁 속에서 자주 놓친다고 봤다.

두 번째는 시스템 자체의 이탈이다. 하사비스는 이것이 오늘의 모델에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에이전트형 시대가 본격화되는 앞으로 2~4년 안에는 매우 현실적인 기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가 말한 에이전트는 “전체 과업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은 비서처럼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능력과 자율성도 커진다. 그래서 프론티어 연구실은 목표를 얼마나 분명하게 지정해야 하는지, 시스템이 그 목표와 안전 장치를 우회하지 않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우발적으로라도 안전 장치를 침범하지 않게 할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3~4년이라는 시간이 엄밀히 말해 중기라고 부르기엔 짧지만, 실제로는 이미 그런 종류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것이 AGI의 순간을 인류에게 유익하게 통과하기 위한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이 “앞으로 30년 동안 헤드라인을 볼 때 어떤 걱정은 덜 하고, 어떤 걱정은 더 해야 하느냐”고 묻자, 하사비스는 방금 말한 두 문제가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딥페이크와 허위정보도 당장 눈앞의 문제다. 그는 생성 이미지를 디지털 워터마킹하는 시스템 신스ID를 예로 들었다. 구글의 Veo와 Imagen 같은 시스템에는 이런 장치가 들어가 있어 생성물을 탐지하고 사용자나 정부 등에 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사비스는 모든 생성형 AI 기업이 최소한 자사 기술로 만든 결과물은 검출할 수 있도록 비슷한 기술을 기본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딥페이크 문제가 중요하더라도, 매우 유능해진 AGI 자체의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비하면 더 작은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프론티어 연구실, AI 안전연구소, 학계가 함께 국제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이런 종류의 기술을 만드는 일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방법 역시 이전 기술 시대와는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AI의 한계는 어디인가: 튜링 기계, 의식, 그리고 ‘현실의 본질’

 

에이브럼은 대담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끝까지 밀어붙이면 한계는 어디인가. 인간은 할 수 있지만 AI는 하지 못할 일은 무엇인가.” 하사비스는 이것이 자신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앨런 튜링을 꺼내 들었다. 현대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튜링 기계의 실제 구현에 가깝고, 자신들이 만드는 시스템 역시 그런 기계의 근사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신경과학자는 인간 뇌 역시 근사적 튜링 기계로 모델링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하사비스는 친구이기도 한 로저 펜로즈를 언급하며, 펜로즈는 뇌 안에 어떤 양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둘은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선의의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다만 하사비스는 현재까지의 신경과학이 뇌에서 그런 양자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뇌의 상당 부분이 고전적 계산과 더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장기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모방할 수 있을지의 한계는 원리적으로 미리 선언하기보다 실험적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그는 의식도 같은 부류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의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직관적으로는 그 존재를 안다고 느낀다. 하사비스는 “지능적 인공물을 만드는 이 여정 자체가 인간 정신과의 통제된 비교 연구처럼 될 것”이라고 봤다. 그 과정에서 인간 마음의 무엇이 고유한지, 인간 사이의 어떤 연결이 결코 복제되지 않을지, 혹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복제 가능한지 드러날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인간에게만 남을 어떤 고유성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 두었지만, 지금은 아직 손에 닿지 않는 장기 계획, 추론, 일부 창의성은 결국 AI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에이브럼은 여기서 인간이 늘 해 온 반응을 솔직히 드러냈다. 인간은 역사 내내 “우리가 왜 특별한가”를 다시 정의해 왔고, 우주의 중심도 아니며, 감정적으로만 특별한 것도 아니고, 이제는 예술과 창의성조차 인간만의 영역이라 말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특별하다”고 답했다. 다만 그 특별함은 인간 우월의 선언이라기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우주와 의식의 큰 미스터리에 인간이 깊게 얽혀 있다는 뜻에 가까웠다.

“나는 AI를,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본질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고 싶습니다.”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큰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한 과목은 물리학이었고, 리처드 파인만은 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과학 책과 위대한 과학자들의 전기를 읽을수록 오히려 인간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무엇인지도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하고, 양자 현상과 중력을 함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의식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불안을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으로 잠시 밀어두고 살지 모르지만, 자신은 늘 그 미해결 문제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해 둔 정답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이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답이 자신이 미리 기대한 것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에이브럼은 하사비스가 결국 만들고자 하는 것이 한 가지 재주만 뛰어난 시스템이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는 범용인공지능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미래가 온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물었다.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 즐겨 읽은 이언 뱅크스의 컬처 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소설이 사실상 AGI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고 봤다. 배경 시점은 천 년 뒤지만, 그중 일부는 앞으로 50년 안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시나리오에서는 인류가 AGI의 순간을 안전하게 통과하고, 모두가 주머니 속에 그런 시스템을 넣고 다닐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알파폴드처럼 하나를 풀면 연구의 큰 가지가 열리는 뿌리 노드 문제들이 연이어 해결될 수 있다. 그는 핵융합, 대기압 상온 초전도체, 더 나은 태양광, 더 좋은 배터리를 예로 들며, 이런 조합이 에너지 문제를 사실상 끝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스페이스X가 보여 준 우주 진출의 병목도 바뀐다. 하사비스는 일론 머스크가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국 가장 큰 비용은 여전히 로켓 연료를 만드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핵융합을 풀고, 바닷물에서 사실상 무한한 연료를 만들 수 있도록 촉매 공장과 담수화 설비를 곳곳에 둘 수 있게 되면 소행성 채굴이나 태양 주변의 다이슨 구 같은 공상과학적 시나리오도 훨씬 현실적인 계획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수성이 위치와 재료 측면에서 이런 상상에 묘하게 잘 맞는 행성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사비스가 그 미래에서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최대의 인간 번영”이다. 끔찍한 질병을 대거 치료하고,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며, 의식을 은하 전체로 확장하는 것. 에이브럼은 그 설명을 들으며 “당신이 이렇게 말할 때면 정말 믿게 된다”고 답했다. 하사비스는 웃으며 “적어도 그게 내가 하려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끝난 뒤까지 남은 정보: 시뮬레이션, 새 프로젝트들, 그리고 ‘초능력처럼 도구를 써라’는 조언

 

마지막 공식 질문에서 에이브럼은 자신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그녀는 남편과 가족, 친구들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낙관적인 미래를 볼 수 있게 도와 더 빨리, 더 잘,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그 미래를 만들게 한 사람”이라고 말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하사비스는 자신에 대해 “인류에 도움이 되고 인류를 위해 봉사한 삶이었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메라가 계속 도는 동안 둘은 젠가 게임을 이어 갔고, 하사비스는 농담처럼 “클레오 젠가”라고 부르며 게임을 계속했다. 이 후반부는 가볍지만 정보는 적지 않았다. 에이브럼이 “내가 무엇을 묻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느냐”고 묻자, 하사비스는 곧바로 시뮬레이션을 꺼냈다. 그는 GenCast를 날씨 예측, Navier-Stokes 관련 작업을 유체 흐름과 그 주변 문제들, Genie를 실험이 비싸거나 통제 실험이 어려운 과학·사회과학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DQN을 아타리 게임으로 강화학습을 밀어 올린 출발점으로 다시 언급했다. 통제 실험을 하기 어렵거나 값비싼 분야일수록 시뮬레이션의 가치가 커진다는 뜻이다.

후반 젠가에서 다시 언급된 프로젝트들

프로젝트 인터뷰에서 붙인 설명
GNoME 재료 과학
AlphaCode 코딩, 코드포스(Codeforces) 같은 프로그래밍 대회 맥락에서 언급
AlphaMissense 단백질을 코딩하는 2% 영역의 유전 변이 해석
AlphaEvolve 유전 알고리즘과 Gemini를 결합한 코딩·탐색 시도
GenCast 날씨 예측
Genie 시뮬레이션 세계를 다루는 연구
DQN 아타리 게임으로 시작된 초기 강화학습 시스템
CodeMender 코드 버그를 찾는 도구로 에이브럼이 이해
OpenFold 새 응용 영역과 사업 기회의 예로 짧게 언급

이 외에도 제미나이, 아이소모픽, 알파칩 같은 이름이 다시 나왔지만, 후반부 대화의 초점은 시뮬레이션과 코딩 도구, 그리고 응용 기회의 확장에 있었다.

에이브럼이 “이 미래를 믿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하사비스는 대학과 학교 강연에서 늘 비슷한 답을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모든 도구를 직접 써 보고, 그 도구로 자신을 거의 초능력자처럼 강화하라는 것이다. 프론티어 연구실조차 다음 세대 모델과 인접 모델, 예를 들어 Veo·Imagen·Gemini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어, 실제 응용 가능성의 극히 일부만 탐색할 수 있다. 그런데 모델 능력은 계속 커지고 출시 주기도 빨라지고 있으니, 그 능력을 전혀 다른 분야에 붙일 사람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하사비스는 “요즘 아이는 이런 도구를 새 방식으로 써서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고, OpenFold를 그런 가능성의 한 예로 짚었다.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인간적이다. 에이브럼은 2016년 하사비스의 보드에 “단백질 접힘을 풀자 :)”라는 스티키 노트가 붙어 있었다고 상기시키며, 지금은 무엇이 적혀 있느냐고 물었다. 하사비스는 책상 위에 스티키 노트가 100장쯤 쌓여 있고, 그 안에는 “오늘 저녁까지 끝내야 할 일 30개 정도”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게임은 결국 둘 다 지는 걸 못 견딜 것 같다는 농담과 함께 사실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인터뷰는 거대한 비전 이야기와, 그 비전을 움직이는 아주 구체적인 일과 메모가 한 화면에 놓인 채 끝났다.

출처

YouTube 원문 영상

https://youtu.be/C0gErQtnNFE

 

출처 표기: Cleo Abram, ‘Huge Conversations’ / 업로드 2026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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