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영화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로부터 영감받음'


 영화 말미 “이 작품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츠바이크는 유대계 독일어권 작가로, 1920~30년대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지만,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부터 심화된 반유대주의를 피해 남미로 망명한다. 그리고 약 6,500만~7,000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류의 미래를 비관했고, 결국 음독하여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그는 생애 내내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전, 유럽이 누리던 안정과 문화적 번영의 시대를 그리워했다. 특히 근세 유럽과 벨 에포크에 대한 향수가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무슈 구스타프라는 인물은 츠바이크의 세계관과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한 캐릭터로 보인다.



   2. 마담 D와 사라진 시대


 마담 D는 가족이 아닌 무슈 구스타프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얻는다. 그녀는 19년간 구스타프를 후원했는데, 작중 배경이 1932년 10월임을 생각해보면 1914년, 즉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시기임을 유추 할 수 있다.

 구스타프는 양차대전으로 파괴된 유럽 귀족사회와 구시대--벨 에포크를 동경한다. 작 중 노부인들과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은 그러한 구시대의 상징인 노부인과 구스타프의 상호적 보완관계이다. 

 반면 마담 D의 자녀들, 특히 드미트리는 전혀 다른 시대의 산물이다. 그의 외형은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키며, 이들은 공산주의와 파시즘으로 대표되는 당대의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이념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해석할 수 있다.

 유산으로 남겨진 ‘형언할 수 없는 가치의 그림’ 역시 중요한 상징이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를 떠올리게 하는 17세기 플랑드르 양식이지만, 극 중에서는 에곤 실레풍의 전혀 다른 그림으로 바뀌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이는 그들이 예술과 전통의 가치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결국 그들은 귀족으로 대표되는 어머니 마담D를 자신들의 손으로 주살했다.

 양식이 바뀐 그림이 바뀌는 사건과 마담 D의 죽음은, 시대의 단절과 세대 교체라는 하나의 흐름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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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총을 든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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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초반, 작가의 인터뷰 장면에 군복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은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이내 사과하며 작가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작가의 옆에서, 작가가 알 수 없게 다시 장난감 총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카메라를 향해 서늘하게 응시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모티브로 한 이 작가는 파시즘과 전쟁을 피해 타향으로 떠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그가 도피한 세계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 이미 파시즘의 씨앗이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소년의 시선과 장난감 총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시대의 폭력이 다음 세대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이 아이가 커서 자란 현대의 무덤을 방문한 소녀가 입은 옷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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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로 가려진 옷 속 작게나마 Hell과 Mayhem, 즉 지옥과 대혼란을 볼 수 있다. 


1968년, 젊은 작가와 늙은 제로가 만나는 그 시기는 어떤 풍경일까?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폴란드의 전통 술 주브로브카, 독일 친위대(SS)의 침공, 그리고 공산주의의 그림자로 덮인 현실을 통해 우리는 이 이야기가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바로 그해 1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소련의 억압에 항거하며 희망의 불씨를 밝혀낸 프라하의 봄이 시작된다. 그러나 반년 뒤, 소련은 무력으로 이를 진압하며 다뉴브 작전을 발동하고 '정상화 정책'을 내세워 체코슬로바키아와 동유럽을 한층 더 공산주의 철권 체제 속으로 몰아넣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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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귀족적, 근세적이던 바로크, 상수시, 아르누보 형식이 결합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인민적 취향으로 혁명화된 것은 하나의 시대적 상징이다.


 1932년, 본격적인 무대가 되는 무슈 구스타프제로 무스타파의 모험담은, 한때 제로와 아가사의 결혼으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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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시대를 상징하던 ‘특별허가증’--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인물이 내어준 그것--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에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

구시대처럼 분개하며 항의한 구스타프는 총에 죽으며 전쟁을 알!리운다.

제로의 아내와 아이도 전쟁의 여파일지 아니면 그저 몸이 약했던 것일지 독감으로 죽는다.


 웨스 앤더슨이 구축한 세계는 문라이즈 킹덤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화면과 깊은 절망이 공존한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정교하고 동화 같은 미장센을 내세우지만, 그 내부에는 지옥과도 같은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인물들이 그것을 인식하든, 그렇지 못하든 마찬가지다.


대서특필된 전쟁의 징후보단, 지인인 백작 부인의 죽음에 신경을 쓰게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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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는 온전한 실체라기보다 긍정적이고 단편적인 기억으로만 존재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찬란해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이미 균열과 잔혹함이 내재해 있었음을 이 영화는 은근하게 드러낸다.



4. 향수


그렇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품는다.

 소녀는 작가를, 작가는 제로를, 제로는 구스타프가 살아있던 시절 함께한 아가사를, 구스타프는 벨 에포크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웨스 앤더슨이 영향받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찬미한 벨 에포크는, 동시에 열강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유색인종을 착취한 시대다.

 근로법이 아예 없던 당시, 여섯 살 아이가 하루 18시간씩 공장에서 노동하는 일이 가능할 만큼 그 사회는 파멸적인 구조 위에 서 있었다.

 (1842년 채드윅 보고서)

 그 결과 영국 리버풀, 맨체스터 노동자의 평균수명은 각각 15세, 17세였다. 

 결국 그토록 화려하고 우아하게 보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질서와 풍경 역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착취 위에서 유지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색인종인 제로가 특이하게 보이는 호텔 내에서 백인 귀족 노부인들이 그 공간을 채울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 ‘효율적이고 세련된’ 구조 덕분이었다.

 따라서 구스타프가 추구한 귀족적인 것에 대한 환상은, 그저 노동자의 고통을 본체로한 화려한 외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겪지 못한 시절에 대한 향수는, 단지 경험하지 못했기에 생겨난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혹은 긍정적인 단면만 파편적으로 인식한 결과일 뿐, 본질적으로는 무의미한 감정일까.

웨스 앤더슨은 이에 대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구스타프는 사라져버린 시대의 품위를 지키고 예의를 지켰다. 죄수에게도 품위를 지켰기에 호의를 받아 탈옥 후 진실을 밝혀 결백을 증명했다. 사고무친의 제로 무스타파를 구원하고 그가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게 했다. 외발의 구두닦이 소년도 가끔 적선받았을 것이다.

 변호사 코박스, 마담D의 집사, 서지X와 하녀(레아 세이두)도 마담D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 구스타프를 살려냈다. 이는 그들이 공유한 지나가버린 가치에 대한 신념일 것이다.

 기독교 수도승들과 십자열쇠회도 그렇다. 그들은 구시대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집단이지만, 동시에 타인을 돕고 연대하는 선의를 실천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결국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단순한 착각이나 왜곡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품위, 예의, 연대--만큼은 현재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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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가 보여주는 지옥같은 단면이 있어도 웨스 앤더슨은 구스타프의 입을 빌려

'아무리 도살장처럼 변해버린 세상이라도 한 줄기 빛은 있다'라고 주창한다.


 지옥과 아수라장의 세계이다.

그런데 왜 다른 음식들은 아무렇게나 난도질해도 멘들스의 것은 그럴 수 없었을까.

내용물이 비록 다를지라도 멋진 품위로 포장하여 그 환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다.


 결국 웨스 앤더슨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에 가까워 보인다. 과거에 대한 향수는 허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허상을 지키기 위해 부여된 품위와 태도, 그리고 그 안에서 실천되는 선의는 여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그 환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만큼은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레전드 오역으로 구스타프를 지나가버린 환상속에 살고 있는 망상충으로 만들어놨으니 좀 어이가 없다.







추가로 여전히

구스타프는 정말 게이일까

사과를 든 소년은 게이였던 앨런 튜링을 의도하고 구스타프가 게이임을 드러내는 장치였던 걸까

감독은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등에 대한 궁금증이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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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포스터도 주라






작중 사진 출처:Netflix, 비상업적 리뷰 용도로 캡쳐했으며 저작권법을 준수하여 게시물 삭제 요청시 이에 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