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용 시마우타 - 케도쿠의 마쿠라부시

마쿠라부시, 또는 슝가부시(シュンガ節)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도쿠노시마 북부에서 시작해 아마미오시마, 오키나와 본섬까지도 널리 불리는 시마우타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다. 케도쿠의 마쿠라부시는 류큐의 3ㆍ8ㆍ6 음가를 따르고 있어서 곡의 발상지이자 바로 윗동네인 테테(手々)가 일본의 7ㆍ5 음가를 지키고 있는 것과 자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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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는 사실이지만 너가 바라는 건 아니지롱~

2024년 11월에 가고시마에서 친해진 프랑스인 해양생태학자 친구, 로맹. 나는 프랑스인들의 방식을 잘 알아서 구워삶는 걸 좋아하고 마르세유 출신인 로맹은 오히려 콧대 높은 프랑스인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은근 궁합이 좋아 꽤 친해졌었다.

그때 만난 뒤, 다시 일본을 찾은 로맹은 부인 미도리(마찬가지로 해양생태학자)와 함께 토카라 열도를 찍먹하고 도쿠노시마에서 한달 살기를 하려던 게, 우연히 나하고 일정이 겹쳐서 같이 놀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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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번 화에서부터 랑데뷰 장소인 산(山) 마을까지 걸어가고 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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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화에 이어서 잠시 쉬고 있던 곳은 후사나키 공원이라는 작은 곶. 아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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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쿠노시마에선 아단이 MVP였음. 얘가 분위기를 다 깔아줌...

오히려 아마미오시마에선 보기 힘들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아단의 특성상 (아마미오시마는) 골짜기가 많은 섬이라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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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상하게 생긴 산... 류큐식 산성인 구시쿠(グシク)다. 사실 더 잘 알려진 표현으로는 류큐어의 구스쿠인데 아마미어로는 저렇게 불리더라고...

대략 12~13세기, 일본과 중국 사이의 중개 무역에서 부를 쌓은 호족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각자 저렇게 생긴 산성을 쌓기 시작해서 오키나와와 아마미에 본격적인 유사–국가 체제가 들어섰는데, 그걸 '구스쿠 시대'라 부름.

오키나와는 이 구스쿠들이 전쟁을 통해 3개의 왕국으로 좁혀져 '삼산 시대'에 들어서지만, 아마미는 그러지 못했다. 두 집단 사이의 차이는 이때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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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봐라... 왜 자꾸 해변으로 걸어서 쪄죽으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길 냅두고 계속 해변으로 빠져서 걸어다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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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보이는 푸르푸르 소라게(オカヤドカリ). 여러마리가 엉켜서 집을 교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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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북쪽으로 걸어가는 길. 보정이 아니라 햇빛이 진짜 저렇게 쬔다. 덥다기보다는 뜨거움;; 아파(호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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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에서는 이런 신사들 보이면 들어가보는 편인데, 군도는 숲도 너무 빽빽하고 하부도 무서워서 들어갈 엄두조차 못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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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도쿠 마을의 투우장. 도쿠노시마에는 이렇게 규모가 있는 마을이라면 투우장이 꼭 하나씩 있다.

오히려 쇄락하는 마을에선 투우장이 사라지기도 해서 들리는 마을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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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투우장 앞에는 케도쿠 해변이 있는데, 여기가 약 1km 정도로 해변이 꽤 긴 편이라서 그 투우들을 산책시키는 걸로 유명한 해변이다.

특이한 점이, 해수욕하기에 불편한 산호초가 많은 이 섬에서 이렇게 모래로만 된 좋은 해변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하지는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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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투우도 아니면서 멍청하게 그걸 걸어갈 생각을 함... 심지어 투우들은 더워서 나오지도 않았다. 선선해지는 가을이나 겨울에 산책시킨다고.

걷다 보니 점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 참고로 모래가 불편해서 잠시 신발을 벗어봤는데 바로 화상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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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진짜 걷다가 죽을 뻔함;; 자판기가 있으리라 믿고 계속 걸었는데... 당연하지만 자판기는 무슨.

이 여행에서 온갖 실수를 한 덕분에 이후 여름 여행의 전략과 내공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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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식물(파파야)과 익숙한 식물(해바라기)들의 경계선과 같은 곳이 바로 아마미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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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쯤에서 퍼졌다. 너무 더운 것도 있지만, 너무 더워서 헤멘 탓에 원래 예정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기 때문.

친구 로맹한테도 난 끝났으니 먼저 가있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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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갑자기 우왓 뭔가 희귀해보이는 새가 날아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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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새다, 정확히는 그 아종인 류큐호반새. 일반적인 호반새랑 다르게 약간 보라빛이 돈다. 호반새는 한국에서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았다.

좋아, 다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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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갑자기 뒤를 지나가던 트럭이 멈춰서 말을 걸길래 뭐지? 싶었는데 로맹 일행을 실은 호스트 분의 차였다!

로맹은 내가 극한 뚜벅질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길가를 주시하고 있었고, 단번에 나인 걸 알아봤다고. 호스트가 잠시 구경을 시켜준다며 자기 외양간에 가는 길에 마주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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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마주친 덕분에 나도 호스트가 키우는 진짜 싸움소를 구경할 수 있었다. 다른 흑우들이랑 다르게 기존쎄에 눈매도 또렷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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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숙소에 들어왔다. 셋이서 호스트가 사준 도시락을 먹고 뻗었다. 말 그대로 셋 다 기절했다.

미도리(부인)와는 접점이 없어서 '대화하기 힘들지 않을까, 내가 불편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은 있었는데 나름 재밌게 떠들었다.

워낙에 행적만 들으면 괴인 같아서 그런지 로맹은 생각보다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도 같음... 정말 뭐하는 인간인 건지 자기도 한 번 보고 싶었다고,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라서 놀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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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2시간 뒤 낮잠에서 깬 셋.

산(山) 마을. 식료품점도 단 하나, 커뮤니티 버스도 끊겨가는 그런, 구글 지도에 업장이 제대로 등록도 안된 그런 조용한 마을이다. 한달 살기를 하는 거니까 마을 사람들한테 인사도 돌릴 겸 나오긴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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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뒷편에 있는 작은 신사. 로맹과 미도리는 하부를 봐야 한다며 숲으로 들어가는 걸 오히려 더 좋아했다. 나는 제발 마주치지 말라고 기도하고 있었음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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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일엽. 기생식물인데, 뿌리로 기생하는 나무의 낙엽과 껍대기들을 분해해서 자기가 쓸 흙을 만들어내는 그런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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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마을을 돈 뒤에는 해양생태학자 듀오가 진수를 보여준다며 항구로 갔다.

둘은 바다를 2~5초 이상 째려보더니 내 어깨를 치고는 무언가를 가르켰는데, 그때마다 거기엔 꼭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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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 아마미 군도에선 우지(うじ)라고 부르고, 곰치를 식용하는 오키노에라부지마에선 톤카(とんか)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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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뱀. 뭔가에 의해 기절했는지 우리가 한참을 쳐다봐도 숨지를 않았다. 한 2분 정도 지켜보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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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숨을 쉬러 올라올 때마다 내 어깨를 급하게 두들기느라 남아나지를 않았다. 얘네는 육지의 사람을 확실히 의식하고 있는 느낌, 조금이라도 쳐다보면 재빨리 숨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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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복.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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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던 듯한 흔적까지 걸어온 뒤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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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곳은 식당 남국(南国). 여기도 구글 지도에도 없던 곳이라 내가 나중에 직접 등록했다ㅋㅋ.

평범한 이자카야지만 메뉴가 꽤 다양해서 좋았음... 손님들도 우리한테 자꾸 무언가를 사주시고, 주인 부부도 자꾸 무언가를 얹어주고 하다보니 상이 완전히 가득 차버렸었다.

토탈 6~7만원 정도 쓰기로 하고 왔는데 한 15만원 어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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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라를 곁들인?? 키무치??

이런 남쪽 끝까지 김치가 퍼져나간 것은 문화의 승리인 것일까요... 맛은 일본인 입맛도 아니고 아마미 군도의 입맛에 맞춰 변형돼서 그런지 생색이라도 내는 일본 김치의 매운 맛도 흔적조차 없어진, '상큼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저 빨간 색을 대체 뭘로 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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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시마구치(아마미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수사는 류큐어(티치, 탓치, 밋치…)와 같다는 이야기, 시마구치 경연에 초대되어 생에 처음으로 도쿄를 가봤다는 이야기, 마을마다 사투리가 달라서 우리는 "うい"하는데 옆마을은 "うり"한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들.

책에서만 봐온 것들이 일상으로 쓰이는 모습을 보니 너무 재밌었다. 이분들도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오랜만이지 신이 나서 설명을 해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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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먹고 떠들고는, 도쿠노시마를 모두 구경하고, 미래에 아마미 군도를 정복한 뒤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진짜 너무 좋은 추억이었음...

요네가메라, 오보라다렌, 우이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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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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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낚시를 나와 있던 로맹과 함께 일출을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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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선물로 챙겨온 마가렛트와 약과를 곁들인 프랑스인다운 아침(토스트, 치즈, 구운 토마토와 과일)을 먹었다.

부부의 한달살기 첫날을 방해하는 것만 같아서 있는 동안 엄청 미안해 했는데 그만큼 계속해서 안심시켜주고 내 일정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해줘서 너무 너무 고마웠다. 뭔가 이렇게 말하긴 부끄럽지만 오랜만에 이쁨받는 그런 기분이었우...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도 좋지만, 그 우연이 구면이 되는 것 만큼 마법 같은 경험도 없다... 또 만날 날만을 기다리다 보면 길고 긴 인생도 한 순간이겠지??

일붕이들도 꼭!! 그런 인연 만들어가며 여행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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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걱정도 할만한 게, 이게 그 날의 일정이었다.

저 경로를 지나는 대중교통도 없고, 로맹 부부도 아직 렌터카를 빌리지 않았기 때문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다.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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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구리비둘기크루와상 부부의 응원을 온몸으로 받으며 행군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