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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대출에 대해 알아보자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실베 간 기념으로 2탄까지 글 써봄.


1탄의 주제가 어떻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는가 였다면


2탄의 주제는 왕들이 어떻게 돈을 갚았는가(안 갚음)임.


덜 양아치스러운 방법부터 시작해서 최고로 양아치스러운 방법까지 다룰 거임.


그리고 재미있게 보려면 전편을 보고 오는 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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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히 쓰였던 방법 중 하나는 늑향 1편의 주요 에피소드이기도 한 화폐의 절하였음.


은화 100닢을 갚아야 하는데, 은화 50닢밖에 없다면 50닢을 녹인 다음 싸구려 금속을 섞어 은의 함량이 절반이 된 은화 100닢을 만들어 갚는 거임.


은이나 금의 함량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은화와 금화는 우중충한 색으로 변해 갔다는데,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씩 화폐에 문제가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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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왕들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는데 그중 하나는 은화에 백동을 섞는 거임.


보다시피 백동은 은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은의 함량을 떨어뜨려도 여전히 번쩍여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광택이 사라져서 결국 들통났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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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짓은 당연히 화폐의 신뢰도를 떨어뜨렸음.


비잔틴 제국의 금화 '솔리두스'는 순도 98%를 자랑하는 화폐이자, 명실상부 지중해 세계의 기축통화였음.


지중해 어느 나라를 가든 솔리두스를 내면 결제가 가능했음.


하지만 비잔틴 제국이 쇠락하며 점차 솔리두스의 순도는 내려갔고, 결국 솔리두스는 기축통화 자리에서 내려오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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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법은 걍 배를 째는 거였음.


걍 안 갚아버리는 것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백년 전쟁 당시 영국 왕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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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 왕가는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이탈리아 은행가들에게 엄청난 돈을 빌렸음.


이탈리아 은행가들은 전쟁이 금방 영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에 흔쾌히 돈을 빌려줬음.


승리한 후에 프랑스 삥을 뜯으면 돈을 갚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


문제는 백년전쟁은 금방 끝나지도 않았고, 영국이 승리하지도 못했다는 거임.


결국 돈이 없어진 영국 왕가는 걍 돈을 안 갚겠다고 선언해버림.


저 멀리 이탈리아에 있는 은행가들이 영국까지 함대를 몰고 올 것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안 갚으면 네들이 뭘 어쩔 건데 한 거임.


이 때문에 이탈리아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했고 그들과 거래하던 각국의 상인들까지 줄줄이 도산하게 됨.


그 파장이 전 유럽에 미쳤기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을 최초의 국제 금융 위기라고 이야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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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돈도 안 갚으면서 전재산을 빼앗은 다음 추방해 버리는 거임.


보통 도시에서 큰 세력이 없던 이들, 즉 유대인들이 자주 당했던 방법임.


내가 너한테 빚진 건 없었던 게 되고, 왕인 나한테 돈 갚으라고 건방지게 굴었으니까 전재산도 압수하고, 이제 꼴도 보기 싫으니 내 나라에서 나가라고 선언한 거임.


어차피 유대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었기에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음.


물론 이는 왕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었지만, 이런 일은 중세 유럽 곳곳에서 일어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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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번까지만 해도 충분히 양아치스럽지만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은 그보다도 한 술 더 떴음.


바로 빚도 안 갚고, 전재산을 빼앗은 다음, 처형해 버리는 거임.


전편을 보고 왔다면 알겠지만, 성전 기사단은 최초의 국제 은행 역할을 했고 각국의 왕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들이 바로 이런 방식으로 몰락함.


성전 기사단에게 돈을 빌린 프랑스 왕은 돈도 갚기 싫고 기사단의 재산도 탐이 나니까 그들을 모조리 체포해버림.


프랑스 왕은 성전 기사단이 기사단원끼리 해병 야스를 즐기고, 악마 숭배를 했다며 그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함.


결국 고문에 이기지 못한 기사단원들은 거짓 자백을 하게 되었고, 화형당하며 성전 기사단은 몰락함.


그들이 화형당한 날이 그 유명한 13일의 금요일로 기사단장은 자신들에게 거짓 누명을 씌운 이들을 저주하며 불타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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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기사단이 처형당했으니 원래 같았으면 펄쩍 뛰었을 교황이었지만 그는 이 사건을 못 본 척하고 넘어감.


왜냐하면 당시 성전 기사단의 힘이 너무 강해서 교황이랑 맞먹을 정도였기 때문임.


교황은 이 기회에 밑에서 치고 올라오던 성전 기사단을 정리해 버리기로 했던 거임.



이렇듯 중세 유럽에서 왕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자칫 게이 악마숭배자로 몰려 전재산을 빼앗긴 다음 화형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음.


그럼 은행가들은 왜 왕에게 돈을 빌려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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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잘만 풀리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사업이었기 때문임.


왕들이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은 양아치 짓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체면이 있었기에 잘 갚는 왕들 또한 많았음.


그런 왕들에게선 이런저런 이권까지 받아낼 수 있었으니, 잘만 되면 대박나는 장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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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당대 유럽의 최고 부자였다는 야콥 푸거임.


오늘날로 치면 대략 4000억 달러(550조원 정도)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는데, 이는 당시 유럽 전체 GDP의 2% 정도였음.


야콥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게 돈을 빌려주고 광산의 채굴권을 얻어냈는데, 이 광산에서 나오는 금속들을 독점해 엄청난 부를 손에 넣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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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왕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해병 야스 마니아로 몰려 화형당했는데, 누군 유럽 최고의 부자가 되었으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거임.


결론: 돈을 빌려줄 때는 상대가 양아치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한 다음, 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