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갤 눈팅한지는 거의 4년이 돼가는데 막상 글은 처음 써보네
요새 여행 계획하면서 정보수집에 옴갤 많이 참고중인데 (그냥 재미로도 많이 봄), 나도 구력은 허접하지만 정보 공유 + 오락에 기여해보고자 올림. 몇년전에 보이던 뉴욕 고수들 요샌 활동 잘 안 하는 것 같길래...

한국 정식당 관련된 글들 보면 뉴욕은 어떤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한국에선 안 가봐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여타 뉴욕 2스타들에 비하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함.

2025년 9월달 방문인데, 뉴욕 다이닝 업계에서 일하던 친구가 "정식은 코스 말고 알라카르트로 가라"라고 한 게 떠올라서 일반 테이블 말고 바 좌석으로 방문함.
평소에도 디저트는 관심없어서, 테이스팅 코스에 포함된 메뉴 전부 시키고 없던 것도 추가함. 요리 가짓수는 정규 코스보다 많은 대신 디저트가 빠져서 가격은 비슷하게 나옴.

8개월 전이라 기억이 온전치 않은 점 양해 부탁


음식만 볼거면 스킵해도 무방한 내용:

관련 썰을 풀어보자면 난 2010년도 초반부터 뉴욕에서 자랐는데, 한인(교포) 비중이 꽤 높은 커뮤니티였음
.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뉴욕도 2010년도 후반-2020년도 초반, 특히 코로나 전후로 대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다이닝을 허세 및 사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늘어난 수요에 맞춰 다이닝 씬도 상당히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대중들의 소비문화도 더 관대해졌는데

그 전에는 식사 한 끼에 수백 달러를 지불하는 행위가 (특히 동양인들, 아직도 우리 부모님 세대는 마찬가지로) 사치의 끝판왕 격으로 인식되는 행위였고, 당연히 대중의 파인 다이닝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도 '나와는 관련없는 얘기' 수준으로 훨씬 적었음.

동양인 부자가 없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 시절 주류 고객층은 상류층 백인들이었고, 당연히 대부분의 업장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퀴진을 제공함. 그 와중에 유일하게 한식을 아이덴티티로 삼던 업장이 정식당이었음. 말했듯이 다이닝 관심이 적던 코로나 이전에도 정식당은 현지 한인들 입에서 "미슐랭 한식"의 상징으로 오르내림.

한 2022-3년부터 뉴욕에 한식 파인다이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현지인 입장에서 정식당은 꽤 입지전적인 곳임.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고딩때부터 듣다보니 호기심이나 환상이 사라져서 방문은 3스타 획득 후에나 함.

한식에서 사이드로 나오는 반찬을 아뮤즈 형식으로 재해석해서 내줌.
영상에 나온 순서대로 콩국-육회-연두부-회무침-주먹밥-배숙
난 미각이 굉장히 예리한 편은 아니라서, 너무 복잡하거나 섬세한 요리보단 주재료 맛에 집중되면서 부재료들로 맛을 받쳐주거나 적절한 복합성을 더해주는 요리를 선호함. 6가지 모두 레이어가 과하지 않고 밸런스 있으면서도 각 모티브가 된 찬들의 특징이 잘 나타나서 좋았음. 코스 하나가 여러가지 형태로 분배가 잘 된 느낌에 맛도 꽤 직관적임.
콜키지로 샴페인 하나 들고와서 이거만 한 10개 주문하고 싶은 맛. 베스트 1

여담으로 콜키지는 병당 150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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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는데 그늘이 져버린 시마아지. 서걱서걱한 식감이랑 지방맛은 좋은데 약간 철이 지나서 그런지 산도가 좀 튀는 느낌이고, 회무침은 한식다이닝 갈 때마다 보는 느낌이라 그저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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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론 김밥 못지않게 이것도 시그니처였는데, 막상 언급은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저 문어 식감이 엄청 신기한게, 겉은 부스러지듯 파삭한 얇은 막이 있고, 속은 부드럽고 포슬포슬하면서도 문어 특유의 탱글한 치감도 살아있음. 고추장 아이올리도 이젠 좀 식상하지만 막상 아는 맛보다 고급스럽고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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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조명이 잘 안 받음... 관자 밑에 깔린 먹물 리조또. 사진으론 잘 체감 안가는데 관자 사이즈가 상당히 큼. 단맛보단 패류 특유의 바다맛? 이 더 지배적이고, 맛은 무난했지만 이번에도 익힘은 정석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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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뭐 올릴지 고민하다 그냥 두 장 다 올림. 영어로는 나름 자주 본 식재료인데, 한국말로 "북극곤들매기"라고 적혀있으니 좀 생소했음. 염장 및 드라이에이징 과정을 거쳤다는데 그래서인지 껍질이 굉장히 수분감없이 바삭하게 나옴. 실제로 누룽지 맛이 남. 그 와중에 살은 또 촉촉하게 익었고 응축된 생선 맛에 저 연어알 들어간 소스도 조화로움. 베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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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퀴노아 비빔밥? 80불짜리 추가메뉴인데, 우니에서 방구맛은 안 나지만 맛이 꽤 옅고 무거움. 퀴노아랑 새싹 식감도 딱히 여기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고, 저 새싹들만 가지고 우니의 헤비함을 다 잡아주진 못함. 퀴노아가 제일 '굳이'스러운 부분인데, 그냥 아예 밥으로 내면 그건 또 너무 뻔해서 그런듯. '고급 식당이라면 우니 하나쯤은 있어야지' 싶어서 어거지로 넣은 느낌. 심지어 간도 부족해서, 감칠맛이 존재해도 잘 안 느껴짐. 간장이라도 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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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국 후기에서 방어를 본 기억은 없는데 어쨌든 주니 먹음. 9월에 굳이 잿방어 놔두고 방어를 쓴 이유는 모르겠고, 밍밍한 회 즈케해서 먹는 느낌임.
김밥은 진짜 기대했는데, 짠맛+쿰쿰한 맛+산미가 뭔가 한 군데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었음. 회랑 같이 먹어도 지방이 부족하니 중심이 잘 안 잡히고 그냥 요소만 추가된 느낌.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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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은 굉장히 부드럽고 육향과 지방 맛, 소스의 밸런스를 잘 잡았다고 느낌. 아는 맛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굳이 다시 먹고싶단 생각은 안 들지만, 확실한 안타 정도는 되는 인상. 확실히 익힌 요리를 잘 하는듯.

전반적으로 뉴욕 한식 다이닝의 시조다운 품격은 보여줬다고 생각함. 3스타는 여행갈 시간없음 이슈로 해외에 비교군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여타 뉴욕 3스타들이랑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듯.

첫 글이라 다소 두서없을 수 있음 + 다이닝 가방끈 짧은거 감안해줬음 좋겠고 재밌게 봐줘
다음엔 주옥(**) 후기글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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