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간간히 그림 올리는 익명이야

그붕이들의 착한 댓글에 감동먹어서 내가 여태까지 그려온걸 한번 공유해보고 싶어서 글 쓴다

착한 댓글 고마워 그붕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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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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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도에 손바닥만한 노트에 그린 동방캐임. 이때까지만 해도 그림이라고는 만화책에서 본 그림 옆에 두고 따라그리기,

애니 스샷 보고 따라그리기밖에 해본 적 없는 중딩때의 나는 보다시피 인체라고는 쥐뿔만큼도 못그리는 응애였음.

그래도 딴에는 멋있는 투시 줘보고 싶다고 한껏 멋부린 투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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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15년도 고딩때임. 이땐 그래도 초중딩때부터 끄적거려온 짬빠 + 한창 덕질하며 핥아먹던 さとうきび라는 작가님 그림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한창 얼굴 따라그리고 내 그림에 똥고집 자부심 개쩔던 때임. 일반고답게 그래도 학년에서 알아주는 그림쟁이였고 난 그 좁은 우물에서 내가 제일 잘그린다고 반평생을 믿으면서 살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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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6년. 타블렛이라는 물건을 처음 써본 내게 연필 털선의 밀도를 살릴 수 없는 디지털 페인팅은 너무나도 험난한 세계였음.

판은 미끌거리고 선은 안그어지고, 그래서 해보겠다고 한게 밑에 있는 아리 그림마냥 "텍스쳐 2만배." 갖다박은 똥그림이었다.

이때만 해도 난 온라인의 그림에 대해 무지했고, 그저 내 노트북 안에서 친구들한테 그림 보여주며 나는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자기세뇌하던 초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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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때 처음으로 유튜브에서 그림 동영상이라는걸 봄. 피드백하는 영상이었는데, 이미 고칠 곳이 없어보이는 그림을 마법처럼 고쳐내고

더 좋게, 더 예쁘게 만드는 영상을 보고 난생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그림에서 거대한 충격을 받아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이 과정을 겪었다는게 내가 얼마나 닫힌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본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없음ㅋㅋㅋ

그렇게 충격을 받은 나는 처음으로 "이 사람에게 그림을 배우고 싶다" 라는 감정을 느끼게 됨.

동영상 하나에 두시간이 넘는 채널의 재생목록을 전부 정주행하고, 학교까지 통학하는 세 시간, 강의 사이사이에 빈 공강시간, 모든 시간을 들여

그 유튜브 피드백영상, 이론 강의영상을 정독하고 그림에 대해서 처음으로 "공부"라는걸 시작한 때가 이 때인 것 같다.



물론 공부를 시작했다고 바로 잘그릴 리가 있나. "무테"라는 겉멋에 취해서 "아 나는 선 없이 그림을 잘그릴거다 ㅋㅋ 선화랑은 클라스가 다르지" 라는 허영심으로 그림을 잡던 나는 내가 고딩때부터 느꼈던, "나는 선을 못긋는다" 라는 생각에서 다시 "나는 무테다." 라는 개좃가오로 온몸이 지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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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ㅇㅈㄹ이다. 너희들은 무테같은 시덥잖은거 해보겠다고 시간날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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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아까 말한 사람한테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지원포폴도 준비했음. 이거 한장 그리는데 시발 두달 걸렸다. 아직도 무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생이었음.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학원 기초반에 등록하는데 성공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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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처음 들어가서 기본 이론들 수강하고, 처음으로 컨셉에 맞춰서 그렸던 캐릭 둘임.

이때 선생님은 얼굴을 더 잘그려야 한다고, 지금 이대로면 여캐 가면씌우는게 더 이쁘다면서 얼굴에 항아리를 덮어주셨었다ㅠ 하지만 ㅈㄴ팩트였음.

기왕 들어간 학원, 개빡세게 해보자 생각하며 일주일에 하루, 네시간 정도 하는 수업시간에 모든걸 얻어가기 위해 일주일에 두명 그리는 과제마다 온갖 삽질을 해가며 쌤한테 피드백을 들었음.


그런데도 그림이 크게 나아지는거 없이 헛뺑뺑이만 도는것 같다고 느끼던 나는 "그래, 이번주는 입체에 모든걸 박아보자" 라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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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완성해냄.

지금 보면 이게 뭔데 과몰입인데 씹덕아; 싶지만 그때의 나에겐 혁명적인 시도였음.

갑옷의 모든 관절 위치, 포인트마다 전부 수평선을 그어서 높이를 정확하게 맞추는 시도를 해봤던거.

결과적으로 피드백 시간, 선생님께 "이건 지금까지 중에서는 제일 괜찮네" 라는 극찬을 받게 됐고, 이 뒤로 나는 입체에 집착하는 입체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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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반이 끝나고 나서 "아 이 사람한테 더 배우고 싶다", "좀만 더 배우면 취업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빠진 나는 이미 앰생으로 다니던 대학교 휴학을 결심했고, 기초반과 별개로 1년동안 하드코어하게 인간을 개조하기로 유명한 기수제에 지원하게 됨.


이쯤 되면 대충 견적 나오지? 학원 얘기 너무 많아지니 슬슬 컷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원얘기를 굳이 끼워넣은 이유는, 내 그림인생에서 너무나도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최소한으로 줄인게 이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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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19년도 말, 학원을 졸업한 나는 원래 그리던 십덕장르를 다시 그려봤고, Krenz 작가님 스타일을 보면서 그리면 대충 이정도까지는 그려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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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나는 기본기도 배웠겠다, 그림 완성도 할 줄 알겠다, 이정도면 씌발 취업은 빳따지 ㅋㅋ 라는 마음으로

다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함. 지금 생각하면 이때가 우매함의 봉우리 끝판왕인듯.

겁대가리 없이 프로들이 그린 그림에도 내 마음대로 손을 대며 친구들 앞에서 입체가 뭐네 마네 하며 조리돌림했었음.

어느 수준이었냐면, 이땐 그림을 분석할때 아무리 다른 모든게 완벽해도 뭐 하나만 내 눈에서 거슬리면 이런애도 프로하네 ㅋㅋ 이지랄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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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작 내 그림은 이꼬라지;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십덕 그림들 그거 뭐 대충 하와와하게 그리면 다 빨아주는거 아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그린 미소녀 그림이 얼마나 못그렸든, 이건 내가 대충 그려서 그런거다 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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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그저 하찮은 수준인 그림이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되게 잘그린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음.

그나마 이 아리는 뭔가 텁텁하고 부족하다고 마음 한 구석에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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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텁텁함의 원인이 뭘까 생각하며 색에 대한 연구를 해보기 시작함. 

첫번째는 HBO 체르노빌 보고 색 팔레트가 신기해서 연구해봤던거임. (주제: 전체적인 씬의 색상이 푸른톤이면 회색이 난색으로 보이게 되는가)

두번째는 다른 사람 색 팔레트 따라그려본거고,

세번째는 나무에 앉은 참새 사진 보고 컨셉 그려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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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지인 스케치 보고 괜찮은데? 싶어서 같은 동세로 그려봤던거. 지금 보니 그래도 색 연구가 나름 효과가 조금 있었던 것 같네.

하지만 내 자만심을 때려뿌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건 따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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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장을 그리고 나서 난 드디어 깨달았음.

"나는 생각보다 그림을 더럽게 못그리는구나" 하고.

다른 사람 스타일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그리면 그림이 바로 이꼬라지가 난다는걸 깨달은 나는 진짜 머가리를 망치로 한대 때려맞은듯한 충격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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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팬아트들 그리면서 미소녀 그림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함. 이쯤부터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는 내 눈이 달라졌음.

"뭐 하나만 눈 밖에 나도 못 그린 그림"에서 "뭐 하나만 잘 그렸어도 잘 그린 그림"으로.

나는 이 마인드가 엄청나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함. 마인드셋 하나가 바뀐 것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도 달라졌고,

세상의 거의 모든 그림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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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그림에 안정감이라는게 생기기 시작함. 아직도 미숙해서 잠깐 힘빼면 저세상 가버리는건 같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이 때인듯.

시기상으로는 21년도 6월. 그럼에도 아직 반응이 없는 내 그림은 왜 반응이 없는건지 이해하지 못했던 과도기적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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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앰생으로 다니던 기존의 대학교의 전공이 생각보다도 나랑 너무 안맞는다는걸 알게 되고, 학원에서 준비한 포폴들과 습작 몇점으로 구성된 포폴을 들고 난 유학길에 오름. 참고로 기존 성적표는 학사경고 2회에 학점도 개판이었음. (아빠한테 들키면 맞아죽을게 눈에 선해서 숨기고 유학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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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슬슬 미소녀 그림체가 자리를 잡아간다고 느끼던 이때, 여전히 팬아트는 대충 할만큼만 그리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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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그리고 나서 결정적으로 깨달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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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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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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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아서 그리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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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주지 않는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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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야 그림 한장을 "완성"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고, 그림을 그릴때 진심을 담아서 그리게 됨.

 

그리고 이 때쯤 HxxG라는 작가님을 알게 되고, 그 스타일에 빠져서 나도 그림자를 저렇게 툭툭 잡아보고자 연습하게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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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연구하면서 그렸던 것 같다. 이 아래로는 그갤에도 올렸던 그림들 재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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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임.

난 정말로 누구든 방향성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건 "자만하지 않기"야.

그림 그리면서 내 그림이 최고다, 라고 자만하는 순간 성장이 멈추더라. 지금은 그림들 어디에서나 배울 점을 찾고 내 그림에도 적용시켜보려고 노력중이야.

다들 힘내고 열심히 그림그려서 더 성장해서 최고의 그붕이가 돼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