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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53명중 42명 장제원이 추천… 대통령실 물갈이, 무슨 일 있었길


[논설실의 뉴스 읽기]

대통령실 ‘물갈이’ 배경은

尹 지지율 24%로 떨어지자

“누군가 책임져야” 말 나와

그 와중에 ‘카톡방 사건’ 발생

‘어공’끼리 보고하기 전 자료 공유

일부 유출돼 장제원 측에 간 정황



대통령실이 8월 말 9월 초에 걸쳐 직원 420여 명 중 50여 명을 교체했다. 대통령 취임 넉 달도 안 된 상황에서, 그것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렇게 많은 인원을 잘라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물러난 사람은 대부분 정치권 출신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다.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면직되거나 임명장을 받고 20일 만에 사표를 낸 사람도 있었다. 그때 비운 자리 중 상당수는 지금도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달 들어서도 비서관 1명이 또 물러났고 1명은 다른 자리로 옮겼다. 현재 대변인을 포함해 뉴미디어·보건복지·시민소통·사회공감 등 비서관 다섯 자리가 공석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서실 쇄신은 5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 연말까지 교체가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개편은 ‘현재 진행형’이란 것이다. 대통령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러난 53명 중 42명이 장제원 의원 추천”


대통령실 대규모 물갈이 사건의 전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교체된 비서관과 행정관 대다수가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8월 말까지 53명이 나갔는데, 이 중 42명이 장제원 의원 추천 꼬리표가 붙어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장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 대거 대통령실을 떠나야 했을까.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중에서도 핵심 측근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어 처음 꾸린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캠프에서 장 의원은 상황실장을 맡아 사실상 경선을 총괄했다. 아들의 음주 측정 거부와 경찰관 폭행 사건이 터지자 잠시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비밀 담판에 배석해 단일화를 이끌어 내는 데 공을 세웠다. 대선 승리 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통령실과 장 의원 측 책임 공방


그랬던 그가 대통령실과 소원해진 계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임기 초반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원인으로 작용한 건 분명하다고들 했다. 8월 초 윤 대통령 여름휴가를 전후해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문제를 두고 여권 내분이 일어난 상황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취학 추진 등 정책 악재까지 겹쳤다.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졌고, 누군가는 이에 책임을 져야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김대기 실장 책임론이 먼저 나왔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실장이 정무적 감각이 다소 떨어져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등에서 문제가 생겼고, 이준석 사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물러나고 장 의원이나 이동관 언론특보 등이 비서실장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돈 것도 이 즈음이다.


반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장 의원 책임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준석 쫓아내기의 단초가 된 초·재선 의원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촉구 성명을 배후에서 조장한 게 장 의원이고, 논란을 빚은 박 전 장관을 추천한 것도 장 의원이라는 등의 논리를 폈다고 한다.



카톡방 사건이 도화선


이러는 가운데 사건이 하나 터졌다. “양측이 신경전을 벌일 때 어공들의 카카오톡 대화방 사건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러 수석실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던 정치권 출신 비서관, 행정관, 행정 요원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고 여기에서 소통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이나 직속 상관인 수석에게 보고하기 전 자료나 정보도 이 대화방에서 공유했다고 한다. 이 중 일부가 여의도 정치권으로 흘러갔고, 이게 장 의원 쪽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대통령실 직원인 줄 알았더니 장 의원 직원이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곧이어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통령실에 검찰청처럼 조사실을 여럿 설치하고 감찰을 벌였다. ‘어공’이 많았던 정무·홍보수석실이 있던 대통령실 청사 7층에 “피바람이 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원들이 써낸 업무 기술서 등을 토대로 업무 성과나 역량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8월 29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대통령실은 국가에 대한 헌신적 자세, 업무 역량이 늘 최고조로 유지돼야 한다”고 했고, 이는 충성심과 업무 역량 등을 교체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튿날부터 나갈 직원들에게 면직 통보가 갔다. 정무수석실 비서관 3명 중 2명이 짐을 쌌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내정도 철회됐다. 장 의원은 8월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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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 측 “인사 다 했는데 꼬리표 당연한 것 아니냐”


장 의원은 이후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시절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실에서 일할 참모진을 구성하는 것은 공식적인 업무였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마치 자신이 비공식적으로 인사 전횡을 한 것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인수위 인사팀은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과 마포의 한 호텔을 오가며 2~3주에 걸쳐 인사 작업을 했다고 한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 인사는 물론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말단 행정 요원까지 인사안을 짜서 최종 보고한 게 장 의원 아니냐”며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장 의원 추천 꼬리표가 붙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 당 사무처, 대선 캠프 등 다양한 곳에서 인사 추천이 들어왔는데 이게 모두 장 의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윤한홍 등 친윤 핵심 의원은 물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부탁도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한다. 장 의원이 권·윤 의원과 틈이 벌어지고,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불만을 사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에게 죄가 있다면 대통령의 사랑을 독차지한 점”이라고 했다.



”장 의원에 대한 신뢰는 여전, 위기에 중용 가능성”


장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과는 관계가 그다지 변한 게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장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요즘도 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장 의원 어깨를 토닥거리며 짧은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장 의원을 다시 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퇴직자 50여 명 지금은 뭐하나]


상당수는 재취업 성공… “일부는 불만 품고 野에 제보도”


대통령실은 5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을 내보낸 후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 안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4급 이상 퇴직 공직자는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 취업이 제한되며, 승인받은 경우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임의 취업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경고도 포함됐다. 퇴직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지 석 달밖에 안 돼 짐을 쌌는데 3년간 맘대로 취업도 못 하게 생겼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퇴직자 중 상당수는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보낸 문자 메시지는 행정 절차에 따른 형식적 안내였을 뿐 실제로는 취업 심사를 통과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있고, 이 중 일부는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당내에 꾸린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 규명단’에 대통령실 운영과 관저 이전 등과 관련한 여러 제보가 들어오는데, 이 중 일부는 대통령실 퇴직 직원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