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흘러들어 왔다는 것은 데님에 꽤 관심이 있는 걸 텐데,

종종 와서 데님이 뒤틀렸다고 불량 아니냐고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처음에는 밈처럼 노는 건가... 싶어서 그냥 지켜봤는데, 정말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아서

글을 써 본다. 


급하신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님이 뒤틀리는 것은 원단이 사선으로 짜여진 능직이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일어나는 뒤틀림 현상이 불량이라고 생각하면 불량이고, 데님의 특성이다라고 생각한다면 특성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결론부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일단은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하게는 알거나 몰랐던 데님의 뒤틀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1. 데님이 유독 뒤틀리는 제일 큰 이유는 원단의 짜임 방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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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데님 원단의 짜임 실이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인데, 

실을 이런 식으로 짜게 되면 우리가 데님 원단을 봤을 때 앞면은 인디고 색상이 나오게 되고, 뒷면은 흰색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거를 일본에서는 綾織り(ayaori)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twill(트윌) 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원단이 사선으로 보이게끔 짜는 것.

업자들이 말하는 능직 능직 거리는 게  綾織 이거를 그냥 음독으로 읽은 거다.


그러면 이 트윌원단을 짜는 방식에 따라 또 분류가 나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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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사선의 방향이 왼쪽 방향으로 올라가면 左綾(좌능, hidari aya)、오른쪽 방향으로 올라가면 右綾(우능, migi aya)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Levi's를 필두로 한 대부분의 데님들은 우능직을 택하고 있고, 좌능직으로는 LEE가 대표적이다. Broken twill이라고 해서 

Wranger에서 개발한 방식도 있는데, 이것은 이번에는 다루지 않겠다.


아무튼, 이렇게 능직의 방향에 따라 세탁을 할 경우에 우능직의 데님들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좌능직의 데님들은 왼쪽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원단이 짜여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원단이 뒤틀어지진 않을 거니, 좀 더 알아보자.



2. 구직기를 이용해 만든 데님들은 로우텐션으로 짜여있고, 방축가공이 되어 있지 않다.

데님에 깊게 빠진 사람들은 데님 원단을 짜는 직기(셔틀)를 영상으로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빈티지 데님을 동경해서 만드는 브랜들의 경우, 그 당시의 메이킹 과정도 답습하려고 하기 때문에 원단을 짤 때 예전에 쓰던 구직기(旧織機)를 이용해서 짠다. 옛날 기기이기 때문에 데님을 짜는 양과 속도도 매우 낮기 때문에 생산효율도 낮고, 이것은 곧 가격향상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일본의 데님 브랜드에서 맨날 구직기로 원단을 짰다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도, 옛날에는 데님을 구직기로 짰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구직기로 짠 데님 원단의 특성이 뭐냐. 텐션이 강하지 않고 느슨하다. 그래서 실과 실 사이의 간격이 넓고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 말은 세탁시 원단의 수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구직기로 짠 리지드 데님을 세탁하게 되면 총장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능직의 방향에 따라 데님이 오른쪽으로 뒤틀리든 왼쪽으로 뒤틀리게 되는 것이다. 




3. 그렇다면 데님의 뒤틀림은 불량인가?


1- 원래의 모양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불량이다!


2- 데님은 원래 입으면서, 세탁하면서 달라지는 것을 즐기는 옷이니까 불량이 아니다!


3- 데님의 경년변화는 즐기고 싶지만, 바지가 돌아가는 것은 싫다!


정도의 입장으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1번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데님을 입기 참 힘들 것이다. 데님은 입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할테니...


2번은 아마 대부분의 데님 마니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데님에 열광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일 테고.


그런데 3번의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데님을 만드는 브랜드에서도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서, 뒤틀림 방지 가공(스큐 가공)이라든지, 방축가공도 함께 거쳐서 뒤틀림을 최소화한 데님들도 출시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엔 빅존)

하지만 데님이라는 원단의 특성상 절대 돌아가지 않는 데님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마 그건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데님 원단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4. 끝내며...


 데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처음엔 바지가 돌아가는 거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1도 없었다. 아예 의식하지 않고 입고 있다가

어느 날 여러 커뮤니티와 유튜브(심지어 데님 마니아들이 많은 일본에서도)에서 그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내 데님을 보니 엄청나게 돌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꽤 흥미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경우에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양 다리가 함께 돌아가는데,

그러다 보니 오른다리의 셀비지 라인은 약간 뒤로 가고, 왼다리의 셀비지는 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다리를 꼬을 때도 괜시리

왼쪽 다리를 들게 되기도 했다. 갖고 있는 데님 중에 레졸루트가 진짜 많이 돌아가는 편인데, 이제는 세탁을 했을 때에 바지가 안 돌아가 있으면

서운할 지경이 되었다. 



 아무튼, 요즘에는 방직기술이라든지 가공기술이 워낙 발전했고, 기계도 좋아졌기 때문에 하고자 한다면 돌아가지 않는 데님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로 다루는 데님들은 대부분 옛날 방식을 따라 만드는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에, 어찌보면 불량으로 볼 수 있는 그 요소 조차도 '복각'을 하거나

'영향'을 받아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이 싫다면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 데님들을 찾아가거나... 그냥 받아들이거나... 해야 하지 않을까?




PS. 다들 알겠지만, 보통 한쪽 다리가 유독 심하게 돌아간다. 우능직의 경우 왼쪽다리. 

이거는 나도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토론의 여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