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단들은 갈수록 얇아지고, 구겨지고, 날린다.


그리고 그들은 작업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치수 재기와 마름질이 끝나면 6명의 그 다음 사람들이 양복 1벌을 제작한다. 재킷 제작자, 바지 제작자, 조끼 제작자, 안감과 단추를 담당하는 트리머(Trimmer), 주머니와 단춧구멍 제작자, 그리고 다림질 담당자.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만 번의 손바느질과 최소 60시간의 노동이 소요된다. 공방의 재봉사들은 이전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하는데, 원단들이 갈수록 가는 실로 제조되어, 점점 더 가벼워지고, 구겨지고, 날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몇 해 전 영향력 있는 업체들이 "새빌로우 비스포크 연합회"(www.savilerowbespoke.com)를 결성했다. "비스포크(Bespoke)"라는 개념은 19세기에 생겨났는데, 어느 고객이 원단을 "예약해 놓은(spoken for)"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상표들이 "비스포크"라는 명칭을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명칭을 지키는 일은 그 자체로 기나긴 과정이다. 테일러들의 주장은 그러나 가장 탁월한 관료에게조차 설득시키기 어려운데, 그건 어떤 옷의 안쪽에 "새빌로우 맞춤 양복"이란 라벨이 붙어 있으면, 새빌로우에서 치수에 맞춰 제작된 양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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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 가운데 숙녀. 캐트린 서전트는 지난 4월 새빌로우 37번지로 들어왔다.


공방들 내부에선 그 다음 혁명이 진행중이다. 가장 확실한 사례는 37번지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전통 있는 양복점 기브스 앤 홐스에서 최초로 여자 재단사로 일했던 캐트린 서전트가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BBC가 다녀갔을 정도로, 이 거리에서 개업한 최초의 여성은 2016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서전트는 고객의 치수를 꼼꼼하게 재는 동시에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많은 남자 테일러들이 고객의 해부구조를 정확히 탐구하는 것에 그치는 데 반해, 서전트는 대화를 통해 고객의 마음까지 읽어낸다. 애정관계, 직업, 의류와 구두 상표, 음악, 음식, 음료, 문학, 자동차, 스포츠 – 남자들의 경우엔 축구 동호회 –, 여행지, 그밖의 취미들. 그런 잡담이 끝나고 나면 그녀는 가벼운 요크셔 사투리로 탐문한 고객의 온갖 신상정보를 힘들이지 않고 얻게 된다.


또한 그녀가 고객에게 늘어놓는 많은 에피소드들은 고객이 언제 웃는지를 알아내는 역할도 한다. 유머는 고객의 성격에 대해 많은 걸 드러낸다. 고객의 30퍼센트가 여성인 것은 서전트의 공로인데, 그 수치는 경쟁업자보다 높은 것이다. 고객들은 철저히 사내들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관철시킨 이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한다고 추측하게 된다. 서전트가 수년간 도제수업을 받으며 남자들 아래서 참고 견뎌야 했던 것에 대해 그녀는 침묵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지 않는 이같은 원칙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


이 37번지 여자는 혼자가 아니다. 한 10년 전쯤엔 레베카 데블린이 리처드 앤더슨을 찾아왔다. 그녀는 호주에서 하루종일 날아와 수련생으로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수련을 시작한 처음 일년간 앤더슨은 그녀에게 몇 안 되는 봉급을 줄 수밖에 없었기에, 그녀는 주말마다 러쉬(Lush) 지점에서 화장품 파는 일을 했다. 요즘 그녀는 자신만의 고객 명부를 꾸려가고 있다. 또한 헨리 풀에는 에밀리 스콰이어스가 재킷 제작자로서 일하고 있는데, 그녀는 2013년 신진에게 주는 오스카상인 "황금 가위상(The Golden Shears)"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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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영국의 로버트 브라이트가 설립한 상. 같은 이름의 양털깎기 경연대회와는 아무 관련 없다.


- 새빌로우의 새로운 고객들


"우리에겐 이런 새로운 자극이 필요합니다"라고 오랜 세월 헨리 풀의 마스터 테일러로 일해온 필립 파커가 말한다. 무테 안경에 파란색 싱글 정장을 입은 69세의 이 남자는 반세기 이상을 이곳에서 일했다. 그는 90년대에 누구보다 캐트린 서전트에게 자기네 업체에는 그녀에게 내줄 견습생 자리가 없다고 통지했어야 했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꾸준한 임대료 상승이다. 은행가들과 변호사들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공방들을 사무실로 쓰려고 한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밀려나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 만큼 충분히 많은 것들을 겪었습니다"라고 파커가 암록색 양탄자가 깔린 전시 매장에서 말한다. 바로 이곳에 1846년 들어선 양복 공방이 새빌로우의 명성을 불러왔다.


그러나 캐트린 서전트에 따르면 침착함의 화신(化身)인 이 남자의 인내심도 조금 전 한계에 이르렀다. 거기 새로운 고객이 탈의실에 서서 턱시도와 "긴 정장(Long Suit)"을 돌려주며 재킷은 초미니로 줄이고, 바지는 골반에 걸려서, 조끼가 바지 허릿단에 닿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라고 필립 파커가 애써 말했다. "그런 건 저는 팔 수 없습니다. 그런 건 얼마 안 있으면 못 입습니다." 그러나 그 고객은 자신의 선택을 고집했다. 그러자 파커가 가볍게 기침하며, 길이를 재고, 가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헌츠맨의 브라이언 홀을 찾아왔었던 고객과는 달리 이 새로운 고객은 자신이 주문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물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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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 기사에서 소개된 곳들


No 01 – Gieves & Hawkes
No 11 – Huntsman & Sons
No 13 – Richard Anderson
No 15 – Henry Poole & Co
No 37 – Kathryn Sar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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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2 – Anderson and Sheppard (Old Burlington 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