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6년차고 2020년 빼고는 매년 2번씩 인접국가 여행다녔음. 그 전에도 영국에서 어학연수 명목으로 잠깐 거주했었음.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볼 때 유럽도 클래식 패션의 본고장이라고는 하지만 옷질 관련 정말 별 게 없음. 기성복은 이태리 쪽 물건들 취급하는 편집샵이나 가지 않는 이상 절망스럽고, 맞춤은 일반인 소득에 비하면 너무 비싸고 일종의 매니아적 영역이 된 지 오래임.


독일의 룃첼이라는 유명 클래식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이제 알프스 이북에서는 대도시의 극소수만이 과거처럼 집안 혹은 사회의 클래식 복식 착장 전통을 이어가고 있을 뿐 사회 전반적으로는 사실상 클래식 문화는 단절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 고급 맞춤의류 소비층은 존재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부 인스타 광대 제외하면 우리같은 일반인들과 거의 섞일일도 없고 길거리에서 볼 일도 없음. 여기서 계급과 비스포크 어쩌고 하는데 상류층이 맞춤 수트를 입는다고 네가 맞춤 수트를 따라 입어서 상류층이 된다는 의미가 아님.


프랑크프루트의 금융계열 직장인들도 좀 신경쓰는 사람이어야 근처에 산재하는 전국 MTM체인에서 맞추지 굳이 비스포크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 이 단어 자체가 매우 생소함. 룃첼에 따르면 독일에 비스포크 장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총 90여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인구 8천만이 넘는 나라에 현재 공개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미처 30곳이 안 되는 현실임. 프랑스는 20여곳이고. 반면 한국은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만 좀 둘러봐도 실력을 떠나서 수두룩하게 나옴. 그리고 프랑크푸르트는 몇년 전 빨질레리와 브룩스 브라더스가 철수함. 시장이 축소되다 못해 거의 사라짐. 독일, 특히 구 서독지역은 드레스관련 원래 영국 뺨칠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단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임.


영국쪽도 신문들 시티 금융권 옷차림 관련 기사 보면 근래 대부분은 직급을 막론하고 off the rack(기성복)만 입고 맞춤 하는 사람들은 회사빌딩의 층에 한두명 있을 까 말까한 수준이라고 함. (굳이 따지자면 프랑스계열 은행이 다른 곳 보다 깐깐하다고는 하는데 영국인들 교복입듯 헐렁하게 정장 입어버릇하는 걸 싫어함) 한 번 영란은행 근처 퇴근길에 가봤는데 다들 평범한 전투복에 가까웠음. 저건 헨리풀 저건 앤쉐.. 그런 거 없음.  고위층은 차타고 출퇴근하니까 내가 봤을 리는 없을 거고. 새빌로는 이미 영국시장하고 디커플링된지가 20년이 넘었음. 영국도 중산층이 계속 몰락중인데 그 비싼 맞춤복을 어떻게 계속 맞추냐. 또 상류층 쪽도 좀 암울한게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윌리엄 보면 옷에 관심이 없어. 요즘 일부 일찍 작위 물려받은 젊은 귀족들도 정장 옷차림새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신사랑은 아마 혀를 창 정도로 거리가 멈.


No one really cares what make of suit you have as long as it fits you right. "Most guys buy off the rack, there are only one or two on my floor who get custom suits," says a trader at HSBC.


이태리는 그래도 좀 예외적인 것 같긴 한데 이태리 국민소득과 빈부격차, 남북 경제격차를 생각하면 일반인이 옷에 많이 투자하기는 언감생심이 아닐까 함. 10대 20대들이야 전세계와 똑같이 스파브랜드 돌아다니는 거고. 밀라노 두오모광장 핵심지역에 있는 Satoria Rosso인가 하는 곳도 원래 피렌체의 비스포크 하우스였다는데 지금은 MTM업체로 틀어서 잘 나감. 리베라노야 해외 시장에 의존한지 꽤 되었고 베스트루치는 프랑스 명품기업에 인수된 걸로 알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