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은 옛부터 지극한 정성으로 대국을 섬기고 한결같이 중화의 제도를 따랐는데 이제 글과 법도를 같이하는 때를 당하여 언문을 만드신 것은 보고 듣기에 놀라움이 있습니다
ㆍㆍㆍ만일 중국에라도 흘러 들어가 혹시라도 비난하는 자가 있으면 어찌 대국을 섬기고 중화를 사모하는 데에 부끄러움이 없겠습니까?
ㆍㆍㆍ만일 '재판 같은 것을 어두 문자로 쓴다면 글자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한 글자의 착오로 혹 원통함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언문으로 그 말을 직접 써서 읽어 듣게 하면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모두 다 쉽게 알아들어서 억울함을 품을 자가 없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옛날부터 중국은 말과 글이 같아도 재판하는 사이에 억울한 것이 심히 많습니다 가령 우리나라라도 옥에 갇혀 있는 죄수로 이두를 해득하는 자가 친히 자술서를 읽고 허위인 줄을 알면서도 매를 견디지 못하여 원통함을 당하는 것이 아닌 것은 명백합니다 만일 그러하면 비록 언문을 쓴다 할지라도 무엇이 이보다 다르겠습니까 재판의 공평하고 공평하지 못함은 재판관이 어떠하냐에 있고 말과 문자의 같고 같지 않음에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으니 언문으로 재판을 공평하게 한다는 것을 신들은 옳은지 모르겠습니다ㆍㆍㆍ"하였다

임금이 상소문을 보고 최만리 등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말하기를 '음을 사용하여 글자를 맞춘 것은 모두 옛것에 반대된다'라고 하였는데 설총의 이두도 역시 음이 다르지 않은가? 또 이두를 제작한 본뜻은 백성을 편리하게 하려 함이 아닌가? 만일 그것이 백성을 편리하게 한 것이라면 이제 언문은 백성을 편리하게 하려 한 것인데 너희들이 설총은 옳다고 하면서 임금이 하는 일은 잘못되었다 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네가 운서를 아는가? 4성 7음에 자음과 모음은 몇 개인가?ㆍㆍㆍ"

ㆍㆍㆍ임금이 말하기를 "이전에 김문이 아뢰기를 '언문을 제작함에 불가할 것은 없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도리어 불가하다 하고 또 정창손은 말하기를 '삼강행실을 반포한 후에도 충신 효자 열녀의 무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행하고 행하지 않는 것은 단지 사람의 자질 여하에 있을 뿐이니 어찌 꼭 언문으로 번역한 후에야 사람들이 모두 본받겠습니까'라고 하였으니 이따위 말이 어찌 선비의 이치를 아는 말이겠는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속물 선비이다"라고 하였다ㆍㆍㆍ드디어 부제학 최만리ㆍ직제학 신석조ㆍ직전 김문ㆍ응교 정창손ㆍ부교리 하위지ㆍ부수찬 송처검ㆍ저작랑 조근을 의금부에 내렸다가 이튿날 석방하라 명하였는데 오직 정창손만은 파직시켰다ㆍㆍ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