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들어도 자유롭게 살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도 좋았어. 불안정하고 불완전한거.

마치 천편일률적으로 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만 특별한 사연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

청춘을 막 쓰고 태웠어. 나중일은 생각하기 싫어서 좋아하는것만 쫓았어. 목구멍 너머로 알코올을 흘러보내고 이성을 만나기위해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어.

처연하고 싶었나봐. 세상에 나 이렇게 존재한다고 불썽사남게 소리지르지 않으면 나도 나를 잊게 될 것 같아서 불안했나봐.

그래도 될 줄 알았어. 나중일이야 어떻게든 되겠다고 생각한채로,

클럽이나 감성주점 따위에서 가열차게 웃으면서 아침을 맞이 할 때 마다, 모텔에 홀로남아 양말같은것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 마다 조금씩 들어차는 불안을 무시했어.

나는 우는 내가 좋았거든. "세상에서 네가 가장 불쌍한 줄 알지 ?"라며 내 마음을 욕보이던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은 전혀 아프지 않았고,

외려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수기재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

하나 둘 씩 떠나갔어.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나한테 꼬리표를 붙였어. 필요 할 때만 찾는새끼, 이기적인새끼, 나쁜새끼, 멋진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람같은거.

난 내 머리속에 그 말들을 다 남겼어. 어느날 그녀는 자꾸 악몽을 꾸는 내게 그 말들 모두 잊으라 했지만 난 그 말들을 머리속에 다 남겼어.

모두 사라진거야.

혼자 남았을 때 나는 아직도 가끔 틴더를 켜,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왼쪽으로 마구 넘겨.

결국 네 말이 맞았네.

편하고 쉬운것만 찾다보면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

어때? 난 가끔 같이걷던 새벽녘의 가로수길이 떠올라. 선선한 바람이불고 옆 모습만 봐도 슬금슬금 웃음이나서 장난을 걸던 순간이 생각나.

내가 다 망치고 태웠어. 그러모은 것들을 피부에 덧바른채 공허하게 흰 눈 뜨고 살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