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가을, 샌프란시스코의 테크 컨퍼런스장. 초록색 넥타이를 맨 젠슨 황은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차세대 GPU 아키텍처 '코볼트'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자꾸만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AMD의 CEO, 리사 수.
리사는 붉은 정장을 입고 천천히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젠슨은 그 안에서 오래된 친밀함을 읽었다. 과거, MIT 시절 두 사람은 같은 연구실에서 VRAM 기술을 놓고 밤새 논쟁하던 사이였다.
젠슨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마이크를 껐다.
“또 경쟁사 스파이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리사는 팔짱을 끼고, 익숙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GPU 성능 발표날에 와준 걸 감사해야지. 적어도 이번엔 ‘혁신’이란 단어를 17번 이하로 쓰길 바래.”
둘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그 긴장 속에는, 말 못 할 감정이 숨어 있었다. 수년 전, 두 사람은 같은 논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누구보다 가까웠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기업으로 향하면서, 감정도 기술도 경쟁으로 바뀌었다.
컨퍼런스가 끝난 밤, 젠슨은 호텔 옥상 바에서 혼자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익숙한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넥타이 여전히 초록이네.” 리사가 다가와 말했다.
“너는 아직도 붉은색을 좋아하더라.” 젠슨이 웃으며 잔을 건넸다.
그날 밤, 둘은 오랜만에 기술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쟁, 주가, 개발 일정이 없는 대화. 마치 MIT 시절로 돌아간 듯한 시간이었다.
리사가 일어섰다.
“넌 여전히 나보다 한 발 먼저 가려고 하네.”
젠슨이 답했다.
“아니, 이제는... 같은 방향으로 가보고 싶기도 해.”
리사는 그 말에 잠시 멈췄다.
“우리... 협업이 아닌 다른 식의 ‘공유’도 가능할까?”
젠슨이 미소 지었다.
“GPU만 병렬 처리할 줄 알았더니, 감정도 가능한가 봐.”
밤하늘 아래, 초록과 붉은 빛이 어울려졌고, 두 CEO는 잠시 경쟁을 내려놓고 사람으로서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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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근친물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