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드라 내가 정신병자잖아


내가 정신병에 대해서 썰을 풀어줄게


정신병을 유형화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


내가 걸린 정신병이 남이 걸린 정신병이랑 같다는 말은 내가 할 수가 없지


그런 유형화는 의사샘들이 더 잘할거야


난 의사샘들보다 정신병자들을 더 많이 만나본 건 아니니까


난 내가 걸린 정신병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어


그니깐 내 이야기가 정신병자 전체의 이야기라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라


그래 그럼 시작하자


내가 걸린 정신병은 말이지


한마디로 말해서 기존의 것을 의심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보는 병이야


그리고 그 가설이 맞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밀어붙여보는 것이지


정상인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관이 있을 거야


세상은 이런 모습이고 이렇게 돌아간다는 안정된 모델이 있지


나에게도 그 모델이 있었어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계기로 인해 그 모델이 망가져 버리고 새로운 가설이 들어선다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세상의 모습은 거짓이고 참된 것은 따로 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나를 사로잡는 것이지


그 체험은 너무나도 극적이고 너무나도 새로워서 내 온 정신을 사로잡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야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이고 사실은 따로 있다는걸 알았다고 해봐


그건 엄청난 경험이겠지? 감정적으로도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고 뇌에 그 새로운 인식이 새겨진다


그리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 모든 것을 가져다 붙이는 거야


이건 이래서 말이 되고 저건 저렇게 말이 되고


그럼 세상이 정말 그렇게 보여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새롭게 정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미칠 것만 같고 실제로 미치기도 하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미친 놈이 되는 거야


미친 놈을 다스리기 위해서 정신과 약물이라는게 개발되었지


그 약물은 뭘 하냐면 뇌에 새겨진 나의 그 새로운 가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어


생각 자체를 잠재우기 때문에 나는 멍해지지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생각하는 것이 없으니 행동하지도 않게 되고 배는 고파져서 먹을건 많이 먹고 잠 많이 자고 그렇게 되는 거야


그럼 나는 그것이 매우 불만족스러운 상태라고 느끼게 되지


삶이 도대체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내가 새롭게 인식했던 가설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나는 그저 헛짓거리를 했던 사람이로구나 깨닫게 되어 정말이지 인생을 살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그걸 어디에 말할 수도 없고


점점 비참한 인생만이 날 기다리게 되는 거야


그렇게


나는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