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그 순간이 2010년의 한 때였는데
그 시절을 기억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아 이제 그 이야기도 담담하게 할 수 있는 때가 되었네
흠
너네 유아론唯我論solipsism이라고 들어보았니?
유아론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거야
나의 인식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런 말도 있지
허허허 난 이걸 고딩때 깨닫고 너무나 놀랐단다
진리가 있다면 거기 있다고 여겼지
세상이 너무나 이상해 보였어 그걸 깨닫고 나서는
그리고 의심하는 버릇 있잖아 그걸 버리질 못했어 나는
귀납적 법칙 같은 것을 사람들은 믿고 살아가잖아
난 그런것도 의심하고
사람들이 겉으로 내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속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또 의심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배후의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한 거야
유아론적 세계관 아래서 나는 굉장히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
꿈도 희망도 없이 죽음만이 보이는 삶이었어
그런 상태에서 무신론자였던 나는 신을 찾아 헤매고
내 자신이 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왜냐면 세상에는 나 혼자만이 존재하므로 신이라는 존재도 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그렇게 나는 신과 하나가 되고 신적인 존재였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했던 경험까지 모두 내 마음으로써 인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실제로 그런 인식을 해 보였다
그것은 내 내면의 투사에 다름 없는 일이었지
나는 내 내면의 것과 외부의 것을 관계시켰다
나에게는 세계관의 전환이 있었어
나는 과학 법칙조차 맞아떨어지지 않는 기적이 나날이 일어나는 신적인 세계로 들어서서 모든 것이 의미로 이루어진 그 속에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나는 과거를 짜맞추었고 미래를 내 마음대로 상상했다
의심 끝에는 새로운 가설이 들어서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의 가설, 즉 회상과 상상을 끝간데까지 밀어붙였다
나는 그렇게 단 한번의 도약으로 크나큰 병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
나의 행위 그 모든 것은 진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진리를 추구하는 행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도 나는 아직도 병적인 증상이 남아 있지
생각을 약물로 잠재우지 않으면 미친 생각 미친 짓들을 하곤 한다니까
그때의 그 인식으로 빠져들어가고 마는 거야
나는 그렇게 병신이 되었어
위험하면서도 재밌는 생각이다.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