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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증명. August 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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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몹시 괴롭습니다. 제발 성급하게 저를 탓하지는 마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의 부인 요한나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빈센트 반 고흐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왼손잡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어딘가 이상하다. 이 그림은 고흐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무렵 그의 정신상태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이 그림은 고흐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그림의 부분 부분은 모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고흐는 한번 그린 그림을 절대 비슷하게 다시 그리지 않았다. 이 그림은 아래 두 그림을 포함한 고흐의 여러 그림들을 조각조각 짜집기해서 만든 위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몇가지 증거가 있다. 먼저 이 그림은 다른 많은 고흐의 자화상과 달리 고흐가 왼손잡이로 그려져 있다. 자화상은 보통 거울을 놓고 그린다. 그래서 자화상에서 팔레트는 보통 왼쪽에 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팔레트가 오른쪽에 놓여있다. 게다가 팔레트 위에 놓인 물감은 고흐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지저분한 빛깔을 띠고 있다. 팔레트도 이상하기만 하다. 손가락을 넣는 구멍이 가장자리와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 이런 팔레트는 세상에 없다. 이런 팔레트를 고흐는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서 있는 것도 아닌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우선 머리뼈가 둥글지 않고 군데군데 각이 져있다. 또 유난히 뺨에 살이 없고 홀쭉해보인다. 이마의 방향과 뺨의 방향, 입술과 턱의 방향이 모두 제각각으로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눈도 자세히 보면 하나의 평면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알수 있다. 게다가 왼쪽눈이 이상하게 좁다. 머리털도 자다 일어난 것처럼 마음대로 뻗쳐있다. 수염이 자란 방향도 아래의 두 그림과 전혀 다르다.

 

표현 방법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고흐의 다른 그림들과 너무 다르다. 옷 매무새를 봐라. 망토 사이로 보이는 흰 셔츠는 망토를 삐뚤게 돌려 입었거나 고흐가 굉장히 뚱뚱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만큼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 그림의 남자는 고흐를 많이 닮기는 했지만 고흐는 아니다. 고흐가 그린 그림은 더욱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은 고흐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붓놀림이 굉장히 지저분하다. 빛깔도 조잡하다. 고흐는 결코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이 그림은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위작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그림을 그려서 고흐의 작품으로 속여 판 것일까.

‘고흐의 증명’을 쓴 고바야시 히데키는 이 그림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가 이같은 위작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가정해본다. 이들이 그리고 싶었던, 또는 만들어 내고 싶었던 건 아마도 정신분열증으로 시달리던 심각한 표정의 고흐였을 것이다. 이 그림에 고흐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이 숨어있다.

 

고흐가 정신병을 앓던 무렵, 생레미의 병원에서 그린 자화상은 두개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위 세 그림 가운데 두번째 ‘북방을 그리며’와 세번째 ‘불굴의 자화상’일 것이다. 두번째와 세번째의 그림은 위작인 첫번째와 확실히 다르다. 정신병을 앓고 있기는 하지만 뒤의 두 그림에는 현실을 이겨내려는 결연한 의지와 희망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첫번째 그림 ‘왼손잡이’에는 어딘가 침울하고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심지어 눈의 초점조차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왼손잡이’가 과장되고 왜곡되게 그려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