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친구라고 할 것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중고등학교 동창과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평상시에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결혼식이 있을 때 하객으로 초대하기 위해서 연락을 주고받는다


어린 시절 나에겐 데미안 같은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나보다 성숙한 인간이었다


그는 나보다 학업성적이 뛰어났고 운동도 잘 했으며 인간관계 맺기도 잘했다


그는 양아치스럽지도 않고 선한 인간이라서 친구들과 늘상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대인관계가 좋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 조숙한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 수석으로 공대를 졸업한 이후에 치과대학에 들어와 졸업해 지금은 치과의사를 하고 있다


그가 몇 달 전에 결혼을 했다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이전에 그는 결혼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이런 저런 여자를 거쳐온 그가 이제 한 여자에 정착했다


그도 이제 나이를 먹었고 삼십대 초반이 된 것이다


그는 어릴 적에 꿈을 말하기도 했다


이찬진을 보고 자랐던 우리는 커서 벤처기업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이고 영리한 인간이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가 꾸릴 가정은 행복할 것 같다


축하의 한 마디 해주지도 못했지만 가끔 그가 생각난다


사실 그가 한 여자에게 정착했다는게 좀 믿기지 않는다


그의 자유연애 사상은 말에 불과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그의 사상을 바꾸어 놓았나


아무튼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돈 벌 능력을 갖춘 그는 좋은 여자를 얻었다


하지만 나는?


나는 돈도 한 푼 없고 돈을 벌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정신병까지 있고 대학은 중퇴했다


일을 하지 않으니 자유로우나 돈이 없으니 제한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여자라고는 정신과 의사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전에 고백했던 한 여자에 대한 망상적 집착이 아니라면


디씨인사이드라는 공간에서 텍스트라는 기호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어떤 실체를 상상하고 좋아하는 것 뿐이다


나는 어떤 여자도 내것으로 할 수 없다


내것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자유롭다


강제된 자유


여자 관계에 있어서 나는 자유로우며 그러므로 이런 저런 여자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한 여자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짝사랑만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