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연약함을 잘 드러내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이 진실되게 친해지는 데엔 그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 같게도 마냥 내 껍데기 속의 속살을 너에게 선사하는 것이 너와 나를 조금 다른 관계로 바꾸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수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는 멍청했다. 인간 관계에 대한 나의 무지는 새끼 양의 살을 뚫는 늑대의 이빨처럼 나를 깊숙이 찔렀다. 깊은 우울을 느꼈다. 항상 나를 얽매어오던 자괴감과 자기혐오가 유독 심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나에게 각인시켰다. 너를 좋아했지만, 누구도 이런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너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내가 너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너의 두 눈에 풍덩 빠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동안은 행복했다.
여운은 오래 가지 못한다.
너를 좋아했던 일은 조금의 행복과 대부분의 괴로움으로 기억되지만, 결국 내가 바뀌게 도와줬다. 너무나 완벽한 너는 내가 좋아하기엔 너무 컸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작아지게 만들었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젠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널 좋아하지 않지만. 너를 그만두게 되어 공허하지만, 이 미련이 사랑이 아님은 안다.
아직 너와 눈을 맞추긴 힘들다.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