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 했다. 힘들어서 흑화 했었다. 아르바이트가 확정 되고 나서 배우러 가는 길 이었지만 나에게 불만이 쌓였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도 힘든데 나에 대한 소문이나 인적사항이 퍼지는 건 막을 수도 없어서 귓가에 뭔가가 들리는 것도 싫었다. 그게 환청 이라면 더 큰 문제 였지만 난 이제 이게 질환이 아니라고 정했기에, 이 삶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초라한 내가 싫어서 당장은 아니지만 귀찮고 살기가 싫은 기분 이었다. 편의점에 가고 나니 사장님과 사모님이 친절 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잘가~", 나도 이어 "잘가~", 평화로웠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게 과분한 것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나는 그 시간이 아니라 밤을 새며 물건을 정리하는 거지만 그건 별 대수가 아니었다. 편의점 갤러리도 목록에만 남겨놓고 개념글을 보면서 표정이 굳기 일수 였다. 박스가 몇개네 하는 걸 보며 '그건 큰 대수가 아닌 거 같아.' 라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최저시급을 보며 정성껏 일하는 데에 불만이 사라진 거다. 물가도 그만큼 올랐지만 나는 고작 그만한 값어치에 혹해 자발적 노예가 될 수 있는 상황 이다. 편피노 편피노 노래를 부르자 편피노. 절대로 불평할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조그마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딜 가던 하루에 11만원, 약간의 기능사 실기 학원을 병행 후 기능사 취득 해서 현장 가면 13만원 받을 자신 있으니까. 월급 300만원이 내게는 멀지 않은 길이니까. 그냥 몸 고생 좀 더 하고 담배 뻐끔하는 아저씨들 주변에서 같이 먹고 자고 무거운 것좀 나르면서 운동 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편의점 야간 알바는 조금 즐거운 일이다. 내게는 휴식 같은 기간 이다. 내 삶의 마지막 편의점 아르바이트 였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한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내년 이맘 때의 내가 어떤 모습 일지 단정 짓는 것도 관뒀다. 목표에 비례하는 노력을 측정 하지도 않으면서. 측정 해도 틀려 먹고는 그만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그럼 무너질 때 마다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결국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당연시 하지 말고 매일 깨닳고 있어야 될까 말까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깨닳음과 상관 없는 진솔한 노력 이겠지 -?



모바일 게임이 질렸다. 과금도 많이 했다. 딱히, 나와줬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도, 더 세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내 권태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지르고 결과를 보니 현타가 왔다. 강해 지려면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무과금 유저에게 배려를 맞춘 게임 이기 때문이다. 과금도 아무리 많이 해도 전작 보다는 하지 않을 거지만. 그게 얼마냐면 30만원 인데 아직은 7만원 이다. 어릴 적 열심히 플레이 했던 엘리시스가 나온다면 한번 더 3만 3천원 패키지를 지를 용의가 있어. 운빨좆망 가챠겜 이지만 할만 하니까 그럴 수는 있어. 그런데 이제 일일 퀘스트도 지겹다. 자동으로 돈 벌어 오는 컨텐츠만 할 거 같다. 클릭 클릭 클릭 클릭 끄기. 아무 골드도 쓰지 않는 다면 한달 뒤 내 계정은 골드 갑부.



오징어회를 먹어 본지 1년이 넘었다. 그래서 오늘 먹는다. 배달 음식 이다. 비싸다. 그래도 설연휴가 지나면 먹을 새가 없으니까 오늘 먹는다. 야간 아르바이트는 오전에 집에 오면 배달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밖에 나가 먹는 건 혼자 먹기엔 거까지 걸어가서 혼자 먹기엔 얻는거 보다 잃는게 많으니까 하기도 싫다. 그러니까 오늘이다. 광어 오징어 회밥 육회밥. 한 끼 배부르게 먹고 나면 그것도 그냥 음식 이구나 싶을 그런 거.



올해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내가 어느 만큼 목표에 진솔하게 사느냐에 따라 달렸다. 적어도 내 손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아는 만큼, 주어진 상황에서 똑바로만 살면 된다. 그게 존나게 어렵다며 투정 부리고 생각할 거리도 늘여뜨려 놓고 힘들어 했지만 그것도 지나니까 이제는 내걸 챙기고 싶어졌으니까, 이제 시작이다. 주어진 상황이 과분 하지 않고 딱 맞네. 알맞네. 싶은 상황이 이제서야 왔다. 이제 또래 사람들을 비교 해도 기사증 준비하는 건 흔한 거고 이미 취업해서 잘먹고 잘살면서 떡상여금 받으며 지방 대기업가서 고연봉 받는 사람들도 많고, 고졸로 병특해서 군대도 빼고 경력도 4~5년차 된 사람들도 있고, 부사관을 갓 마친 사람들도 있고, 알티 같은 경우에는 이제 학교를 졸업 하고 입교 해서 임관을 했거나 그랬고, 똑바로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학사장교 원서도 넣고, 대학원도 가고, 그런 나이가 왔다. 그렇게 살지 않은 사람들도 수중에 몇 천만원 가진 건 흔한 세상에 살고 있고, 나는 내 뜻(눈높이) 대로 못난 채로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서야 나는 발버둥 치고 싶어 졌다. '았 뜨거,' 라며.



복 인거 몰랐다. 주변의 풍경 따위나 간직 하며 헛소리나 늘어 뜨려서 사유 하는 거. 복이다. 밥 먹고 일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너무나 당연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복이다.



졸립다. 나 밤낮 바꿔야 하는데. 이제 늙어가서 갑자기 바꾸면 몸도 아픈데. 내게 유예 기간을 준 행위는 잘한 거였다. 현장일 하기 전에 몸 만들어야 해. 야간에 (교본 지참해서 책 한권 따라하는) 스트레칭 이라도 많이 해서 관절 이라도 제자리에 돌려 놓고, 집에 와서 운동 해야 하는 건 그보다 더 당연한 거다. 월세 집이라 바닥 깨지면 안되니까 집에서 무게는 못치지만 횟수를 많이 해야 한다. 얼른 날이 풀려서 집에서 운동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난방도 안되는 집이라 여름 이라도 운동 하려면 긴팔 입고 해야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전 직장 소장님이 그랬는데. "없는 사람 한테는 원래 겨울이 싫고 여름이 좋은 거야." 저 너무 없어서 ㅠ.ㅠ



내가 제 자리를 지키는 동안 사람들은 역동적 으로 너무나 잘 살고 있어. 잘 살아가고 있어. 아무렇지 않은듯 보이지만 그들도 큰 흔들림이 없지는 않았을 거야. 부럽지는 않아. 내가 그렇게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그건 존경 받아야 마땅한 거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주세요. 나는 제 자리를 지키며 관찰하는 걸로도 충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