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스테스의 불확실성은 어느 새 사라졌다. 



'그 분께서는 인간들을 지혜로 이끄심에


고뇌를 통하여 지혜를 얻게 하셨으니,


그 분께서 세우신 이 법칙 언제나 유효하다네.'


-아이스킬로스 <아가멤논>



오레스테스가 갈구하던 확실성은 내 눈가 주름에 접혔다.


아테나-확실성의 표징은 이제 젊은 사람들의 여신.


소파 테이블엔 언제나 예이츠의 시집이 한 권 놓였다.


잘했건 못했건 지나온 건 그저 회한 뿐, 그리움.




'함부로 흘리는 피가 싫어서 


이다지 낡아빠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먼지 낀 잡초 위에 


잠자는 구름이여


고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철 늦은 거미같이 존재 없이 살기도 어려운 일





나는 지금 산정에 있다-


시를 반역한 죄로 


이 메마른 산정에서 오랫동안 꿈도 없이 바라보야할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의 파수병인 나.'


-김수영 '구름의 파수병'


 

김수영이 겪은 노고는 유월에 끓어오르는 열기처럼 뜨겁다. 그래서 쉬이


지친다. 




종종 갑작스럽게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한다.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에 끈은 느슨해지고, 가끔 둘 사이를 저울질하다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의미없던 삶이 저승에서 나만의 일을 발견하고 몰두하여 자아성취를 이룩할 수 있을까?


그전에 죽음 이후는 아직 불확실하다. 저 세상이 어떤지 알 수 없다. 사후세계가 알려졌고, 확실하다면


누구보다 그곳으로 달려갈 사람은 나다. 


쇼펜하우어는 '개체는 멸망하지만 종은 영원히 이어진다'고 하였다. 즉 나는 언제인가 죽겠지만, 인간이라는


종은 영원히 살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나라는 개체를 초월해서


인간으로서 영원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나다. 한 번 죽으면 끝이라 인간의 높이에서 바라 볼


이유도 여유도 없다. 


목적지향적인 삶은 궤도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다. 즉 탈선과, 지연 그리고 잉여가 반드시 발생한다. 경황중에 할 일을 얻지


못한 영혼은 살아는 있으되 유령처럼 살아간다. 현대의 오레스테스들은 정당한 지위의 계승자라는 인식도, 아테나라는


조력자도 잊은 채 정처없이 배회한다. 그만둬라, 달리는 것만을 멈추기만 한다면. 삶 자체에서 선택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라.


선택은 풍요를 의미한다. 풍요란 말이 얼마나 먼 말인지. 이제는 가까이하자. 죽음보다 생활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즐기며,


행복해질 수 있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지금 당장 설겆이를 해야할 지 말아야하는 사소한 것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