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비는 지나간 듯하면서도
아직 공기 속 어딘가에 남아
도시의 불빛들을 조금 번지게 합니다.
젖은 화분 위에 피어난 꽃들은
낮보다 더 짙은 색으로 숨 쉬고,
꽃잎 끝에 맺힌 작은 물방울은
늦은 밤의 체온처럼 천천히 식어갑니다.
사람들 목소리도 드문 시간,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소리만
젖은 도로 위를 길게 미끄러집니다.
나는 창가 가까이에 앉아
비 냄새가 남은 바람을 오래 맡습니다.
왠지 오늘의 마음도
저 꽃잎 위 물방울처럼
쉽게 떨어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계절은 말없이 깊어가고,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밤의 공기만 먼저
조금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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