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피소드 '조가네에 굴러들어온 돌' 편의 시나리오 초안을 보내드립니다.

<조가네> 제14화: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짜다

S#01. 조가네 거실, 오후

(분위기: 거칠고 어수선함. 거실 테이블 위에는 배달 음식 잔해와 ‘조가네 건설’이라 적힌 서류 뭉치가 흩어져 있다.)

[상황 지문]

가장인 조회장(60대, 전직 조직 두목 출신)이 소파에 늘어져 있고, 장남 조강철(30대)이 골프채를 닦고 있다. 이때, 화려한 실크 셔츠를 입고 금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단 ‘조팔봉’이 낯선 서류 가방을 들고 등장한다. 가족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감독 지시]

(클로즈업: 조팔봉의 금니가 반짝이는 순간 / BGM: 서부극 스타일의 긴장감 넘치는 휘파람 소리)

조회장: "니는 뭔데 남의 집 거실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이나? 여기 조가네다. 번지수 잘못 찾았으면 조용히 나가라."

조팔봉: "에이, 형님! 혈육을 이렇게 박하게 대하시기입니까? 저 팔봉입니다, 팔봉이! 촌수 따지면 8촌인데, 마음만은 친동생 아닙니까?"

조강철: "8촌? 우리 아버지는 외동이라 그랬는데? 어디서 약을 팔아. 야, 연장 가져와라."

조팔봉: "어허, 강철이 너 삼촌한테 버릇이 그게 뭐냐! 나 조씨 문중 32대손, 항렬자로 딱 맞는 팔봉이라고! 이번에 저기 평택 쪽에 땅 보상금 나온 거, 문중 어르신들이 다 나한테 맡기셨어."

조회장: "보상금? (눈이 번쩍 뜨이며) 아... 가만있어 봐라. 그러고 보니 팔봉이 너, 어릴 때 코 흘리던 그 녀석 맞나?"

조강철: "아버지! 갑자기 태세 전환 뭡니까? 이 인간 딱 봐도 사기꾼 냄새 나는데?"

조팔봉: "사기꾼이라니! 형님, 제가 이번 사업에 이 보상금 쏟아부으려고 왔습니다. 조가네 이름으로 호텔 하나 올려야죠."

조회장: "강철아, 손님한테 물 떠다 드려라. 아니, 양주 따와라. 우리 팔봉이 동생이 아주 장성했네!"

조강철: "아, 짜증 나 진짜!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면 되지, 왜 갑자기 생판 남을 끼워주냐고요!"

S#02. 조가네 마당, 저녁

(분위기: 분열된 가족. 조강철과 막내 딸 조예나, 엄마 김여사가 구석에서 수군거린다.)

[상황 지문]

조팔봉은 안에서 조회장과 술잔을 기울이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마당에 모인 나머지 식구들은 각자 팔짱을 낀 채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감독 지시]

(핸드헬드 카메라: 불안한 가족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흔들리는 앵글 / BGM: 긴장감 있는 베이스 비트)

조예나: "엄마, 저 아저씨 눈빛 봤어? 전형적인 사기꾼 눈이야. 우리 집 인테리어 비용 떼먹고 도망간 그 인간이랑 똑같다고!"

김여사: "야, 니네 아버지는 이미 저 보상금에 눈이 멀었다. 평소엔 그렇게 깐깐한 양반이 돈 앞에서는 아주 양반이여."

조강철: "내 말이! 8촌이면 사실상 남 아닙니까? 저 사람 들어오고 나서 아버지가 나보고 사업권 넘기라고 하잖아요. 이게 말이 돼요?"

조예나: "오빠 사업권이야 뭐, 원래 망해가던 거니까 상관없는데... 우리 집 명의 넘어가면 그건 못 참지."

조강철: "야! 망하긴 뭐가 망해! 여튼, 내가 오늘 밤에 저 인간 짐 가방 뒤져본다. 분명 캥기는 거 있을 거야."

김여사: "뒤져봐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쩔 건데? 니네 아버지가 너 호적에서 판다고 난리 칠걸?"

조강철: "그럼 그냥 뺏길까요? 조가네 가풍이 뭡니까? 의심되면 일단 치고 보는 거 아닙니까!"

조예나: "좋아. 내가 망을 볼 테니까 오빠가 가방 확보해. 엄마는 아버지 술 더 먹여서 재워버려."

S#03. 조가네 거실, 늦은 밤

(분위기: 대반전과 눈물. 가방을 몰래 열던 가족들이 조회장과 조팔봉에게 들킨 직후.)

[상황 지문]

조강철이 조팔봉의 가방을 억지로 열자, 그 안에서 나온 것은 금덩이나 계약서가 아니라 낡은 사진첩과 해진 배냇저고리, 그리고 '조가네 가족들께 드리는 편지'였다. 조회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나타나 그들을 내려다본다.

[감독 지시]

(줌 인: 낡은 사진첩 속 어린 시절의 조회장과 젊은 시절의 팔봉 부친 / BGM: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선율)

조회장: "니들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 가족끼리 등 뒤에 칼을 꽂아?"

조강철: "아니, 아버지... 보상금 계약서 보려던 게 아니라... 이 아저씨 정체가 수상해서..."

조팔봉: (씁쓸하게 웃으며) "강철아, 내 가방엔 보상금 없다. 사실 보상금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 땅은 이미 십 년 전에 경매로 넘어갔다."

조예나: "뭐라고요? 그럼 우리 집에 왜 온 건데? 사기 치러 온 거 맞네!"

조팔봉: "사기 치러 온 게 아니라... 나 암이란다. 갈 곳도 없고, 죽기 전에 유일한 혈육인 형님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구라 좀 쳤다."

조회장: "이 미련한 놈아... 돈 없으면 내가 너 안 반겨줄까 봐 그랬냐? 우리가 아무리 거칠게 살아도 피 섞인 식구는 안 버린다."

김여사: "어머... 이를 어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술에다 수면제 타려고 했는데..."

조강철: (고개를 푹 숙이며) "죄송해요, 삼촌. 저는 그것도 모르고 연장 챙기려 그랬죠... 근데 진짜 돈 하나도 없어요?"

조회장: "이 놈의 자식 끝까지! (강철의 등짝을 후려친다) 자, 다들 앉아라. 오늘부로 조팔봉이는 우리 집 식구다. 내 방 내줄 테니까 거기서 지내."

조팔봉: (눈물을 훔치며) "형님... 고맙습니다. 역시 조가네 식구들밖에 없네요. 매운맛인 줄 알았더니 진국이네."

[에필로그]

며칠 후, 마당에서 조팔봉이 조강철에게 '진짜 사기꾼 구별법'을 강의하고 있고, 조회장은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자막]

<조가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식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