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과 근방에서 살았지
칸트도 평생 한도시에서 살았다는데 그렇게 흉될 일은 아닌듯
아무튼 서면이란 한 곳에 살다 보니 세월에 따라서 변하는 모습을 보아왔는데
내가 어릴 때는 집 마당에 닭장도 있었고 강아지도 있었는데 지금의 서면 롯데 백화점 건넌 편이었지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지만 과거엔 그런 동네였어
놀다가 아무 친구집이나 들어가서 저녁 밥 먹고 동네 목욕탕 가면 누군지도 확인안하고 아무 아저씨 한테
등밀어 달라고 하면 아무 말 없이 정성껏 등 밀어주면서 아버지 안부 묻길래 알고 보니 동네 가게 아저씨이고..
저녁에 방의 창가에 걸터 앉아서 집 앞 길가를 처다보면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사람들이 석양에 물들어
평화롭게 보이고
지금 생각하면 꿈꾼 거 아냐 할 정도로 다른 세월이었지
불과 몇십년 사이에 이렇게 세상은 상전벽해가 되고 계속 적응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서바이벌 게임 같고 정답고 그립던 사람들은 흔적도 없고 혹여나 그런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모르고
서로 척을 지은 일은 없었는지
다시 만나도 몰라볼 것이니깐..
국민학교 1~2학년 때 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반에 보면 언니가 한 명 있어서 교실 맨 뒤에 책걸상이 있고 거기에 앉아서 같이 수업도 듣고
반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역할이지
야간 여상 같은 데 다니는 여고생 언니들이 보통 그 일을 했던 걸로 기억함
그 중에 한 언니가 ...아니 누나지 근데 그땐 그냥 다들 언니라 불렀다.
그 언니 한 분이 나한테 아주 잘해주었는데 하루는 비가 엄청 왔어
내가 다니는 국민학교는 전포동이고 우리 집은 지금의 서면 롯데 건넌 편이니 걸어다니긴 멀었는데
스쿨 버스로 통학했지만 하교길에는 보통 걸어올 때가 많았어
근데 그렇게 비가 많이 올 때는 걸어오긴 힘들지
그런데 그 언니가 우산을 씌어주면서 집까지 같이 가자고 했던 거 같애
그 폭우 속을 걸어왔어 같이
그게 보통 정성이나 호의 가지곤 가능한 일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지금과는 다른 세월이라고 하지만
그때라고 다들 천사는 아니었거든
근데 그 언니가 베풀어 준 은혜는 천사가 아니고선 가능한 일이 아닐 거 같다.
어떻게 가족도 아니고 그냥 자기가 일해주는 학교의 반 아이를 그 먼거리를 폭우속에 우산을 씌워서 같이 걸어가주나
집까지 당도해서 벨을 누르고 그때 집에서 일하던 식모 언니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깜짝 놀랬을 거야
식모 언니가 데려다준 언니를 들어오기를 청했는데 그냥 그 언니는 가더라고
비를 홀딱 맞은 채로...
그때는 집이 유복했기 때문에 집에 식모 언니도 있고 그랬던 것이고..
하여튼 그런 꿈 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게 몇십년 지나도 이렇게 조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고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걱정되는 것은 그 분이나 또는 그 가족들에게 그 뒤에 몰라보고 해를 준 일은 없었는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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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짜잘쓴다 심금을울린다 머릿속에그려져
비 온 날 에피소드 생각하니 눈물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