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배려있는 사람이라도, 아니 그 배려의 기준이 자신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방에게 그 판단 자기도 모르게 투영하고 강요하게 된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내내 그리워하던 지홍은, 얼마 전 자신을 정말 친아들처럼 아껴줬던 양부를 잃은 그는 혜정과 혜정부의 관계가 반드시 풀어줘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겠지.

혜정도 평온하게 대하지 못하는 걸 보면 상처받은 만큼 집착하고 떨쳐내지 못한 문제일거다.

하지만 그게 굳이 화해를 해야만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천륜은 끊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혜정의 상처는 그 끊지 못할 것을 .끊으려고 할만큼 상처가 깊단 소리다. 그 상처를 굳이 다시 후벼파고, 소독하고, 남들 보기 좋게 봉합해서 아물게 해야만 옳은건가?

자신에 대한 곧은 사랑으로 강요하지 않는 지홍의 모습에 강요받는 혜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좀 깝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