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갤 쥽쥽)

(며칠 동안 갤플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
기획의도가 평생 단 하나뿐인 사랑이라는데 그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보고 많이 생각해 봤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서사.
그 서사가 이제야 손에 잡힌 듯한 느낌.
물론 나만의 깨달음일 수도 있다는 것은 주의해주길.)

두 사람만의 핵심 서사는,
다들 알다시피,
13년의 공백이야.

사랑을 자각한 순간 그 사랑을 놓쳐야 했던 한 남자와,
사랑을 자각하는 것조차 두려움이었던 한 여자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헤어진 13년의 시간.

13년이란 시간은,
사람을 대하는 가치관,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몇 번이나 변해도 이상할 것 없는,
기나긴 시간이야.

절절하게 사랑했던,
그 누군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었나?'라는,
기억 조차 희미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시간.

절절히 사랑했던 그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래, 내가 그 땐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할 열정이 남아 있었지'라고 받아 들일 만한 시간.

13년이란 시간은 그런 거야.

누군가를 향한,
간절함,
애틋함,
그리움,
그런 모든 감정이 퇴색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시간.

한 사람을 위한 시간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시간.

홍쌤에게도 13년이란 시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도 할 수 있고,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는 걸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혜정이를 향한 마음을 넘어선,
누군가를 만날 수는 없었던 거야.

물론,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조작되기 쉬워서,
혜정이에 대한 기억을,
더 아름답게,
더 예쁘게 추억 했을 수 있지.

그리움이 더 해지면서,
혜정이를 향한 마음이 더 깊어지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럴수록,
이성 보다는 감성이,
혜정이를 향한 사랑을 더 증폭시켰을 거야.

왜냐하면,
과거를 회상하며,
사랑했던 여자의 이미지를 곱씹다 보면,
그 이미지는 더 좋은 모습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놓친 사랑에 대한,
후회가 더 커지는 법이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어떨까?

정말 예전 그 마음대로,
마음껏 좋을 수 있을까?

서로 떨어진 시간 속에서,
서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잖아.

하지만 그 '변화'가 자신이 원하는,
'변화' 일 수는 없을 거야.

완벽하게 내가 생각한 그대로,
상대방이 변해 있기란,
어려워.

그래서 첫사랑은,
추억 속에 있는 게 아름답다고 하지.

어렵게 만났더니,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실체가 사라지고,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공허해지고.

결국,
그것은 그 사람을 향한 실망으로 이어지고 마는.

가슴 속에서,
기억을 안고,
감정적으로 사랑했던 것과 달리,
'재회'는 현실이야.

현실의 사랑으로 복귀 되었을 때,
현실에 있는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이성적으로 다시 그 사람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어.

내가 사랑했던 네가 맞나,
지금의 너 또한 사랑할 수 있나,
내가 그리워 했던 게 기억 속의 너인 건 아니었나,
내가 원한 게 현실의 너를 만나는 게 맞는 건가.

그런 수많은 질문 안에서도,
결국 답은 하나였던 거야,
홍쌤에게는.

바로 혜정이, 네가 맞다는 거.

사랑이라는 단어에 무뎌질 법한 나이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는 건,
잊지 못 한 혜정이,
너를 다시 만나 가능한 거라고.

13년 동안,
한 사람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도,
13년 만에 만난,
그 사람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결국 가능하게 만들었어.

혜정이를 향한 마음이,
13년 동안 멈추지 않고,
흘러 넘쳤으니까.

다시 만난 혜정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상관없는 건,
혜정이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증명.

혜정이는,
윤도쌤이랑 같이 밥을 때,
이야기 해.

'전 사랑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꼭 사랑해야 한다면,
그건 홍지홍 선생님일 거예요'

혜정이에게는 왜,
꼭 홍쌤이어야 할까?

그저 좋은 사람이라서?

13년 전에,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라서?

그 모든 답 역시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던 거야.

'13년 간의 공백의 서사.'

그 서사가 혜정이의 마음을 움직인 거야.

혜정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강한 상태야.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의 마지막 모습은 결국엔 상처라고.

버림 받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살아 왔던 시간이었어.

그런데,
13년 만에 만난 홍쌤이 자신을 향해,
직진해 와.

첫만남에서 나에 대해서 궁금한 건,
어떻게 의사가 되었는지가 아니라,
내 곁에 누가 있는 지야.

혜정이는 알 수 있었던 거야.

홍쌤이,
지금 새로 사랑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13년 전에 사랑했던 나를,
지금도 사랑한다는 의미라는 걸.

만나지 못 했고,
언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자신을 향해,
13년 동안 지켜온 마음이라는 걸.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고 믿어 왔던 혜정이에게,

'변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 거야.

그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향한 마음을 지켜온 홍쌤과,
사랑을 시작한다면 말이야.

13년 간의 공백은,
혜정이에게,
홍쌤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증명인 셈인 거지.

'평생 단 한 번의 사랑'이라는 서사는,
13년 공백의 서사가 이루어낸,
기적 같은 거야.

그런 두 사람이,
그 모든 불합리한 시간의 장벽을 깨고,
사랑을 시작했어.

너무도 오래 기다려 왔기 때문에,
'연애의 달콤함'만을 누리고 싶은 시기.

그 시기 속에서,
두 사람은 행복한 지금이 아닌,
각자의 아팠던 과거를 들여다 봐줘.

누군가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던 상처가,
서로가 어루만져 주는 온기로,
그렇게 조금씩 치유가 돼.

그렇게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되짚으면서,
슬펐던 시간을,
따뜻함으로 채워주는 거야.

할머니가 생각날까 봐,
요리를 할 수 없다던 혜정이는,
홍쌤을 위해서,
요리가 하고 싶어졌대.

서로가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더 좋은 나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그리고 '사람'으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의사'로서의 성장도 가능하게 하는 관계.

오늘 에피는 마음을 울리는 에피였어.

의사로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홍쌤도,
환자의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혜정이도,
모두 옳았다고 생각해.

서로의 입장에서,
'의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을 거야.

누구의 의견이 옳고,
누구의 의견이 틀렸다가 아니야.

결국 두 사람은 각자,
'의사'라는 자리는,
환자를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을 거야.

사랑하던 남녀가,
의사라는 영역의 동료가 되었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뜻이니깐 '무조건 옳아'가 아닌,
'그게 정답일까요?'라는 물음을 던져,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

그렇다고 그 결과가 백프로 좋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그래서,
사람으로서의 성장 뿐만 아니라,
의사로서의 성장까지 담아내는,
두 사람의 서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두 사람에게 위기를 줘서,
서로가 간절해지는 서사가 아닌,
'시간적 공백'을 통해,
서로의 의미를 깨닫도록 하는 서사.

그 서사의 깊이가 훅 들어온 이 밤,
내가 그토록 지혜커플을 아끼는 이유가,
시원하게 풀린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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