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갤 쥽쥽)

(참 많은 드라마를 봐 왔건만,
이제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말랑말랑해진다 ㅠㅠ
20부작이라고 해서,
'아 오래 하네' 했는데..
이제 4부 밖에 안 남았다니 ㅠㅠ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한 글자라도 더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올라 와,
남길 수 있을 때 남겨 볼까 해.

오늘은 내가 그동안,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감정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있다는 거 주의해주길!!)


생각해보면,
우리 드라마는 천천히,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

자극적인 위기,
끊임없는 갈등으로 가득 차 있는,
드라마와는 분명 달라.

'이 드라마의 문제는,
그 다음이 궁금하지 않다는 거야!',
라는 글들을 참 많이 봤던 것 같아.

맞아.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가장 큰 핵심은,
'사건'이고,
'갈등'이야.

수십개의 채널이 생긴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작가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돼.

더 자극적이게,
더더더.

한 번 축축 처지면,
채널은 휙 돌아가 버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절절히 쌓는,
중요한 장면이어도,
잠깐 채널을 돌리다 보는 시청자에게,
그런 '감정선'은 별 의미 없어.

'뭐야, 재미 없잖아'

재미.

그 재미라는,
시청자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사건을 만들고,
갈등을 만들어.

'그래서 그 다음은 뭔데?'
'빨리 빨리 좀'
'아, 답답해'

그런데,
닥터스는 드라마를 진행시키는 방식이 좀 달라.

캐릭터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 놓고,
그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한 거야.

혜정이와 홍쌤이라는 캐릭터에 공을 들여서,
입체적으로 만들었어.

그래서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정말 '국일병원' 신경외과에 의사로 살아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 거야.

생각해보면,
캐릭터가 굉장히 일관성 있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생방 촬영에,
캐릭터를 촘촘하게 쌓아 두지 않았다면,
이리저리 꼬였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의 서사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는 걸 느낀 게 몇 번 있었어.

처음 느꼈던 건,
혜정이의 '민폐 사랑은 안 해요'라는 장면.

13년 전 과거,
할머니와의 '함께' 사는 것을 받아 들이면서,
할머니에게 했던 말.

'난 세상에서 민폐 끼치는 게 제일 싫어'

혜정이는 주체성이 강하고,
타인이 주는 만큼 줘야 한다는,
뚜렷한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민폐'는 싫다고 말한 거지.

두 번째는, 홍쌤의 대사.

'난 폭력은 진짜 싫어.
내가 싫어하는 너 때문에 싫어하는 걸 하기 싫어'

혜정이가 처음 홍쌤네 반 학생이 되었을 때,
사고 친 혜정이가 반성문 쓰는 대신,
차라리 맞겠다고 하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졌으면서,
'왜? 매를 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 이유가,
한참 후 풀리더라.

아버지와 첫 만남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말이야.

고아가 공부를 잘 해,
재수없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부당한 폭력을 당한 장면.

그 장면에서,
정말 '와' 소리가 나더라고.

새엄마의 '학대'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힘을 키웠던 혜정.

친구들의 '폭력'을,
묵묵히 견뎌낸 홍쌤.

같은 상처를 가진 과거로 인해,
두 주인공은,
정서적 결합을 더 쉽게 이룰 수 있게 만들었지.

외부의 충격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내부에 형성된 결핍은,
결국 같으니까.

과거의 상처로 인해 결핍이 있는 여주를,
모든 것이 완벽한 남주가 치유해주는 게 아닌 거지.

같은 상처를 지닌 남주와 여주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같이 치유 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깔려 있었던 거야.

세 번째는, '손 잡고 있었어요'.

13년 전,
의사로부터 도망쳤던 홍쌤과,
꿈없이 살아가던 혜정이 앞에 일어난 사고.

길 한복판에서 양수가 터진 채 쓰러진,
산모를 구하던 장면.

어쩔 줄 몰라하던 혜정이에게,
'엄마 손 잡아줘'라는 한 마디가,
어떤 의미였는지,
13년 후 수철이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 보여주지.

손의 온기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낸 그 감각을 기억하고 살았다고.

그 날의 기억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의사라는 꿈을 처음 꾸기 시작했던 과거에,
홍쌤이 선물해 준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모습을 보여줘.

혜정이에게,
홍쌤이 존재하는 과거는 특별했다고 말이야.

넷째, 혜정이의 변화.

불우한 환경으로 자란 혜정이가,
사랑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혜정이는,
누구에게나 웃고 잘 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한 글을 본 적이 있어.

근데,
지금의 혜정이는 홍쌤을 통해서,
미묘하게 달라진 거야.

13년 전처럼.

새엄마의 학대와,
친아빠의 방임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기를 자처했던 혜정이는,
까칠하기 그지 없었지

하지만,
할머니와 홍쌤을 통해 달라져.

'좋은 인연은 좋은 기억을 가져다 주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처음에 혜정이는,
할머니를 향해 험한 말도 서슴지 않고 할 정도였어.

자기한테 먼저 다가오는,
순희에게도 무관심하게.

그런데,
할머니의 진심을 통해,
변하기 시작해.

그 나이 무렵의 소녀처럼,
웃을 줄도 알고,
사람을 사귈 줄도 알게 되고.

13년 후,
처음 국일병원에 왔던 혜정이의 모습이 지금과 같았나?

아니.
미묘하게 달라.

다정하기보다는 투박했지.

물론, 순희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기에,
13년처럼 막 나가는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온기가 지금과 달라.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에 가까웠어.

13년만에 홍쌤을 처음 만났을 때도,
혜정이는 그랬어.

(물론 홍쌤이 이미 결혼했다고 생각해서이긴 하지만)
홍쌤을 대하는 태도가 딱딱했지.

'결혼 안 해쒀'를 외치는 홍쌤에게,
환한 미소가 아닌,
'네, 알았어요'라는 시크한 대답.

하지만,
그런 자신을 향해,
홍쌤은 망설임없이 다가와.

널 향한 마음은,
지금 시작된 게 아니라,
13년전부터 이어져 온 마음이라고.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홍쌤을,
좋은 인연으로 받아 들이면서,
주변을 대하는 온기가 달라져.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으로 다가서기 시작한 거야.

이렇게 유독 드라마에,
데칼코마니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은,
캐릭터가 일관성 있게 움직이기 때문이야.

남주와 여주 캐릭터가,
과거부터 차곡차곡 쌓여진 서사에 의해서,
입체적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두 캐릭터가,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려내는 이야기에,
빠져 들게 되는 거지.

그런데,
캐릭터만 매력이 있는 게 아니야.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어 가는,
서사의 깊이가 달라.

사랑하는 것도 쉽고,
헤어지는 것도 쉬운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도,
홍쌤과 혜정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

그런 두 사람은,
무려,
13년 동안 헤어져 있어야 했어.

그 긴 시간,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13년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칠 법도 할 시간.

'역시 인연은 13년 전에 끝났던 걸까',
의심하기에 충분한 시간.

하지만,
홍쌤도,
혜정이도,
서로를 완전히 지워낼 수 없었기 때문에,
운명처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거야.

'평생 단 한 번의 사랑'

홍쌤은 13년만에 만난 혜정이에게,
남자 대 여자로 다가 서겠다는,
그 말 한 마디를 하는데,
13년이 걸린 거야.

혜정이와 정식으로 사귀기 전,
홍쌤은,
혜정이를 좋아하는 윤도쌤을 향해,
'우리 아직도 썸탄다'라고 이야기 했어.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썸'과는,
아주 다른 데 말이야.

네가 괜찮은 사람인지,
네가 날 좋아하는지,
간보는,
시간적 유예 기간의 의미가 아니야.

그저,
자신의 마음을,
혜정이가 완전히 받아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인 거지.

홍쌤과 혜정이의 사랑은,
어렵게 시작한 만큼,
서로에게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

둘에게 '사귄다'는 건,
만나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헤어질 수도 있다는 전제가 아니야.

오늘도, 내일도,
기약할 수 없는 먼 미래에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

너무도 어렵게 이루어진 사랑이기에,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아는 관계.

하지만,
'사랑한다'는 단어가,
혜정이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릴까 봐,
달려가 고백해.

혜정이에게 고백하는 홍쌤의 모습은,
마치 자기를 두고 가겠다는 엄마를 붙잡는,
어린 아이 같아 보였어.

혜정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기도 전에,
'사랑해'라는 말이 사라져 없어질 까 봐,
그 말을 꼭 붙잡아 들려 주는 모습이.

'사랑한다'는 말의 깊이를 아는 만큼,
그 단어 한 마디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담아서 들려줘.

엄마를 붙잡는,
'가지마'라는 '간절한 외침'만큼의 깊이.

그토록 어렵게,
'사랑한다'는 말을 꺼낸 거야.

사랑이라는 게,
서로 좋아하고,
데이트 하고,
스킨십 하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
더 좋은 '나'로 성장하는 일이라고.

서로의 인생에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사랑.

서로에게,
'마지막 사랑'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참 좋아.

'사랑'이라는 단어에,
'감성'이 사라져 갈 만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 커플의 사랑은,
보는 것만으로 '울림'이 있어.

보고 있으면,
격렬한 사랑보다는,
두근거리는 설렘을 주던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고,
한 순간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랑보다는,
따뜻한 온기로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사랑을 생각나게 해.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지혜커플이 참 좋아.

드라마가 끝나도,
지혜커플은,
어디선가,
서로에게 자신의 온기를 전해주며,
따뜻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여운을 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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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말랑말랑 해져서 주절주절 길어졌다.

나 드덕인생 nn년 만에,
처음으로 블딥이라는 걸 소장하고 싶어졌어.
'지혜커플'은 오랫동안 기억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블레/디브디 가수요도 신청하고 왔어.

어려운 것도 없더라.
(5분도 안 걸림)

일단 가수요 하고, 고민해보자!
(가수요 한다고 사는 거 아니래)

지혜커플,
오랫동안 기억해주고 싶지 않니?

http://cafe.daum.net/doctorsd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