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글이었겠지만 다른 갤에 두 학생을 너무 티나게 다르게 대해서 싫었다는 게시글 보고 좀 놀람. 내가 보기엔 극중 그런 흐름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으니까.





이성경역은 겉보기만 멀쩡하지 마음이 다친 애지. 엄마의 애초에 부응하기 힘든 과도한 기대에 실제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엄마는 자신을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게 아닌 걸 지도 알긴 아는데 소심한 반항을 하는 정도. 게다가 실제로 엄마가 온갖 지원을 물심양면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다가 핑계 댈 곳도 없음. 집안환경이 개떡같아서, 부모가 지를 챙겨주지 않아서, 사교육을 못 받아서.. 아냐. 집안은 그 동네에선 잘 산다는 집안이고, 친구오면 일단 간식부터 챙겨주는 엄마에(동시에 친구들 다 들으라고 친구욕하는 몰상식하고 부끄러운 엄마지만) 쪽집게 과외까지 받고 있음. 한마디로 지 머리, 노력, 능력 부족등 자신의 부족함 빼고는 어디 핑계대고 도망갈 구석이 없어.-굳이 있다면 유전자? 아빠도 지방대의대 출신이니까.


그래서 애가 삐뚤어졌는데 그걸 김래원역은 알아봄. 그리고 애가 자신 스스로를 망쳐가는 부모와 자신이 가둔 틀에서 꺼내주고 싶어함.


근데 애가 그걸 이성적인 관점으로 뒤틀어 받아들이며 들이댐.


그렇다고 손놓기엔 선생으로서의 책임감때문에 그럴 수 없으니 다가가긴 하되 애가 자꾸 준 대로 안 받고 뒤틀어서 받으니까 최대한 그런 요소를 줄이려고 철벽을 치고 다가가야 하는 상태. 바로 잡아주려는 거지 이상한 쪽으로 더 엇나가게 하려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선생으로서 고쳐줘야 한다고 느끼는 거지 솔직히 가장 뒤틀린 애 중 하나라 의무감이 큰 거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저절로 얘를 이뻐하고 이러긴 힘들기도 하고. 근데 이걸 이성경역이 또 암암리에 느끼니까 더 관계가 뒤틀린달까. 

 

말로는 짝사랑한다고 하고 아마 본인이 실제로 그렇다고 느낄텐데 진짜 막 반해서 하는 순수한 사랑도 아님. 얘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애임. 남들 보기엔 화려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렇지 못한 빛좋은 개살구란 걸 본인이 의식적으로 인정하든 안 하든 사실 스스로는 알고 있고 그걸 남들이 알아챌까봐 불안해함. 다만 김래원역은 그런 거에 신경쓰는 사람이 아닌 거 아니까 자기를 더 알아봐주고 게다가 다정한 사람이기도 하니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학생들 중에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바라지.


얘는 솔직히 애정이 고픈 거보다 남들의 인정이 고픈 거.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지만 자존감이 실제로 그닥 높지 않은 애라 그걸 외부의 인정으로 메우며 보상받고 싶어하는 애니까. 엄마 가정교육탓이 커서 좀 불쌍한 애이기도 함.





반면 박신혜역은 김래원역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박신혜역이 너 나 꼬시려고 이러냐고 시비를 걸었지만 실제로 상대가 그럴 맘이 전혀 없다는 걸 애도 알고 김래원역도 알고 있었어. 즉 둘이 사제관계로 만나기 전부터도 그런 이성적인 끈적하고 다소 동물적인 관심이 아니라 불량청소년을 선도하려는 순수한 관심임을 알고 있었음. 박신혜역은 순수하게 인간으로서의 애정-남녀간의 애정이라기보다는 그냥 말그대로 애정. 엄마한테 어릴 때 그런 사랑을 받다가 그게 다 망가져버렸고 더이상 그런 사랑을 줄 엄마는 없고 아버지랑 관계는 그 모양이니까-이 고픈거지 남들의 우러러보는 시선이나 인정이 고픈 게 아님. 실제로 할머니가 마음으로부터 애정을 가지고 자신을 품어주는 게 느껴지니까 애가 여전히 반항하긴 하면서도 슬슬 바뀌기 시작했고. 이성경역과 달리 스스로의 재능과 능력에 대한 의심이 없기도 하고. 그간 자기파괴하느라 안 한거지 해도 해도 안 된게 아니니까. 이성경역의 목표가 남들과 엄마한테 보여줄 성적유지라면, 얘는 워낙 바닥이기도 했고 그런 게 아님. 점수란 건 자기 파괴충동을 가진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부가적으로 얻는 성과이지 애초에 목표가 아님. (김영애역의 중간 대사를 보면 잘하던 공부도 결혼하느라 때려쳤던 듯. 즉 얘 엄마가 마음이 여리기는 해도 똑똑한 여자였던 거 같음. 애 어릴 때부터 같이 책 보는 장면 나오는 걸 보면-과일 깍아다 주고 전집 사서 던져주고 나서 애더러 읽으라는 게 아니라-아마.. 애비가 바람나서 겉돌지만 않았으면 이성경역 엄마보다는 더 제대로 된 인생관으로 아이를 키울 줄 알았을 거 같음. 아마 어느 정도 교육수준도 있었던 듯한 여자가 술집 작부 아들이랑 맺어진 케이스니 박신혜역 엄마가 이성경역의 엄마와 달리 세속적인 기준과는 다른 걸 추구하던 사람이라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김래원역 입장에선 자기파괴를 멈추고 변화와 노력을 시작한 얘가 선생으로서 그저 이쁘고 기특해서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또 얘가 사제관계의 정을 뒤틀어서 받아들이며 오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대해줄 수 있음.




그리고 아마 과학실에서 똑같은 과학실험을 가르쳐주었다면.. 아마 이성경역은 속으로 이랬을거야. 이거 시험에 나옴? 내 성적에 도움이 됨? 근데 박신혜역은 순수하게 새로 붙이기 시작한 취미처럼 관심분야이자 매진분야인 공부에 흥미를 느낌. 극중 김래원역은 생물선생임. 얘가 수학적 재능이 있고 공부하는 재미를 알기 시작했으니 자신의 과목인 과학쪽으로도 흥미를 붙게 해주고 싶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수학과 과학은 한몸이고 아이큐가 좋은 애들은 일단 본인이 관심을 가지면 과학을 잘 하기 쉬우니까. 의사를 관두고 선생질 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새로 나오는 논문들을 팔로우업하며 끊임없이 공부할 정도로 환자의 생명을 맡아 제대로 못 했다는 죄책감에 내려놓았을 뿐 자신도 의학 자체를 좋아하니까 그쪽을 해낼 자질이 보이는 박신혜를 이끌어주고 싶어줄 수 밖에 없음.(꼭 자기처럼 의사가 되란 건 아니지만 일단 이과쪽으로 관심을 열어주고 싶어함. 외과수술하려면 손끝이 야무저야 하는데 운동신경 좋지, 머리 좋아하야 하는데 머리 좋지, 성실해야 하는데 마음 먹으면 성실하지, 수술은 특히 집중력이 좋아야 하는데 공부할 때 모습 보면 애가 집중력도 좋음. 공부에 흥미를 느껴야 하는데 느끼기 시작했지. 그 모든 것보다 더 중하게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데 임산부건에서도 보듯 얘는 그런 품성을 가진 애임) 자기도 양아버지가 그렇게 이끌어주었을테고. 솔직히 열심히 일은 하지만 큰 기대도 안 하고 캐고 있던 진흙밭에서 금강석 원석이 굴러다니는 걸 발견한 심정일텐데 내가 그럴 능력만 된다면야 스스로 금강석을 다듬어주고 싶지 않겠어?




추가로 제목과는 연관이 없지만 박신혜와 이성경의 관계를 말하자면...


아마 같은 범생이 급우들에겐 쪽집게 과외 받고 있는 걸 이성경역은 절대 말 안 했을껄. 그 급우들이 알면 과외-쪽집게라고 한 거 보면 고액과외임-까지 받으면서 겨우 그정도냐고 또 시비 걸었을테니까. 박신혜역을 워낙 공부쪽으로는 무시하니 과외 이야기도 하고 자기가 받은 것도 넘긴 거이기도 하고 박신혜를 그런 쪽으론 무시하면서도 얘가 그런 거 소문내고 다닐 애는 아닌 거 알아본 거기도 하고. 그래도 상대가 요구하긴커녕 알지도 못했던 과외정리까지 내준 걸 보면 얘가 못된 애는 아니고 이성경역도 오히려 선한 품성도 가진 애임. 자신이 콤플렉스를 가진 영역-공부능력과 짝사랑중인 선생 양쪽 모두-을 침해받았다고 느끼지 않았고 박신혜가 자신이 애쓰고 있는 영역에서 자신을 자신의 기준에서 너무 쉽게 누르지 않았다면 박신혜의 인성은 인정하니까 박신혜와 꽤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어. 찌질하게 틈만 있으면 시비나 걸어대는 범생이 급우들이나 스스로를 낮추면서 들어오는 교장딸과 달리 당당하고 외로운 늑대 같달지 내 친구로 삼을 만큼 인간으로서는 괜찮고 믿을 만한 아이..라는 느낌이었을테니까. 거기에 자신을 세속적인 잣대만 들이대며 억누르는 엄마에 대한 소소한 반항이었을 수도 있고, 스스로도 언급했듯 선생이 가망없는 친구도 챙겨주는 착한 자신을 좋게 봐주기를 바란 것도 있고. 겸사겸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론 박신혜를 나름 친구로서 받아들이려했기 때문에 공부를 가르쳐주고 과외물을 넘겼던 것일 듯. 늘 쥐고 있던 소중한 걸 간만에 큰 맘 먹고 내어줬는데 뒤통수 거하게 맞은 느낌어었기 때문에 더 열폭해서 난리났던 건지도 모르고. 처음엔 얘가 자기를 속인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마 그게 아닌 걸 알았을 듯. 실제로 상대가 그냥 잘나고 특별한 애인 걸 인정하기 힘들어 더 화가 났겠지. 가령 박신혜역을 눈여겨 본 게 체육선생이어서-뭐 그쪽으로도 재능이 있어 보이니까-박신혜역이 체육쪽으로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을 펼쳤다면 이성경역과 평생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듯. 그냥 잘못된 만남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