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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비]
역사가들은 청나라의 황금기를 이끈 명군으로 강희, 옹정, 건륭제를 꼽는데, 보통 이 시기를 일컬어 강건성세라 한다. 강희제와 건륭제에 비해 옹정제는 치세 기간이 짧고, 정통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로 패싱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옹정제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날것의 민심을 듣기 위해 민간에서 직접 황제에게 상주할 수 있는 밀절제도를 도입했다. 옹정제는 올라오는 상소문을 전부 읽으며 붉은 글씨로 답글을 달아 꼼꼼하게 업무 지시를 내렸는데 이를 주비(硃批)라 한다.
한번은 어떤 백성이 가혹한 세금과 지역 관리의 부패를 호소하는 밀주를 올리자, ‘글씨는 서툴지만 그 마음을 살필 수 있다. 백성의 고통을 등한시 할 수 없다’고 주비한 기록이 있다. 옹정제는 살아 있는 민심에 감응하며, 백성의 마음과 공명할 줄 아는 리더였다.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 다양한 고민과 목소리를 청취하고, 라방을 통해 슬기롭게 답하는 것을 보며 문득 주비 제도가 떠올랐다. 그는 식상한 연출이 아닌, 민심의 원본과 마주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아가 그러한 일에 얽매임과 스스럼이 없었다. 보좌진 없이는 입도 뻥긋 못하는 구태한 정치꾼들은 흉내조차 내기 어렵다.
자크 랑시에르에 따르면 정치가 가장 순수해지는 순간은 비정치적 장소에서 발생한다. 한동훈의 라방이 여기 부합한다.
물론 민심이 한 명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되고, 견제와 균형을 갖춘 대의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은 민심을 받들어야 할 의원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작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분노한 시민들이 당원주권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오겠는가.
작금의 현실에서 한 대표가 보여준 디지털 주비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지는 게 비단 나 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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