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업소가 아무리 시내버스라지만 워낙 동네 독점장사에
노선들도 70~80년대에 생긴게 대다수라 대부분
그쪽 사람들은 노선별 정류장까지 세세하게 캐치하고 있음
(a에서 타면 b까지 몇분 걸리니까 다른걸 타라 등등)

30대가 제일 젊은 이 븅신같은 영업소에
20대가 들어왔다길래 뭐지? 하고 비하인드를 들어봤더니...

23살, 갓 전역하고 사회물이라고는 안 먹던 애기

이 동네 출신이라 우리 영업소 노선들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사장면접(최종)에서 포부를 밝힘
돈에 미친 가장들만 달라들던 회사에 어린놈이 눈빛이 빛나니
사장도 환장해서 계약직인데도 우리쪽으로 보내버린거 같음

문제는 노선들이 초보가 수행하기에는 난이도가 꽤 있음
출퇴근때 골목길 수준의 2차선 도로는 헬파티 되고
10메다 짜리에 풀방채워서 다니니 진짜 쉽지 않을거임

어찌됐건 우리로 떨어졌으니 견습을 받았겠죠?
근데 첫 견습인데도 무자비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팀장이 감명먹고 돌아옴
"아무리 운전은 짬순이라 해도 옆에서 봐온걸 써먹는건 못 이긴다"
선언해버리고는 개씹썩은 고정차 차키 줘버림

그래도 그친구가 아빠뻘 사이에서
헬 노선에서 버티는거 보면 참 기특하고 용함

솔직히 그나이에 버스 한다는 소리는
공부를 못했다기보단 집안 사정이 그닥인 경우가 많은데
애도 밝고 싹싹한게 참 잘 들어온거 같음

공부 못했다고 버스하는게 아닌걸 내가 어케 알았냐면
공고 나와서 놀던 친구는 운전대 한번 잡아보고 런해서
지금은 대기업 3차 하청 생산직 다님
물론 학벌 ㅆㅅㅌㅊ인 기사들도 많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야 회사도 찬밥대우 안 할것이고
우리 밥 멕여주시는 시민분들도 운짱 소리 안 할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다들 화이팅 하시고 저는 오늘도 퇴근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