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를 왜 시작했을까?
고등학교 졸업식 하기도 전에 군에 입대 후 남들보다 빠르게 전역하고 공고선생님의 추천으로 천안 삼성 생산직으로 근무하다가 우연찮게 반장직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당시 연봉으로는 5천만원 좀 안되는 돈이였는데 3교대 20일근무 라는 근무일수 치고는 굉장히 많은 급여였다.
하지만 난 이게 내 감성에 맞나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세상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누구든지 없다고들 말한다. 내 주변만 봐도 이미 대다수의 친구들 조차 부모님이 만들어놓은 진로에 따라 대학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해서 근무하는 친구들이나 평생 편의점 알바나 할 것 같은 친구들이나 뭐.. 어렸을적 장래희망에 적은 진로대로 나아가는 친구는 단 1명도 없다.
의사, 간호사, 선생님, 대통령, 국회의원, 축구선수 등등.. 그런 꿈을 적은 친구들은 모두들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살고 있다.

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놀림을 많이 받았다. 버스기사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작성하며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세상물 좀 아는 척 하며 어른인척 하는 양아치들은 내보고 자퇴해도 할 수 있는게 버스기사 아니냐며 비아냥 댔다. 
내가 버스기사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적은 것에 대해 단 한 명도 찬성의 의견을 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버스기사가 되었다. 마을버스 기사부터 시작해서 안몰아본 버스가 없다. 현재는 서울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7년차 버스기사다. 
어느 동료는 내가 불성실해서 이직을 자주 했었다고 뒷담을 하지만 또 어떤 동료는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버스를 좋아하는 놈으로 알아준다.

서로 이해해주며 싸움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동료 그리고 나의 잦은 이직은 불성실이 아닌 정말 버스를 경험해보고 싶어 이직한 것이라고 이해해주는 회사 그리고 내가 꿈꿔왔던 대형 시내버스 핸들까지 나는 이쯤되면 남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무언가 항상 외롭고 부족하다.

그게 버스기사라는 직업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대형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순간임에도 내 얼굴은 웃음을 띄울 수는 없다.
내가 기분좋고 들뜨면 중립성을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 중립성은 안전사고와 직결이 되기 때문이다.

이 직업은 아무리 경험 많은 선배의 조언이 수십번 수백번 귀에 꽂혀도 그 상황이 실제로 내게 닥친다면
죽어가는 환자를 수백번 수천번 수술한 이국종 교수의 수술대보다 침착한 감정과
그라운드의 모든 면을 바라보고 패스 공간을 생각하고 있는 데이빗 베컴의 넓은 시야보다도
더 침착하게 저 넓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 감정은 오로지 나 혼자 컨트롤 해야 한다. 왜? 사무실에 여럿이 모여 근무하는 환경이 아니니까.
버스 1대에 운전석은 1개니까. 그 자리에 앉아있는건 나 혼자니까.

도로 위에서 수 없이 펼쳐지는 벽돌깨기와도 같은 상황이 연쇄적으로 내게 주어진다. 
다른 차로 인한 상황, 손님으로 인한 상황이 주요이지만 그 밖에도 설명하자면 많다.
연쇄적으로 주어지는 상황들을 항상 일어나는 일 처럼 내 것으로 만들고 침착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게 가장 외로운 것 같다.
사람이 항상 완벽하고 실수 없이 행동 할 수 없다. 수십년의 경력이 바탕하고 있더라도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자만하여서도 안되고 내가 나를 완벽하게 여겨서도 아니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지내다 보니 어느 날 부터 의문점이 들었다.
내가 이런 마음 가짐을 갖고 일한다고 해서 누가 나를 알아봐주나? 회사에서 상여금이라도 더 많이 주나? 표창장이라도 더 주나?
결국 나는 내 프라이드를 내가 간직하면서 고군분투 해야 하는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구나.
목표없이 시키는대로 끝 없이 삽질하여 초소아닌 초소를 만들어내면서 또 삽질 명령을 받아 삽질을 해야 하는 사병처럼 나는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을 찾아서 운전하고 있던 것이였다.

그러나 깊은 고심 속 정답을 찾았다. 정답은 바로 정답이 없는 것이였다.
내가 눈에 띄는 가수나 연예인 개그맨이나 박사나 CEO가 아닌 이상 그리고 그렇게 특별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고군분투하는 전장의 배경이 사무실이냐 운전석이냐는 그저 배경만 다를 뿐 결국 똑같은 스토리였다.

'난 꿈이 있었죠.' 라는 노래가 오늘따라 더 듣고 싶다.
그 어느 누구나 자신의 직종에서 처음 시작 할 때 희망과 꿈을 갖고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삶과는 다르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다는걸 느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이 노래를 듣고 일찍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다른 날과 다르게 마을버스를 시작했을때 감성을 머릿 속에서 되새겨보며 하루를 시작해 보아야 겠다.
무엇이 이토록 나를 버스에 미치게 했고 지금까지 버스에 근무하게 됐을까? 아직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