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1996.05.23 00:00

[출처: 중앙일보] 무명가수 이박사 '뽕짝메들리' 일본서 선풍적 인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가수는 누굴까.조용필이나 김연자.계은숙이라고 대답하면 적어도 96년 상반기 현재로선 틀린 대답이 된다.국내에선 무명에 가까운 이박사(본명 이용석.42)란 가수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 기 때문이다. 올해 3월하순부터 일본시장에서 모두 3장의 음반(싱글1장 포함)을 발표한 이박사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타워.HMV등 대형 레코드매장에는 이박사 음반의 판매대가 따로 설치돼 있고 판매량도 일본의 톱가수에 뒤지지 않는다.

오사카등 간사이 지방에서부터 촉발된 이박사 선풍이 일본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그는 인기 TV프로에 잇따라 출연했고 일본최대의제약업체인 긴쵸사는 그를 CF모델로 기용했다.또 지난달 23일에는 일본의 톱가수들도 서기 어렵다는 도쿄 부도칸 (무도관)에서 데뷔공연을 벌였다.아사히 신문은 4월25일자 석간에서 6단기사로 그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짧은 시간에 젊은이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음악이 국내에선 경박한 음악으로 치부되는 이른바 「뽕짝 메들리」란 사실이다.이박사는 80년대 중반관광가이드로 일했던 인물.그는 관광버스에서 마이크만 잡으면 여행지 안내보다 승객들에게 쉴틈없이 노래를 불러주 는 것으로 유명했다.MBC-TV 『인간시대』에서 「신바람 이박사」란 제목으로 그의 삶을 소개하기도 했다.89년 가수로 변신한 그는 지금까지 모두 21개의 「뽕짝 메들리」 카세트테이프를 냈고 주로 회갑연 등 각종 연회에서 진행자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때문에 일본 언론에선 그를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박사가 일본에서 발매한 정규음반의 제목은 『뽕짝 대백과』와『열려라 뽕짝』.각각 국내 트로트곡과 일본 엔카 히트곡들을 디스코리듬에 맞춰 메들리로 부른 것으로 가사는 모두 한국어다.지난주에는 홍콩에서 열린 음반박람회 「미뎀 아시아 」에서 시범공연을 갖기도 했다.국내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음악이 엉뚱하게도 엔카의 본고장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국내 음악관계자들은 『이런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일본인들이 신기하게 느꼈을 수 있다』며 『단순리듬의 반복에 불과한 「뽕짝 메들리」의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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