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중에 사우디인이 있음. 학교 적응을 잘 못해서 교수 부탁으로 같은 유학생인 내가 전담마크하며 공부도 도와주고 데리고 다니며 문화체험이랑 친구도 만들어주고 그러다 엄청 친해졌음

나도 이왕 생긴 아랍인 친구니까 무슬림 문화에 대해서 이해해보려고 얘 따라서 라마단도 해보고, 손으로 밥도 먹어보고, 할랄푸드만 먹어보고, 메카 향해서 기도도 해보고 물담배도 피워보고 그랬음

물론 난 무신론자임. 역설적으로 그래서 선입견 없이 무슬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음. 영성체 먹는거나 십일조 내는거나 손으로 밥먹는거나 미사포나 히잡이나 나한텐 똑같은거니까


친구 입장에선 먼 땅 유럽에서 만난 동양인이 자기네 문화를 배워서 똑같이 따라하니까 흥미로웠는지 나를 무슬림 커뮤니티에 초대함

거기서 모여서 형형색색의 중동식 장식된 소파에 앉아 홍차랑 커피 마시며 말린 무화과나 대추야자 먹고 씨앗 뱉어대며 물담배 피우며 걔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많이 체험함



그리고 이번에 듄 파트2 보면서 자꾸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

파트1에선 프레멘의 문화가 그렇게 강조되지는 않았잖아? 근데 파트2에선 폴 아트레이드가 폴 무앗딥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프레멘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다보니 그때 기억이 많이 나더라고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음. 걍 영화 보는 중간중간 친구한테 이끌려서 자주 찾아갔던 시리아 야지드 집에 있던 알록달록하고 부들부들한 담뱃재랑 먼지 존나 쌓인 양탄자 깔린 방에서 소파에 앉아 존나 달콤한 간식 먹으면서 홍차마시며 쓸데없는 잡담 하고 있으면 맞은편에서 걔들이 무슨 공장 굴뚝마냥 연기뿜어대면서 물담배 보글대던게 생각남

특히 스틸가가 "마디는 스스로를 마디라고 하지 않는댔잖아 ㅋㅋㅋㅋ"하는 장면. 그 장면 보고 친구가 다른 아랍인들한테 내가 손으로 밥먹다가 손 데인 이야기 하면서 좋아하던게 생각남. 말투나 제스처나 그런게. "내가 숟가락들 가져다 준댔는데 싫다며 끝까지 손으로 먹더라니까"이러면서 자랑하고 다녔거든 걔가


물론 부정적인 면도 마찬가지야


원리주의자들은 물론이고 북부지방의 mz프레멘 회의주의자들마저도 세뇌에선 자유롭지 못해서 무앗딥의 출현에 결국 모두가 광신주의에 빠져 지하드에 동참하는걸 보고  무슬림들과 어울리며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를 흠칫하게 만들었던 그들의 행동도 생각났음

분명히 온건주의자라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다니던 내 친구가 어쩌다 파티에서 게이를 만나니까 나한테 귓속말로 '저자는 죽여버려야한다. 오염된 놈이다'라고 했을때

유럽에서 박사학위까지 따놓고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디까지나 남자보다는 하등한 존재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을 봤을때

지하드나 샤리아에 대한 인식이 나와는 다른 차원에 있다는것을 알았을때

무신론자인 나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지옥에 가야한다고 걔들이 생각하는것을 알았을때

물리학 박사가 아직도 진의 존재를 믿고 있었을때(소원빌면 들어주냐고 농담했더니 정색하며 그런 디즈니의 요정이 아니라더라..)


무슨 상황에서도(심지어 코란에서도 예외를 허용하는 상황에도) 이슬람의 원리원칙을 지키려고 할때


그때 느꼈던 소름과 혐오감 그리고 두려움을 영화보면서 느꼈음




중학생때 학교 도서관에 있던 듄 전권을 유명한줄도 모르고 읽었거든

스파이스는 무슨 맛일까? 크리스나이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생겼을까? 모래벌레의 머리는 어떻게 생겨먹었을까를 제외하고 많은 것을 영화 파트 1이 나올때까지 잊고있었지만


작가가 종교로 대표되는 이데올로기에 잠식되는 것의 위험성과 선지자를 비롯한 카리스마 있는 개인의 출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느꼈던건 기억남. 그때 이미 나는 내가 무신론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작가의 생각에 동의했었거든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만족스럽다. 내가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들이 많이 묘사되어서 좋았어. 크리스나이프나 모래벌레같은거


파트 3에서 폴이 모든것을 잃고 사막으로 떠나는게 나오길 기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