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존나 "그게뭔데씹덕아" 하는 소리로 가득함

결론부터 읽고 싶으면 그냥 스크롤 내리셈



흔히들 농담으로 하는 말이

한국인은 효율성의 민족이다 동숲에서도 최적빌드를 찾는다 이러는데

사실 최적빌드라는 게 모든 플레이스타일에 맞지는 않음. 특히 스피드런 최적은 더더욱

이게 뭐 느림의 미학을 찾아서 여유롭게 겜합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경영학에서 하는 말 중에 시차라는 개념도 있고, 불확실성도 있고, 실물옵션이라는 것도 있음

여기에 끌어오긴 존나 쓸데없이 복잡한 개념이라 최대한 간단히 설명해보면

시차라는 개념은 지금 내가 내린 의사결정이 집행되어 영향을 발휘할 때는 지금과 상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불확실성이야 일상용어랑 크게 차이 없이 말 그대로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예지할 수는 없다는 것


근데 회사경영이라는 건 주주가치극대화나 매출극대화 등의 명확한 목표가 있음에도 이런 게 발생함

게임은 솔직히...그냥 자기 재밌으려고 하는거잖음?

스코어극대화나 픑탐최소화라는 방식으로 재미를 얻기도 하고, 

그냥 게임이 지맘대로 굴러다가가 발생하는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하는 재미를 얻기도 함

후자의 경우에는 특히나 시차와 불확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음.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가 뭐가 될 줄 알고 거기에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미리 하겠음?

몇 천시간 하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여기선 이런 문제가 곧 발생할거다 하고 알게 되겠지만

그건 그렇게 게임을 하다보니 얻게 된 결과지 지금 시점에서 내가 게임하면서 재미를 얻는 과정은 아니잖어?


여기서 실물옵션이라는 개념은 뭐냐면

시차와 불확실성과 뭐 기타등등의 문제들이 있으니, 현금유출을 늦추거나 현금유입을 낮추는 대안이 그 자체로 값어치가 있다는 거임

공장을 지금 당장 짓느냐 내년에 짓느냐 하는 문제를 결정할 때, 만약 내년에 지으면 지금보다 돈이 더 든다고 해도,

1년 기다려서 상황을 더 확실히 파악하고 그 시점에서 다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는 건데

이게 그냥 두루뭉실하게 "님 좀 기다려봐요~" 하면 이사회나 주총에서 존나게 두들겨 맞을거잖어?

그래서 아예 "1년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현금 X억원의 옵션을 주식시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집니다" 하고 계산하는 개념임

개념상으로는 1년만기 콜옵션을 구매하는 것과 현금유출입 흐름이 같으니까 같은 계산법을 쓸 수 있고

이렇게 금액으로 숫자 딱 정해서 보고서 올리면 이사회나 주총에서 좀 덜 두들겨 맞을 수 있잖어

돈을 내고 콜옵션을 산 것도 아니고, 공장 짓는 걸 조금 미루면 그만큼의 수익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뿌슝빠슝


이걸 조금 일반화해서 생각하면...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전략은 그 자체로 경직된 전략보다 가치가 높다고 할 수도 있음

심지어 경직된 전략보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적다고 해도 마찬가지임.

일상적인 예를 들자면, 만약에 우리가 2012년으로 돌아가서 집이고 차고 다 처분해서 그 돈을 비트코인에 몰빵하면

2024년 현재에서는 그냥 롯데타워 시그니엘에서 배 긁으면서 오늘은 포르쉐나 한 대 살까 하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점에서 비트코인에 몰빵합시다 하는 기획안을 이사회에 제출하면 존나 처맞지 않을까?

최소한 "비트코인 떡락할 때를 대비해서 이런 플랜B가 있습니다" 정도는 만들어야 하잖어

그 플랜B를 마련하느라 결과적으로는 비트코인 떡상시의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플랜B가 그 자체의 현금가치가 있다는 거임

그냥 돌다리도 두들겨보자 이런 수준이 아니라는 거지


회사를 운영할 때도 이런 수준인데, 게임을 할 때 스피드런 최적화 전략을 따르는 게 무조건 좋을까?

스피드런 최적화 전략 대부분의 문제점은 존나게 경직된 전략이라서 중간에 수정이나 목표재설정이 어렵다는 거임

민속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4드론 저글링 날빌 쓰면 3분만에 이길 수도 있지만 막혔을 때 뒤가 없잖아?

중간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거나, 뭔가 다른 거 해보고 싶을 때 유연하게 변경할 수 없는 전략은

그냥 취향차이로 설렁설렁 가고싶어요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우월한 면이 있는 전략이고

이건 특히나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장기적 전략이 모호한 플레이어 입장일수록 우월성이 더 커짐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게임합시다" 수준의 슬로건이 아님

조금 돌아가더라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전략은 실제 수치적으로 계산가능한 우월성이 있다는 거임

특히나 아직 장기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의사결정자일수록 더더욱




결론요약: 게임 처음 해보는 입장일수록 최적화빌드 찾아서 고대로 따라하려고 하지 말자

최적화빌드는 최적화인 이유가 있어서 니가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아직 최적화빌드의 이유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 최적화빌드를 쓰면 오히려 더 어렵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