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 전체에 대한 추측을 남기기에 앞서서


1) 나는 소울라이크 게임에 쥐약이기 때문에 엘든링 플레이를 단 1초도 해보지 않았지만, 엘든링 세계관에는 관심이 아주 많음.


2)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여러 유튜버들의 스토리 영상 혹은 설정 소개 및 추측 영상에서 얻은 것들이 대부분임.

따라서 어떤 건 모 유튜버의 해석과 흡사하다거나 급진적이고 편파적인 해석이 전제될 수도 있음


3) 게임을 해본 적이 없기에, 게임을 30분만 해봤어도 이 설정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을 만한 오류가 내 해석에 있을지도 모름.

인게임에서 자체적인 팩트체크를 해볼 수 없었기 때문


4) 너무 세부적인 근거는 언급하지 않겠음. 설정을 어느정도 아는 사람들이 읽는다는 전제 하에 추측을 풀어나가겠음.


5) 뇌피셜이고 추측일 뿐이지만, 이 글에선 마치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단정지어 말하겠음.


6) 한 1년 전 쯤 모 유튜브 채널에 내가 남겼던 댓글을 기반으로 재작성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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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들의 본질


엘든링 속 신들은 개념적 실존, 의지 없는 질서, 우주의 여러 법칙들 그 자체임.


즉, 거대한 의지나 진실의 어머니와 같은 신들은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법칙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봄.


의식이나 감정이 아니라 우주의 법칙 그 자체로 작동하며, 스스로 세상에 개입하기보다, 자신이 상징하는 규율을 섬기는 대리자(반려)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법칙을 투영함.


다만, 엘든링은 신화적인 세계관답게, 세계관 속 묘사들은 법칙(신)들이 마치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묘사함.



예를 들자면


현실 우주의 4대 힘인 중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전자기력이 있고, 그 힘들 덕에 우주의 온갖 물리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


현실의 우리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중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이야기 할 것임.


중력이라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무 위의 사과가 언젠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우주적 필연임.


그러나 우리는 그 중력에 어떤 인격이나 의지를 부여하지는 않음. 그저 중력이라는 힘의 성격이 그러할 뿐임.



하지만 과학적 언어가 제한되고, 오직 신화적인 서사와 상징들을 가지고 세계를 설명하는 엘든링 안에서는 중력을 보고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임.


"[떨어트리는 신]이 계시고, 나무에 매달려 있던 이 사과를 [떨어트리는 신]께서 방금 바닥으로 떨어트리셨다."


나무 위에서 떨어진 사과라는 동일한 현상을 보고서, 현실의 우리와 엘든링 캐릭터들이 해석하는 방법이 다를 뿐임.


엘든링 식 서사에 의해, 앞서 말한 예시처럼, 마치 법칙들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표현될 뿐임.



이렇게, 인격적이지도 않고 의도도 없는 여러 신의 여러 규율이 틈새의 땅에 전파처럼 퍼지고,


각자의 신(법칙, 규율)을 섬기는 이들이 그 전파를 수신하여 세상에 구현하는 안테나처럼 작용함.


그 안테나적 존재, 규율의 대리자들은 반드시 틈새의 땅 토착생물들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 우주로부터 틈새의 땅에 도달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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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과 대리자


우주는 다양한 규율들로 이루어져 있음.


그리고 각자의 규율을 따르고 섬기는 여러 존재들이 있음.


틈새의 땅에는 언제나 각자의 규율을 믿는 여러 존재들이 뒤섞여 살아가지만, 가끔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면 그 존재가 섬기는 규율이 틈새의 땅을 뒤덮음.



다시 현실의 4대 힘으로 예를 들자면,

중력이라는 법칙을 섬기는 어떤 강대한 존재가 있을 때, 그 존재로 말미암아 중력이라는 힘이 다른 세 힘(약력, 강력, 전자기력)보다 우세한 세상이 된다는 뜻임.


엘든링 세계관에서는 다시 말하지만 법칙(신)들에 의지나 의도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법칙이 더 우세하게 작동하는 현상은 이 세계관 안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보는 것임.



그리고 이것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사례가 바로, "거대한 의지"와 "플라키두삭스"임.


마리카 이전 시대의 신의 대리자인 플라키두삭스는 거대한 의지라는 이름의 신을, 황금률이라는 이름의 규율을 따랐음.


그렇게 플라키두삭스의 강한 존재감으로 틈새의 땅은 온통 황금률로 칠해졌음.



플라키두삭스와 그를 따르는 고룡들은 황금률을 섬기며 황금 그 자체의 모습으로 권능을 휘둘렀음.


미리 말하자면 나는 플라키두삭스가 기다리는 신이 거대한 의지라고 생각하고, 마리카는 진정한 신이 될 수 없다고 가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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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라키두삭스와 베일


플라키두삭스의 황금률이 오랜 시간 틈새의 땅 주류 규율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명체가 거대한 의지와 황금률을 따른 것은 아니었음.


다른 규율들은, 의지가 없음에도 마치 의지를 가지고 틈새의 땅을 장악하기라도 하려는 듯, 계속해서 세를 늘리기 위해 흘러들었음.



그리고 진실의 어머니로 불리는 신과 그 규율을 섬기는 대리자, 베일이 나타났음.


베일은 틈새의 땅을 뒤덮은 규율을 교체하기 위해, 황금률의 대리자인 플라키두삭스에게 도전했음.


위 경우에도, 베일이 플라키두삭스를 공격하도록 진실의 어머니가 종용한 게 아니라,

베일은 단지 진실의 어머니라는 규율을 섬길 뿐이고 베일 스스로의 의지로 플라키두삭스를 공격했다는 뜻임.


그러나 결국 엘든링식 서사로 보자면, 진실의 어머니의 의지가 베일로하여금 플라키두삭스를 공격하게 종용한 것과 다름 없기도 함.


엘든링 세계관과 그 안의 인물들은 현실의 우리와는 다른 관점과 해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



베일은 강했고 플라키두삭스에게 치명적인 상처들을 입혔음.


그 결과 플라키두삭스의 쇠약화로 인해 황금률의 우세가 약해졌음.


플라키두삭스는 틈새의 땅에서 거대한 의지와 황금률이 점차 미약해져 가는 걸 느꼈고, 신이 떠났다고 좌절하며 홀연히 자취를 감췄음.



'베일이 무언가를 빼앗았다'라는 문장은 단순히 플라키두삭스의 머리를 빼앗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플라키두삭스와 황금률의 치세를 빼앗았다는 의미로도 통한다고 봄.


플라키두삭스가 사라지고 마땅히 틈새의 땅에 진실의 어머니의 규율을 칠했어야 할 베일 역시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말았음.


베일 역시 자신의 규율로 틈새의 땅을 뒤덮을 수 없었고 몸을 숨김.



그렇게 틈새의 땅에는 명백히 우세인 신이 없는 공백기가 찾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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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틈새의 땅의 역사는 현실 우주론에 대한 비유이다.


다음 이야기에 앞서, 틈새의 땅에 규율들이 칠해진다는 것의 상징을 짚어보겠음.



엘든링 세계관에서 현실 우주의 빅뱅과 같은 이벤트가 벌어졌음.


아마 여러 잠재력을 지닌 온갖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이벤트였을 것임.



엘든링 세상을 잠시 떠나 현실 우주를 먼저 보자면,


태초 빅뱅 이후 잠시동안 모든 것들이 뜨겁고 걸쭉하게 한데 섞여,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할만큼 엉겨붙은 초고밀도, 초고온의 상태가 있었음.


현실의 기본 물리법칙(중력, 강력, 약력, 핵력)마저도 이 시기에는 서로 분리되지 못하고 한 덩어리로 존재했음.



이 상태의 시기(혹은 빅뱅 직전의 시기)가 바로 엘든링에서 말하는 태초의 큰 하나, 노란 혼돈의 불꽃임.



현실의 우주는 점차 팽창하고 점차 식어가다가, 마침내 중력이 가장 먼저 분화한 후 다른 물리법칙들이 분화해 나오며 지금의 기본 물리법칙들로 자리잡았음.


엘든링에선 태초의 큰 하나@로부터 점차 규율들이 분화되기 시작하며 마침내 별이라는 상징으로 성장했고,


현실 우주에서 물리법칙이 생겨났듯 엘든링 세계관에 여러 규율들이 생겨나기 시작함.



현실 우주는 그 이후로 점차 식어가며 안정되어가는 과정을 겪었음.


게임을 안해본 나는 이 안정화 과정 자체가 엘든링에서 어떤 식으로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것에 대한 상징도 인게임에 있으리라 생각함.


어쩌면 틈새의 땅 생물들 역시 아직 제대로 분화하지 못해 생명의 모든 잠재력을 지닌 도가니 생물들이 출현했던 것으로 은유하는 걸지도 모르겠음.



현실 우주는 계속 식어갔음.


엘든링의 도가니 생물들은 자신들이 품은 여러 잠재력들 중에서 방향을 골라 점차 분화해 나감.


마치 태초의 큰 하나에서 규율들이 분화해나온 것처럼.


그렇게 수많은 형태로 분화해 자리잡은 생명체들 중 고룡들이 있었음.



계속 식어가던 현실 우주는 드디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됨.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적당해 보이는 우주가 되었다는 말임.


그것을 엘든링에 대입하면, 이 시기가 바로 거대한 의지와 플라키두삭스의 시대임.


황금률로 칠해진 틈새의 땅은 생명체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음.



그리고 베일이 등장해 황금률의 시대를 끝장냈고, 틈새의 땅은 이제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됨.


지금, 엘든링의 인게임 시점, 주된 규율이 사라지고 저마다의 규율이 틈새의 땅을 장악하기 위해 군웅할거하는 이 시기.



이 시기는 틈새의 땅의 다음 흐름을 결정짓기 위한, 신들의 각축전이 되었음.


틈새의 땅의 역사 흐름은 곧, 현실 우주의 역사 흐름임.



그렇다면 현실의 우주가 지금의 안정기를 넘어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살펴보면 됨.



현실 우주의 미래를 예상하는 네 가지 큰 가설이 있음.


또한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한, 엘든링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외부신 또한 넷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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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실 우주의 종말 가설



1) 빅 크런치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중력에 의해 다시 수축하여 빅뱅 이전처럼 한 점으로 붕괴한다는 가설.


- 엘든링의 미친 불이 추구하는, 모든 것을 녹여내어 경계, 구분, 개념까지 해체한 후 다시 태초의 하나@로 돌아가자는 것과 닮았음.



2) 빅 프리즈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면서 모든 별과 은하가 빛을 잃고, 입자들간의 상호작용이 어려워지며 절대영도에 가깝게 되어 우주의 모든 활동이 멈추는 상태임.


- 엘든링의 라니가 따르는, 생명과 영혼이 아득하게 멀리 있고, 서로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별의 세기, 차가운 밤의 규율과 닮았음.



3) 진공 붕괴


현재 우주의 진공 상태, 에너지 준위가 안정한 상태가 아닐 수 있음을 가정하고, 어느 한 공간에서 단 한 번, 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도미노처럼 퍼져나가 우주 전체를 분해해 나간다는 가설임.


- 엘든링의 붉은 부패가 지형과 생물들을 잠식시켜 점진적으로 침식해나가는 것과 닮았음.



4) 빅 립


암흑 에너지의 양이 계속 증가하면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계속 가속되고, 결국엔 은하와 별, 행성, 원자까지도 찢어져 산산조각난다는 가설임.


-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마지막 남은 진실의 어머니는 이 빅립의 성격을 띄는 모습을 보여왔거나 보여야 할 것임.


그러나 나는 피와 불로 비유되는 진실의 어머니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직접 연관짓지는 못해음.


어쩌면, 미친 불은 모든 것을 녹여내 한데 섞는 권능이고


진실의 어머니의 불꽃은 모든 것을 태워 분해해버리는 권능이어서, 모든 것을 태워 조각낸다는 것과 빅 립이 닮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음.



우주의 종말 시나리오 중 그나마 유력하게 다루는 건 위 넷임.


빅 크런치와 빅뱅을 반복한다는 빅 바운스 설(어쩌면 이쪽이 진실의 어머니)


진공 붕괴 이후 전혀 다른 물리 법칙의 우주가 된다는 설 등의 세부 가설들이 있지만, 일단 크게는 이러함.



그러나 엘든링의 모티브를 설령 정말로 현실 우주론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엘든링이 정말 현실 우주론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님.


엘든링 고유의 다른 규율(우주가 앞으로 흘러갈 방향)들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안정기를 상징하는 거대한 의지와 황금률이 틈새의 땅을 재탈환해 안정기를 다시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임.



틈새의 땅을 영어와 일본어로 각각 'the lands between',  '狭間の地'라고 표기함.


한국어의 틈새라는 말은 공간적인 뉘앙스가 강하지만, 영어나 일본어를 보면 '시간'이라는 개념이 끼어들 여지가 한국어보다 더 크다고 봄.


나는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챗지피티에게 물어봤고, 일본어 표기의 경우 오히려 시간적인 뉘앙스가 공간적인 뉘앙스보다 더 크다고 답함.

(챗지피티 말을 곧대로 믿기 어려워서 챗지피티가 한 대답임을 알림.)


그래서 나는 틈새의 땅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우주의 탄생부터 종말까지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현재 놓인 시점은 그 사이에 끼어있는 곳, 나아가 플레이어의 행보가 우주의 여러 모습 중 하나를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뉘앙스를 담아둔 건 아닐지 생각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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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플라키두삭스의 잠적 이후


신이 사라졌다고 느낀 건 플라키두삭스만의 일이 아니었음.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규율을 섬기던 존재들, 손가락들이 있었고, 그 중 거대한 의지와 황금률을 섬기던 두손가락이 있었음.



두손가락 역시 거대한 의지를 느낄 수 없음에 좌절했고, 마치 갓 죽은 시체에 아직도 살아있는 세포가 있듯, 그리고 그 세포가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듯,


두손가락은 황금률이 있던 때를 기억하며 황금률을 재건하고자 함.


그렇게, 아직 틈새의 땅에 잔향처럼 남은 황금률을 모방하고 복제하여, 황금률이 깃든 엘든링을 만들어냈음.



본디 신(전파)-대리자(안테자)의 구도로 규율을 칠하는 것이 순리였음에도,


당장 거대한 의지와 닿을 수 없던 두손가락은 어쩔 수 없이 가짜 신이라도 세우기로 함.



그것이 마리카임.


마리카는 대리자가 될 수는 있어도 진짜 신이 될 수는 없었음.


그러나 두손가락은 마리카에게, 불완전하게 만들어낸 엘든링을 쥐여주고는 신으로 등극시킴.



불완전한 상태로 신(전파)이 된 마리카는 이제 그녀만의 대리자(안테나)가 필요하게 되었음.


그렇게 고드프리를 대리자로 선택한 후, 그를 신의 반려라고 부르게 되었음.



불완전한 엘든링과 불완전한 신의 치세는, 이전의 완전했던 황금률의 시대로부터 이어지는 관성 덕에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음.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점차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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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리카


마리카는 무녀로서 끔찍하게 박해받으며 자랐음.


마리카는 본디 신에게 제물로 바쳐질 무녀였으나 뱀(진실의 어머니 혹은 그 대리자) 덕분에 살아남았고, 마리카는 이때 진실의 어머니를 섬기게 되며 진실의 어머니의 대리자가 됨.



그 이후 마리카는 두손가락의 눈에 들었음.


두손가락은 마리카에게 엘든링을 쥐여주고는, 새 황금률의 신으로 등극시켰음.



마리카는 본래 신적인 존재와는 아득히 먼, 대리자는 될 수 있어도 결코 신이 될 수 없던 존재였음.


그렇기에, 가뜩이나 불완전한 신이었던 마리카는 동시에 두 개의 규율(진실의 어머니+엘든링의 황금률)까지 품게 되며


반쪽짜리가 아니라, 반의 반쪽짜리 신이 되어버리고 말았음.



진정한 신인 거대한 의지와 진정한 대리자인 플라키두삭스가 칠했던 황금률의 잔향이 여전히 틈새의 땅에 남아 있었지만, 계속해서 옅어져만 갔음.


따라서 황금률은 계속해서 불안정해져만 갔음.



두손가락의 인도로 마리카는 신처럼, 고드프리라는 대리자를 들였음.


마리카는 황금률의 불완전한 신이면서, 동시에, 진실의 어머니의 불완전한 대리자가 되어버렸음.



그리고 그것이 곧, 마리카가 붉은 머리 라다곤으로 분열하는 것과, 마리카의 자식들 사이에서 붉은 머리의 데미갓들이 태어나게 된 이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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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데미갓


마리카(+라다곤)에겐 여러 자식들이 있고, 그들을 데미갓으로 부름.


데미갓들의 이름에는 특징이 있음.


바로 그들의 아버지 이름 첫 부분을 계승한다는 것임.


다만, 알파벳 철자를 그대로 계승한다기보다는, 그 음절을, 혹은 일본어로 표기할 때 똑같은 가나를 계승한다는 것임.


(고드프리-고드윈, 고드릭... / 라다곤-라단, 라이커드, 라니...)



미켈라와 말레니아는 어쩌면 서로 다른 아버지를 가졌을지도 모름.


혹은 마리카와 라다곤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 각각 마리카 혼자, 라다곤 혼자 낳은 자식일 수도.


그렇게 더더욱 불완전한 힘이 깃드는 바람에 각각의 불완전함(미성숙, 자신마저 갉아먹는 부패)을 갖게 된 걸 수도.



그러나 그들의 이름(말레니아의 Ma- 혹은 Mal-, 미켈라의 Mi-)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는 역시 잘 모르겠음.


Ma-는 마리카라는 쉬운 예시가 있고, Mi- 캐릭터는 미드라만 떠오름.



말레니아-마리카는 그렇다 쳐도 미켈라-미드라는 잘 모르겠음.


나나야의 정체는 사실 마리카였고, 미드라는 마리카(나나야)를 만나기 이전에 황금률을 섬기고 있었으나 마리카의 가스라이팅에 의해 미친 불을 받아들이게 됐으며,


미친 불을 받아들이기 이전의 미드라의 속성이 마리카에게 깃들었다가, 다시 미켈라에게 옮겨갔다는 식으로 억지로 끼워 맞출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미리 말하자면, 나는 미켈라는 거대한 의지의 진정한 대리자라고 생각하고,


말레니아는 대놓고 붉은 부패와 관련되기에, 그것들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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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메스메르와 멜리나


메스메르와 멜리나는 모두 불의 환시를 봄.


그리고 둘 모두 눈을 통해 그것을 봉인당했음.



마리카가 낳은 첫 자식들이 메스메르와 멜리나임.


고드프리를 대리자로 들이기 이전에 이미 낳은 자식들일지도 모르겠음.



그들의 첫 글자 Me-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과거 외부신들을 부르던 말이었고, 그중에서도 진실의 어머니를 지칭하는 건 아닐까 싶음.


아무튼 나는 두 캐릭터가 진실의 어머니와 관계된다고, 나아가서는 진실의 어머니(혹은 마리카를 구한 뱀)와 마리카 사이의 자식이라고까지 생각하기에 좀 더 억지를 부려보겠음.



마리카는 신으로 등극했음에도, 자신을 핍박했던 자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음.


그렇게, 마리카가 신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메스메르를 보내 자신을 핍박했던 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이었음.



그 복수를 마지막으로 마리카는 황금률의 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간성을 버리기로 함.


마리카는 메스메르와 함께 자신의 인간성을 떼어냄.


메스메르는 황금률과 공존할 수 없는, 진실의 어머니와의 자식이기도 했기 때문임.


메스메르는 그럼에도 어머니 마리카를 사랑했고, 어머니 마리카를 섬겼음.



마리카가 황금률의 신이 되고자 마음 먹으며 진실의 어머니와의 자식인 멜리나도 버려짐.


멜리나가 추구하는 '어머니의 사명'에서, 어머니란 마리카가 아니라 진실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임.


내 추측대로 마리카와 진실의 어머니 사이에서 메스메르와 멜리나가 태어났다면, 마리카와 진실의 어머니 모두 메스메르와 멜리나의 어머니가 될 수 있기 때문임.

(신에게는 성별이 의미가 없기도 하고)


즉, 이 경우 메스메르가 섬기는 어머니는 마리카고, 멜리나가 섬기는 어머니는 진실의 어머니가 됨.



멜리나는 진실의 어머니의 딸이면서 동시에 진실의 어머니의 대리자로서,


진실의 어머니의 뜻에 따라 껍데기만 남은 황금나무를 불태우고 마침내 이전 시대의 황금률의 잔향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빛바랜자를 찾음.



빛바랜자가 미친 불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불태웠을 때, 멜리나의 뜻처럼 황금나무가 불타버렸음에도,


그건 멜리나가 섬기는 불꽃(진실의 어머니의 규율)이 아니라 다른 불꽃(미친 불의 규율)에 의해서 세상을 태운 것이었기에, 멜리나가 빛바랜자를 적대하는 것임.


틈새의 땅에 진실의 어머니의 규율이 아닌 미친 불의 규율이 칠해져버렸기 때문에.



다만 황금나무가 불타면서 멜리나의 황금빛 눈동자가 하얗게 꺼져버린 건 이해할 수 있으나(황금률로 봉인해두었으나 틈새의 땅에서 황금률이 완전히 사라짐),


왜 다른 눈에 밤빛이 깃들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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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켈라


미켈라는 거대한 의지의 진정한 대리자임.


마리카는 두손가락에 의해 황금률의 신을 참칭하면서도 진실의 어머니의 대리자였기에,


불완전한 황금률이 깃든 틈새의 땅에는 제대로 된 거대한 의지의 대리자가 필요해졌음.



지금은 물러난 거대한 의지 역시 틈새의 땅을 장악하기 위해 계속해서 우주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리자가 필요함.


거대한 의지가 진짜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그것들을 행한다기 보다는, 마치 그런 것처럼 은유적으로, 신화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임.


또한, 차라리, 신들이 대리자를 찾는다기 보다, 틈새의 땅의 존재들이 스스로가 자신이 섬길 신(규율)을 선택한다고 보는 게 나을지도.



플라키두삭스의 위상을 이어받은 건 미켈라임.


어쩌면 미켈라의 침도 이와 연관지어볼 수 있겠음.



미켈라가 바라는 완전한 치유(수복)는, 불완전한 신인 마리카가 일으켜버린 황금률의 뒤틀림을 바로잡으려는 것임.



또한, 미켈라를 표현하는 'Unalloyed Gold(섞이지 않은 황금, 진정한 황금)'은, 미켈라가 진정한 황금률의 대리자라는 것을 뜻함.



마리카의 자식들이 전부 황금률을 추구하는 것은 아님.


멜리나, 모그, 라이커드, 라니 등.



그러나 황금률을 추구하는 자식들 중에서도, 미켈라야말로 진정으로 황금률을 추구하는 데미갓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켈라는 황금률의 대리자가 되려고 하기보다, 이전의 마리카의 전철을 밟아 스스로가 황금률의 신으로 등극하려고 함.



단순히 미켈라가 '진정한 신과 대리자'라는 구도를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거대한 의지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마리카처럼 신의 위치에 서겠다는 야욕이 있었던 것 같음.


왜냐하면 미켈라는 자신의 대리자로 라단을 골랐기 때문임.


단순히 라단이 강하고 상냥하기만 해서가 아님.


라단은 별을 멈출 수 있는 존재임.


별은 곧 외부신, 시간 등을 의미할 수 있음.

(나아가 미켈라와 그 반려 라단의 경우를 보여주며 신과 반려에는 성별이 의미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서, 마리카와 진실의 어머니 사이에서 데미갓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주입하는 것을 노렸을 수도)



즉, 미켈라가 추구하는 건 황금률 시대의 복원이자 안정기의 회귀이며,


더 나아가, 그 규율이 변하지 않는 불변, 다른 신들이 틈새의 땅에 개입하지 못하는 세상.


미켈라의 구원은 황금률로 칠해진 우주의 정지, 생명과 세상의 불변과 다름 없는 것임.



미켈라가 자신이 바라던 모든 것을 이루어낸다고 해도,


그 끝은 '영원한 안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종말이 될 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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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빛바랜 자


앞선 모든 사건들, 모든 경쟁자들이 무색하게도,


이제 틈새의 땅에 어떤 규율을 칠할지 결정하는 건 플레이어, 즉, 빛바랜 자가 되었음.



빛바랜 자가 어떤 규율을 섬길지에 따라, 어느 신의 대리자가 될지에 따라,


그는 진실의 어머니의 대리자가 될 수도,

어두운 달의 대리자가 될 수도,

붉은 부패의 대리자가 될 수도,

미친 불의 대리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임.



달의 대리자가 되는 경우에 라니의 반려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빛바랜 자가 라니처럼 달의 대리자가 되었기에 별의 세기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음.



완전률 엔딩이 곧 거대한 의지의 대리자가 되는 엔딩일 수도 있겠음.



어쩌면 전혀 다른 신의 대리자가 되거나, 혹은 아무런 신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임.



빛바랜 자는 이제 틈새의 땅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거듭났고,


그가 섬기는 규율이 곧 틈새의 땅 전체에 칠해질 것임.



마치 플라키두삭스와 황금률의 시대가 그러했듯,


틈새의 땅엔 빛바랜 자(대리자, 안테나)와 새로운 규율(신, 전파)의 시대가 펼쳐질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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