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인서울 명문대 예대 졸업하고 중견 디자인회사에 첫 취업 함

독일, 중국 등 해외 출장도 다니고 하청업체 사장한테 연말마다 접대도 받고 상품권도 몇십만원씩 받는다. 

지방공장 출장가면 디자이너님 소리 들으며 현장사무실에서 공장장이랑 커피마시는데

밖에서는 내 나이 또래 되는 애들은 박스접고있고 나를 시기질투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나 현실은 월200도 안되는 월급, 야근수당 없는 강제야근에 지하철 출퇴근 왕복 4시간...

2년이 지나도 오를 생각 없는 연봉, 그리고 보고 배울만한 기술도 없는 꼰대 상사들...

결국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고 디자인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이직을 결심한다.


30대 초반 인터넷에서 문과는 뭐 먹고 사니? 괄시받을 때 그저 옆에서 눈물만 흘리던 예체능의 나는

결국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인력개발원 금형설계 1년 과정을 국비지원으로 배우기로 결심

입학식을 한다며 강당에 모여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키고 개발원장의 훈화말씀을 듣는다.

북한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하지 않을 쓸데없는 짓거리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새로운 배움의 설레임을 기대했던 나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한 3개월 수업을 들으며 나는 인력개발원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 기관은 세금으로 돌아가는 취업준비생을 도와야 하는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가스라이팅 해서 "갑"인 것 마냥 둔갑해버린 기생충같은 기관이라는 것

가르치는 강사라는 놈들은 실력도 없고 경력도 부족해서 자격증 몇 개 따고 편하게 일하려고 취업한 계약직 노예일 뿐이고

캐드강사에게 물었다 캐드 스크립트를 활용하여 동일한 입력의 명령시퀀스로 작업간소화를 하는 방법을 알고싶습니다. 

강사는 스크립트가 뭐냐고 되물었다. 

(후에 취업사이트 검색중에 인력개발원 강사채용 기준이 고졸이상 경력무관인 것을 보고 쓴 웃음이 지어졌다.)


결국 5개월 후 더이상 가르칠 교본이 없는지 자습해~ 라는 말과 함께 시간때우기 식의 수업이 반복되고

나는 학과장의 "포기하더라도 평점은 잘 부탁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결국 여기에서도 기술다운 기술은 배울 수가 없구나, 기술은 어디서 배우지? 

나는 여기저기 직업탐색을 하기 시작한다.

전기기사 따고 현장일 어떤가요? 시설관리 과장은 어떤가요? 용접일은 어떤가요? 인테리어는? 타일은? 

그렇게 직업탐색을 명목으로 백수히키가 되어 낄낄거리길 어언 1년 모아둔 돈은 떨어져가고

월세 낼 돈은 없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되어 잡코리아를 통해 좆소 건축관련 설계직으로 취업하게 된다.


취업하니 실장은 아는게 없고 사수도 실력도 없는데 열정도 없어

결국 유튜브, 인터넷에서 찾아서 배우고 영업부, 개발부 돌아다니면서 지식쌓고 

계획설계, 실시설계, 도면수정, 견적, 발주, 납품, 심의도서, CG, 시뮬레이션 등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에이스가 되어버리고 모두에게 이쁨받게 된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수는 웹서핑하느라 바쁘고 실장은 일 맡기고 출장 핑계로 집에서 쉰다.

3년차가 되고 연봉인상이 되었는데 내 연봉보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연봉은 올랐으나 최저임금을 받게되었다. (??)

그럼 거길 왜다녀? 다니는 너가 ㅄ아니야? 응 아니야~ 내일채움공제 3000만원 꿀꺽~ 산업기사 실무경력 꿀꺽~

그렇게 3년 채워 목적을 달성하고 좆같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백수히키짓 시작

(4년 채우고 기사자격증 준비하려고했는데 좆같아서 걍 내일채움공제 받고 때려침 ㅋㅋ)


30대 중반 자격증 공부를 핑계로 백수히키짓 하다가 자격증은 못따고 롤 플레티넘을 찍었다.

이제 다시 일을 해야지 모아둔 돈으로 화성에 전세집 구해서 정착하게 되었다. 

여기 주변은 온통 공장뿐이네, 출퇴근 5분거리 공장에 가서 산업기계제작 샵장에서 제관보조로 일을 했다.

인터넷에서 현장일 하면 개새끼 소새끼 망치로 대가리가 깨지네 뭐네 말이 많길래 잔뜩 쫄아서 갔으나

서울 사무실에서 실장님, 부장님, 전무님 소리 들으며 갑질하던 상사 나이 또래의 아저씨들이

애기네~ 형이라고 불러 하며 술도 사주고 일도 가르쳐준다. 

용접도 배우고 사상도 하고 일도 참 재미있다. 현장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겁먹었는데

2시간 일하고 30분 쉬고 2시간 일하고 밥 먹고 2시간 일하고 30분 쉬고 2시간 일하고 퇴근이다.

여기저기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냥 도면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건프라 조립이랑 똑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건담을 실제 사이즈의 철로 만드는 점이랄까 (존나 무거움ㅋㅋ)

월급날이 되고 월급을 받아보니 맙소사 실수령 350이 찍힌다. 

잉~ 바보야 주6일에 잔업까지 하니까 그렇게 받는거지~ 

이ㅅㅂ련아 사무직 할 때도 8시 출근 8시 퇴근 집 도착 10시 월220이었어~! (강제무급야근) 


그렇게 참 재밌게 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다.

그것은 지방이라는 점과 미친듯한 날씨..

퇴근 하고 집에 오면 할게 없다. 볼거리도 없고, 사람도 없고 논과 개구리 소쩍새 우는 소리뿐

여름에는 온 몸이 땀에 젖은 채로 용접을 한다. 선풍기 바람이 뜨겁다. 겨울에는 그나마 따듯해

캠핑가서 불멍을 왜하냐? 현장에서 산소절단기로 H빔 자르고 있으면 그게 불멍이지, 돈도 준다 야

일도 어느정도 숙련이 되니 단순 반복 작업 뿐이다. 건담 처음 만들 때나 재미있지 10개 만들어봐라 재미없다.

결국 인생이 루즈해져서 나는 현장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선다.


요번에는 근처에 기계설계 사람을 구한다 하여 지원했다.

나는 포토샵, 일러, 에펙 그래픽작업 수준급이야, 캐드, 라이노, 솔리드웍스 3D도 다룰줄알아

현장에서 사상, 취부, 용접, 절단 다 할 줄 알아. 여기 내가 했던 작업물들이야 ppt 열어봐~

이력서에 구구절절 나를 피력했다. 

전화가 오고 면접을 갔다. 사장이 내 이력서를 출력해오더니 이제서야 읽어보기 시작한다. (종이로는 PPT를 열 수가 없는걸요 사장님)

"엥? 기계과가 아니네? 우린 기계설계 하는데" 

"네 미대나왔습니다."

"설계는 그림 그리듯이 하는게 아니야~"

(알아 시발련아. 나도 그림 못그려 난 디자인과라고) 

"네 유체역학이나 그런 공학적 지식은 없지만 전산응용기계설계기능사 자격증도 있고 건축설계 일도 해봤어서 캐드나 3D작업 잘 합니다."

"으잉 우리는 3D는 안해"

"네..." 


그렇게 다음날에 출근을 했고 현장일을 하다가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다시 마주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기계도면을 구경하라고 건내주는데 현장일 하면서 봤던 도면들이라 눈에 들어온다.

아니 눈에 들어오다 못해 시발 이걸 도면이라고 그렸냐고 ㅋㅋ 제3각법 어디갔냐고

그래서 현재 직장생활은...

출근해서 커피 빨면서 웹서핑좀 하다가 가끔 도면에서 자재 뽑아서 레이저집 보내고

자재 온거 검수하고 도면 출력해서 공장장 갖다주고 설명해주는 핑계로 커피마시면서 노가리좀 까다 오고 그런다.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좋고 일이 매우 편하다. 배울 것도 많다. 심지어 돈도 많이 줘 ㅋㅋ (야근 극혐하는데 회사에서 인터넷 하니까 야근하는 기분이 안듬 ㅋㅋ)

이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데 막둥이라는 말을 들으며 예쁨받는다.  현장에서도 "막내가 일 잘하네~" 소리를 듣는다.

여긴 지방이라 젊은 사람이 없다. 

회사 이메일로 이력서가 많이 들어온다. 심심해서 읽어보게 된다. 

이력서를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좋소기업이라 그렇다. 

들어오는 이력서를 읽어보면 처음 들어보는 대학교를 졸업했고, 경력에 택배기사, 아르바이트 경력 뿐이고

포트폴리오가 있을 리가 없고 자기소개란에 글이 5줄을 넘지 않는다. 심지어 맞춤법도 틀렸어

사진은 증명사진이 아니라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마냥 넣어놨고..

들어오는 이력서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렇다. 나는 깜짝놀랐다. 나만 이력서에 진심이었구나...

그래도 사장은 30대 초반의 지원자를 보고 "젊네~ 면접보러 오라고 해~" 라며 면접 약속을 잡는다. 

면접시간은 지났고 지원자는 오지 않는다. 이번이 3번째다.  

그리고 이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나는 정말 궁금하다.

너는 어떤 삶을 살기 위해서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 회사를 마다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