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좀 해볼게. 나는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어. 부모님은 계시지만 이혼하셨고, 집안 형편 때문에 두 살 때 보육시설에 맡겨졌지. 그곳에서 온갖 부조리를 다 겪으며 자랐어.


당시엔 아동 보호법이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구타와 갈취는 일상이었고, 간혹 성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가는 쓰레기들도 있었어. 


비록 시설에 산 덕분에 군대는 면제받았지만, 친구들에겐 "난 이미 사회에서 군 생활 다 하고 왔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지.


그렇게 지옥 같은 시설에서 어찌저찌 몸 건강히 성인이 되어 퇴소를 했어. 이제부턴 정말 혼자 살아야 했지.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너무 결핍된 채로 자라서일까? 아니면 밥은 안 굶고 살아서일까? 삶의 의욕도, 목표도 전혀 없었거든.


손에는 당장 자립정착금 2천만 원이 쥐어져 있었어. 

평생 가져본 적 없는 큰돈이 뚝 떨어지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 


주거비나 공과금도 거의 안 나가는 상황이었는데, 그 돈을 흥청망청 쓰는 데 고작 1년 반 정도 걸렸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해. 매일 술 먹고 놀러 다니거나 집에서 게임만 했거든. 


그러다 최소한의 보험은 있어야겠다 싶어 전기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의지를 갖고 시작한 공부였지. 하지만 너무 어렵더라. 아니, 사실 내가 간절하게 노력하지 않았던 탓이 컸을 거야.


내 인생 첫 도전이자 첫 실패였어. 그 실패 이후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 다시는 그런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 


돈이 떨어지니 삶은 피폐해졌고, 그런데도 일은 하기 싫었어. 그저 밥만 축내는 동물이나 다름없었지.


결국 우울증이 왔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날렸어. 집은 쓰레기장이 됐고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가 바로 나였지. 


그러다 어느 순간 뇌에서 위기신호를 보냈나 봐.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싶어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뒤져봤어.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게 있더라. 수당도 주고 자격증도 따게 해준대서 신청했지. 솔직히 그때는 자격증보다 당장 먹고살 '생계급여'가 목적이었어. 


한심해 보여도 살아야 했으니까. 그렇게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또 취업이 무서워 도망치기를 반복했어. 


실패할까 봐 무서워서 국취제로만 3년을 버티며 취업과 포기를 되풀이했지.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았는데, 다행히 가족이 있었어. 


내 상황을 알게 된 친누나가 옆에서 밥도 해주고 병원도 같이 가주며 우울증 치료를 도와줬어. 


헬스장도 등록해준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며 조금씩 정신이 맑아지더라. 조금씩 사람 꼴을 갖추기 시작했지.


그렇게 정신 차려보니 내 나이 스물여섯이더라. 


여전히 번듯한 직장은 없지만, 올해부터는 스무 살 때 포기했던 대학 생활을 사이버대학교에서라도 시작해 보려고 해. 다행히 합격했어.


비상금으로 남겨둔 쌈짓돈으로 헬스장도 다시 등록했고, 요즘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있어. 


지금은 자활 실습 중이지만 알바를 하고 운동도 하며, 열심히 사는 중이야.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길은 열리지 않을까 싶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우리 천천히라도 좋으니 같이 노력해서 꼭 취업하자.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까 다들 힘내서 잘 살아보자고.


궁금한거 있으면 댓글 남겨줘.